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희의 PR 토크] 오너 리스크와 월마트 
[박찬희의 PR 토크] 오너 리스크와 월마트 
  • 박찬희
  • 승인 2024.08.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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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희 ㈜박찬희 PR 대표
박찬희 ㈜박찬희 PR 대표

기업주들의 잘못된 경영판단이나 자질부족, 비리 등이 기업을 위기에 빠트리는 것을 오너 리스크라고 한다. 총수들이 적은 지분으로 지주회사 등을 통해 경영권을 행사하려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지배 구조도 한 원인일 것이다. 글로벌, 온라인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면서, 오너 리스크는 이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해야 하는 주요 과제가 되었다.

오너 리스크 뉴스를 언론에서 접할 때마다 나는 한때 몸담았었던 월마트를 떠올린다. 창업주가 사망한지 40년이 다 되어가지만, 문어발식 확장은커녕, 한눈팔지 않고 유통업의 한 우물을 파오면서도, 여전히 세계최대 기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창업주 샘 월튼(1918-1992)에 의해 지난 1962년 미국 중부 아칸소주의 작은 소매점으로 출발했다. 미국의 경제공황기 세대답게, 그는 고객의 돈 1달러까지도 아끼는 것이 유통업의 존재 이유라며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상시저가’(Every Day Low Price) 정책으로 미국의 유통업계를 평정했다. 광고와 바겐세일 없는 창고형 상시저가 전략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모험이었지만,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할인점 시대가 열렸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월마트 성장의 비결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안정적인 지배구조이다. 창업주 일가의 지분은 1970년 기업공개 당시 61%에서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50% 선을 유지하고 있다. 샘월튼은 주식을 절대로 팔지 말라고 가족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그의 유지를 받든 오너가 덕분에 월마트는 3대째 든든한 재정적 울타리 안에서 고유문화를 지키며 혁신을 지속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소유와 경영의 철저한 분리이다. 내가 일했던 2000년대 초반, 당시 CEO 리 스캇은 평사원으로 입사해 COO, 부회장 등을 거쳐 그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다. 재임 중 월마트가 포춘지 선정 세계 최대 기업,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에 동시에 올랐음에도, 언제나 업의 본질에 충실하고 겸손할 것을 전 세계 월마트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나는 아직도 “우리는 예외에 의해 평가받는다”(We are judged by our exceptions)는 그의 메시지를 기회 있을 때마다 종종 인용한다. 

월마트는 한국시장에 지난 1998년 진출해 2003년 주식을 국내 유통업체에 전량 매각하고 철수했다. 월마트의 철수 원인에 대해 한국시장 적응실패를 큰 이유로 꼽았지만, 이는 월마트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월마트는 한 번도 규모에서 1등을 목표로 한 적이 없었고, 조용하게, 장기적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월마트의 이러한 투자 의지를 꺾은 것은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배타적 시장 환경이 더 큰 이유라고 아직도 생각한다.

모든 직원이 각자 업무 분야에서 ‘언제나 낮은 비용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PR 활동도 예외가 아니었다. 경쟁사의 ‘애국’ 마케팅이 집요했음에도, 세계 1위를 과시한다거나 과도한 접대, 대대적 광고 등의 맞대응을 자제했다. 직원과 지역사회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PR 활동에 집중하면서, 나 또한 PR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었다. 

월마트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기업들은 안방에서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과  경쟁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월마트의 모범적인 지배구조는 오너 리스크에 취약한 우리 기업들에게 좋은 영향과 자극을 주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가끔 샘월튼의 어록이 새겨진 머그를 꺼내보며, 그 아쉬움을 달랜다. 머그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Have Fun. Show Enthusiasm. Smile and Be Happy. 월마트는 한국을 떠났지만, 개인이나 기업이나 진정한 성공과 행복은 열정과 여유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가르침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 마음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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