선생님이 권하는 한권의 책
몇 년 전에 주한 베네수엘라 외교관, 뿌리도씨 덕분에 이국적인 밤을 경험했다. 그녀는 나를 성북동 베네수엘라 대사관저에서 여는 만찬에 초대해 주었다. 나는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국가적 관계가 더욱 우호적으로 발전하기를 기원하며, 베네수엘라의 독특한 음식과 음악과 시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책 한 권을 소개하며 번역, 즉 외국어의 필요성과 실용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베네수엘라의 기예르모 낀떼로 대사를 비롯하여 스페인어학과 교수, 외교관, 시인, 번역가들이 모여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대한 토론을 하였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가 쓴, 198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백 년 동안의 고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과거에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에 빠져들었다.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의 이름은 참으로 복잡해 아이가 태어나면 조상 이름에 다시 아이 이름이 붙어 이름이 점점 길어진다. 그래서 혼동하지 않으려고 책 맨 뒷장에 족보를 기록하며 참고하여 읽을 정도였다. 당시에 현실과 신화를 오가는 신비한 구성 즉, ‘마술적 리얼리즘’ 기법에 내가 빨려 들어가는 듯하였다. 특히 맨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들의 상상을 뒤엎는 결과에 얼마나 놀랐던가.
그 책을 읽고 나서 알지도 못하고 한 번도 만난 적도 없는 작가, 마르께스를 얼마나 멋지게 생각했던가. 그는 노벨 문학상 수상연설문을 통해 스페인의 식민지 지배, 제국주의 열강의 남미 침략과 빼앗음, 독립 후에 미국의 지지를 받는 독재자들에 의해 고통 받던 ‘남미 민중의 고독’을 전 세계에 알렸다.
과연 인간에게 언어라는 것이 없다면 이런 문학창작 행위가 가능하겠는가. 나아가서 번역이라는 행위가 없다면, 우리 인류가 라틴 아메리카 문학 책을 이십여 나라에서 같이 읽고 동시에 감동 받을 수 있겠는가. 외국어의 용도는 참으로 다양하며 실용성이 그 매력이다. 나는 이것을 ‘외국어의 향기’라고 부르고 싶다.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글도 번역을 통하여 세상 사람들이 함께 읽을 수 있다. 청소년들이 ‘백 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책 한 권에서 문학의 신비로움을 맛보고, 외국어 공부하는 데에 열정을 쏟아 외국어의 향기도 맛볼 수 있기를 바란다.
/ 윤연모 서라벌고 교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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