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자원봉사센터는 처음 접촉할 때만 해도 <이야기 독서>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우연히 알게 된 강동자원봉사센터는 1년에 한 번씩 자원봉사 희망자를 모집하여 교육한다고 했다. 지난 4월에 진행한 제19기 자원봉사자 교육을 어렵지 않게 마쳤다. 센터 측의 관심사는 오로지 교육을 대가 없이 마치고 수료자(50명)들을 기존의 자원봉사 일에 배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기존의 자원봉사보다는 <책 질문지>를 활용한 자원봉사를 새롭게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 교육이 끝날 즈음 봉사회 집행부에 <이야기 나눔 봉사단>의 교육과 운영을 제안했다.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 없었던 분야의 활동이기에 잘 알지도 못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구청 공무원인 담당 팀장도 마찬가지였다. <책> 자가 들어가는 일이기에 자원봉사센터보다는 도서관과 접촉해 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그래도 해보겠다고 하며 메일로 계획안을 보냈다. 그동안 계획안을 별로 신경 써서 보지 않은 걸 여실히 증명하듯, 이번에는 교육 후 봉사할 데가 있는지를 따졌다.
우여곡절 끝에 주 1회씩, 총 4회차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봉사회 밴드에 공지했고 10명이 함께 하겠다고 신청했다. 예상 인원이 차는 걸 보고 내가 오히려 속으로 놀랐다. 하지만 첫 시간에 보니 나이가 조금 더 드신 분들은 반신반의하며 <책 질문지 이야기 나눔>이 정확히 어떤 프로그램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하긴 나는 오랫동안 진행해 왔으니 익숙하나 그분들은 나이 들어 <책>이라는 머리에 쥐가 나는 분야를 접하는지라 어렵게 느껴지는 게 당연했다.
지금까지 2년 이상 진행한 <이야기 독서 모임>에서 참가자들은 그저 참석해서 이야기하고 듣는 프로그램 수혜자였다. 모든 걸 내가 준비하고 진행하는 소위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구조였다. 자원봉사센터 프로그램은 조금 다른 목표를 세웠다. 명칭도 <이야기 나눔 봉사단> 교육이었다. 교육을 진행해보니 반 정도는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머지 절반은 예전의 참가자들처럼 그저 참여해서 이야기하고 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되었다. ‘첫술에 배부를까’라는 심정으로 절반 정도만 건져도 이게 어디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사람들은 신이 나서 서로 이야기하며 들으며 힐링하고 있었다. 담당 팀장도 회의실 책상을 내가 원하는 대로 미리 변경해 주고, 자료를 인쇄하여 나눠주는 등 도움에 진심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미심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마지막 4회차 교육 때 센터장과 함께 참관해보라고 권유했다. 두 사람은 2시간 가까이 우리 뒤편에 있는 책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참석자들이 <책 질문지>별로 돌아가며 스스럼없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듣는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참석자들이 자기의 속 이야기를 거침없이 꺼내서 말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사람들이 어울려 소통할 수 있는 너무나 멋진 프로그램이란 걸 알았다고 했다. 회차 교육이 끝난 후 아직 봉사활동을 할 곳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리끼리 매월 1회씩 정기 모임을 하겠다고 말했다. 담당 팀장은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하며 우리가 원하는 매월 세 번째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자원봉사센터 소회의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확정했다.
그녀는 외부 봉사활동을 위해서도 발 벗고 나섰다. 몇 군데 복지관에 연락해서 <이야기 나눔>이 소통을 위한 근사한 프로그램이라고 자랑하면서 운영해 보라고 강력히 권유했다. 실제로 강동노인복지관 팀장은 그녀에게 권유받고 바로 나에게 연락했다. 올 하반기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10회 정도 운영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바로 계획안을 만들어 보내줬다.
8월부터 매월 1회씩 강동자원봉사센터에서 이야기 나눔 봉사단 정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예비 이야기 나눔 지도사를 양성해서 그들과 함께 <이야기 독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또한 강동노인복지관에서는 자원봉사센터의 도움으로 하반기에 <책 질문지 이야기 나눔 독서 교실>을 임시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행운을 잡았다. 내년에는 정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며 힐링토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