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삶을 관통하다
일본 근대 여류문학의 계보를 잇는 오카모토 카노코의 작품 중 음식을 테마로 한 4편의 작품을 엮은 단편집이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음식에 투영한 색다른 소설로 각각의 단편이 음식만큼이나 고유한 맛을 내고 있다.
상큼하고 신선한 초밥을 통해 한 노신사의 독특한 어린 시절이, 설설 끓는 진한 추어탕을 통해 가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여주인들의 안타까운 삶이, 그리고 민물잡고기 매운탕을 통해 신산했던 요리선생의 과거 이력이 음식 특유의 맛과 어우러져 때론 매콤하고 아릿하게, 때론 쌉쌀하고 상큼하게 전해져 온다.
“맨살 피부를 살살 건드리는 듯한 느낌의 신맛에 밥과 달걀의 단맛이 흩어지며 섞이는 맛이 혀 위에 딱 알맞았다.”, “석류꽃과 같은 빨간색의 조갯살, 두 줄 은색 무늬가 들어 있는 학꽁치….”, “상아처럼 미끌거리고 생 찹쌀떡보다 훨씬 씹히는 맛이 좋았다. 오징어 초밥을 먹는 모험의 순간에 아이는 막혀 있던 숨 같은 것을 ‘하’ 하고 뱉어 냈다.”, “시큼한 깊은 맛이 장액이 되어 삼켜지려는 찰나, ‘아아!’ 마음을 텅 비게 하는 절묘한 맛에 기누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얄밉게도 입안에 아스라이 남은 쓴맛이 초이튿날 밤의 달그림자처럼 머물렀다.” 등『초밥』은 눈에 그려지고 냄새를 맡고, 만지는 듯 감각적인 표현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초밥』은 가볍게 스치고 지나가는 감각적인 현대소설과는 달리, 삶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조망하여 읽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소설집이다.『초밥』에 실려 있는 작품 하나하나를 천천히 음미하다보면, 어느덧 오카모토 카노코의 작품 세계에 흠뻑 빠지게 되지 않을까 한다.
오카모토 카노코 지음/ 박영선 옮김/ 뜨인돌/ 167쪽/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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