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청춘의 이미지가 담긴 표지와 달리, 책은 저자의 ‘불운의 연대기’를 표방한다. 별명이 ‘연예인’이었다는 저자는 학창 시절 자신이 ‘그렇게까지 미인이 아니기에’ 여자친구가 되어줄 것 같은 애, 한번쯤 헤집어볼 만한 여자애였다고 설명한다. 그 ‘팔리는’ 재능을 살려 저자는 아이돌이 되고자 기획사에 들어갔지만 그 앞에 놓인 것은 데뷔 무대가 아닌 비인간적인 다이어트 강요, 그리고 섭식장애. 책은 이렇듯 청소년 여성으로서 맞닥뜨린 사회와 주변 세계의 교묘한(혹은 적나라한) 폭력들을 기록하며, 여성 청소년이 마침내 자기 자신의 시선과 언어로 서게 되는 여정을 그려낸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을 시종일관 위협받았던 이들이라면 이 저자의 불운의 연대기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볼 렌즈이기도 할 것이다.
■ 나는 거기 없음
곽예인 지음 | 위고 펴냄 | 208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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