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학교의 쉬는 시간.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쩌렁쩌렁한 노랫소리! 신입 영어 교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이 노래의 정체는?
"Oh I want something just like this~~"
"Doo doo doo doo doo doo~~"
바로,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와 일렉트로닉 듀오 체인스모커스의 ‘Something Just Like This’라는 곡이었는데요. 한국에서 크게 화제된 곡은 아닌데, 학생들은 이 노래를 어떻게 알고 쉬는 시간에 부르고 있던 걸까요? 그것도 제법 유창한 영어 가사로 말입니다.
발단은 바로 영어 수업 시간 5분 전에 있었습니다. 수업 끝나기 직전, 학생들에게 영어 음악을 들려주곤 했는데, 이 노래는 학생들이 하도 좋아해서 칠판에 가사를 적으며 설명해줬다고 해요. 그랬더니 학생들이 영어 가사를 알아서 외워왔다는 겁니다. 그것도, 아주 즐겁게요.
‘Something Just Like This’가 울려퍼진 이 학교는 직업형 특성화고교였습니다. 학생들에게 영어 성적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요. 그런데도 자발적으로 팝송을 떼창하는 걸 보고 신입 교사는 생각합니다. ‘음악으로 영어 수업을 준비해보자!’라고요. 그리고 교사는 노력합니다. 단순한 ‘올드팝송’ 수업이 아닌, 학생들이 정말 좋아하고 도움이 되는 수업을 위해서요.
책 『숨쉬는 영어교실』은 이렇듯 (좋은 의미의) '과몰입' 영어 교사가 새로운 시대의 '영어 교육'에 대해 고민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 책은 신입 교사였던 저자가 첫 발령지인 직업형 특성화고, 그리고 일반고를 거치며 학생들과 ‘영어'를 통해 더 넓은 세계에 가닿는 성장담이기도 하죠.
여러분에게 '영어 공부'란 어떤 의미인가요?
누군가에게는 수능 성적을 위해 문법책과 모의고사를 푸는 두려움의 시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AI 번역기의 시대, '굳이' 공부할 이유를 모르겠는 과목이기도 할 겁니다. (저자 역시 학교 현장에서 "쌤, 파파고가 있는데요?"라는 질문을 맞닥뜨렸다고 해요.)
하지만 저자는 특별한 수업을 통해 영어와 교감하며 성장해나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어 공부, 나아가 '언어 공부'의 의미를 스스로 깨닫게되면서 일어나는 변화였죠. 이를테면, 영어 수업이 중요하지 않던 특성화고 학생들은 영화 '레 미제라블'과 함께 혁명에 대해 배우며,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를 외워서 부르게 됩니다. 또, 수능 때문에 영어가 두려웠던 일반고 학생은 윤동주의 시를 영어로 직접 번역하며 언어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죠.
언어를 공부하는 것의 의미. 그 본질은 결국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되기 위함이었던 겁니다. 음악, 시, 영화 등. 직접 번역하고 외우며 예술과 깊게 연결되는 기쁨, 서툴러도 조금씩 다른 나라의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는 성장의 경험. 나아가 자기자신에 대해서도 새로운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언어 공부가 선사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 모든 것은 AI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경험입니다. 오직 스스로가 체험할 때 누릴 수 있는 기쁨이죠. 마치 그 누구도 내 춤을 대신 춰 줄 수 없는 것처럼요. 그래서 이 책은 학생들만이 아니라 학교 밖 어른들을 위한 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워 새로운 세상과 연결되는 기쁨은 지금 당신에게도 열려 있으니까요.
[독서신문 유청희 기자]
『숨쉬는 영어교실』
신수영 지음 | 롤러코스터 펴냄 | 188쪽 | 16,7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