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술을 반려하는 두 작가, 아니 두 명의 주정뱅이가 있다. 그리고 이 둘은 삶에 술을 반려한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모든 게 다르다. 주종도, 술자리 취향도, 술을 처음 접한 음주 문화도, 주사마저도. 책은 무엇 하나 맞지 않는 두 주정뱅이가 함께 술을 마시며 마주한 ‘쿰쿰한 나’에 관한 솔직한 고백이다. 우리 삶에는 수많은 결핍이 존재한다. 관계에서 비롯되는 상처, 꿈꾸는 일에 재능이 없다는 자각, 인정받고자 애쓰지만 닿지 못하는 기준선, 남들과 비슷해지기 위해 노력할수록 점점 선명해지는 소외감,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제자리인 초라한 일상.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키는 이 결핍은 때때로 우리를 좌절케 한다. 그렇게 두 작가는 살아남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버텼던 지난날과 지금을 편지에 거침없이 풀어낸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우린 묻게 된다. 우리에게 술은 도대체 무엇일까?
■ 취중 마음 농도
설재인, 이하진 지음 | 든 펴냄 | 370쪽 | 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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