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역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이웃과 지역을 연결하는 중요한 커뮤니티의 허브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춰 다양한 분야의 책을 통해 지혜와 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흔히 보기 어려운 독립 출판물이나 지역 작가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 신학기가 되면 각종 참고서나, 문제집으로 즐비가 되어있어 교복을 입은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열띤 문의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역 서점은 이처럼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며, 책을 읽는 것뿐 아니라 토론과 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 서점을 지키기 위해 열정과 노력을 쏟고 있는 MD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열정과 노력, 고충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지역 서점에서 일하는 MD(Merchandiser)는 책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맡습니다. 이달의 책을 홍보하고, 책을 진열하며, 입출고 작업까지 책임지죠. 그래서일까요? 우리끼리는 '뭐든지 다 한다'는 농담으로 MD를 부르곤 합니다. 하지만 이 말에는 결코 과장이 없습니다. 아침 9시, 직원들이 출근하면 서점 안에선 컴퓨터의 전원이 켜지는 소리와 보안 해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이 소리와 함께 바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서점 곳곳을 간단히 청소한 후, 어제 반품된 책들과 새로 입고된 책들이 직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입고되는 책들은 주로 ‘북센’과 ‘출판협동조합(출협)’을 통해 발주되며, 오전에만 약 300권에 달하는 책들이 도착합니다. 그 외에도 출판사로부터 직접 들어오는 책들도 있습니다. 책 한 권을 들 때는 가볍지만, 수십 권이 든 묶음 다발이나 박스 작업은 다소 힘이 듭니다. 하지만 이 모든 무거운 작업은 서점 직원들의 몫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책을 들어 나르는 일이 반복되지만, 이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책들이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하게 됩니다. 매일 새로운 책들이 서가에 채워지고, 그 책들을 분류하고 진열하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갑니다. 각 책이 제자리를 찾고 나면 비로소 서점은 방문객을 맞을 준비를 마칩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손님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안내하며, 판매까지 진행해야 하는 바쁜 일상이 이어집니다.
입고된 책의 바코드를 찍고, 수량과 발주 목록을 비교한 뒤, 책을 인문, 철학, 문학 등 카테고리에 맞게 분류하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2시간가량의 엑셀 작업이 끝나면 비로소 서고로 책을 옮겨 서점의 풍경을 완성합니다. 그러나 일이 여기서 끝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서 책을 한가로이 읽는 서점 직원의 모습은 저희와는 거리가 멀기만 합니다. 대학교 도서관이나 학교에 납품될 책들에 라벨 작업도 해야 하고, 이 모든 과정 중에도 손님들을 맞이하며 책을 소개하고 판매까지 진행해야 합니다. 오전 9시부터 점심시간인 오후 1시까지는 그야말로 정신없는 시간이죠. 그러다 겨우 점심시간이 찾아오면 커피 한 잔과 함께 잠깐의 휴식이 주어집니다.
휴식 후에는 홍보 전단지 작업이 기다립니다. 다행히 요즘엔 캔바나 미리캔버스 같은 프로그램 덕분에 전단지 제작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오후에는 만화, 어린이 책, 월간지 등의 입고 작업이 이어집니다. 출판사 담당자들이 종종 찾아와 이달의 주력 도서를 논의하기도 하죠. 그들의 방문은 한편으로는 반갑지만, 이야기 주제는 늘 무겁습니다.
책 시장의 매출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서점을 찾는 발길은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아이들의 참고서와 문제집 덕분에 운영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역 서점 운영에 큰 어려움이 따릅니다. 매일 수십 권의 책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되지만, 팔리지 않는 책들이 많아 다시 반품해야 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팔리지 않은 책들을 반품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손님들이 책을 구매한 후 2~3일 뒤에 다시 반품을 요청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생깁니다. 손님들의 발길이 더 끊기게 될까 이유를 묻지 않고 환불을 해드리지만, 이로 인해 매출에는 부담이 생기게 됩니다.
반품 작업은 주로 일요일과 월요일에 이루어집니다. 수십 권의 책을 상자에 담고 포장한 뒤 다시 출고하는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고된 일입니다. 40~50권이 든 박스는 무겁고, 수레를 사용하더라도 직접 옮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이 작업은 몸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 서점이라면 직원이 많아 조금 나을 수 있겠지만, 지역 서점은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이 더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힘든 일들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습니다. 때때로 열리는 작가의 북토크나 독서 모임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작은 위로가 됩니다. 비록 정신없는 하루 속에 책을 읽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새로운 책을 만지고 디자인된 표지를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책의 향기만큼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행복입니다.
서점이라는 공간은 그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장소입니다. MD들의 일상은 이처럼 때로는 고되고 지치지만, 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오늘도 묵묵히 서점의 문을 열고 있습니다. 점점 줄어드는 방문객과 어려운 운영 현실 속에서도, 책과 함께하는 순간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면서 말이죠. 그러므로 오늘은 책이 주는 향기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지역 서점을 찾아 잠시나마 책과 함께 작은 쉼표를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