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고, 변화에 적응해야지만 살아남는다. 이때 트렌드는 이러한 변화의 방향성을 짚어준다. 그리고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넘어 변화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트렌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게 좋든 싫든 상관없이.
미래에 대한 소비 트렌드는 여러 현상을 기반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건, 그 정보의 양이 방대하고 또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러한 자료를 수치화하고 데이터적, 그리고 논리적으로 풀어서 설명해 주는 한 권의 책은 매우 실용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5』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 교수는 “지지부진한 정체가 계속되는 2025년, ‘작고 민감한 것들’ 그리고 ‘현재지향적인 태도’가 키워드에 반영됐다”라고 말하며 소비 흐름을 전망했다.
김 교수는 2025년의 10대 트렌드로 △문화적 취향이 다양한 사람을 뜻하는 ‘옴니보어’ △안온한 일상에 만족하는 ‘#아보하’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토핑경제’ △사람의 감정을 읽고 대응하는 능력을 갖춘 ‘페이스테크’ △작고 귀엽고 순수한 것을 선호하고 소비하는 ‘무해력’ △세계화와 로컬화의 결합을 의미하는 ‘그라데이션K’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물성매력’ △기후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그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기후감수성’ △다른 산업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공동 성장을 도모하는 ‘공진화 전략’ △나다움을 잃지 않는 자기계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원포인트업’을 꼽았다.
그중 ‘옴니보어(Omnivores)’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는 ‘잡식성 소비자’를 의미한다. 오늘날 사람들을 나이로, 성별로, 또는 소득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그건 잡식성 소비, 취향의 무한 진화, 집단의 경계가 사라지고 개인의 취향이 더욱 또렷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학부형 모임에서 다양한 나잇대의 부모들을 볼 수 있고, ‘젠더프리’ 패션이 급부상함과 동시에 성별에 따른 패션이 무의미해지고,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체험을 진행하는 것처럼 말이다. 김 교수는 “다가오는 2025년에는 지금보다 더 개개인의 차이를 중요시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며, “‘옴니보어’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교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이어 2025년에는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의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보하’는 오늘 하루 무사히 넘어간 것에 감사하며, 무탈하고 특별할 것 없이 평온한 하루를 통해 자신에게 집중하는 태도를 말한다. 불행한 것은 싫지만, 그렇다고 너무 행복한 것도 바라지 않는, 오늘날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에 가장 가까운 단어라 할 수 있다. 특히 과시하려는 성향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젊은 세대들은 행복 역시 자랑하고 과시해야 하는, 즉 ‘행복 강박’에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전의 ‘소확행’이 좋은 립스틱을 소비하는 것이었다면, ‘#아보하’는 좋은 치약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나한테 특별한 무언가를 통해 행복감을 더 키울 수 있는,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이라 덧붙이며 ‘#아보하’의 자세를 제안했다.
이외에도 김 교수는 다른 키워드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며 2025년에는 디테일한 작은 차이를 발견해 성장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경제가 정체하는 시기에는 작은 차이를 만들어내서 작은 성공을 축적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다가오는 2025년에는 큰 한 방보다는 작은 성취를, 저마다의 디테일하고 미세한 차별점을 만들어내기를 바란다”고 전하며 트렌드를 도출하고 생성할 수 있는 인사이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답답하게 정체가 계속되며 내일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은 시기에는, ‘현재’의 ‘자잘한’ 움직임이 중요해진다. 그렇다고 트렌드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나 인구구조는 멈추지 않고 변화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트렌드의 도도한 변화는 계속된다.
- 책 속에서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