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에 대한 상상은 극단적이다. 가난에 찌든 악의 소굴로 생각하거나, 반대로 가난하지만 연대하며 사는 '선한' '약자'들을 제멋대로 상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적인 관찰을 누락하고, 사회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묘사는 허상일 뿐이다. 이 책은 아일랜드 이주민 출신 남자와 결혼 후 영국 브라이턴에서 가난하게 살던 일본인 브래디 미카코가, 자선단체의 어린이집에서 일하며 겪은 일을 담는다. 무직자와 저소득자를 위한 단체였다. 고문하며 즐거워하는 다섯 살 네오, 흉터가 몸에 가득한 세 살 무스타파, 할 줄 아는 말이 "Fu**!"뿐인 한 살 아기 데이지. 기존의 윤리가 붕괴되고 다양한 가치관이 난무하며, 동시에 다양한 미의식이 생겨나는 밑바닥 현장을 담은 이 책은 훗날 저자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는 『아이들의 계급투쟁』의 전사가 되는 얘기이기도 하다. 후반부에 써내려간 영화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울 법하다. '밑바닥'을 바라보는 것. 그건 결국 이곳을 만든 전체 세계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 빌어먹을 어른들의 세계
브래디 미카코 지음 |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펴냄 | 392쪽 | 18,000원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