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부적합한 감정이라는 것은 없다.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분노는 예측 불가한 폭탄이 아니라 행동의 방향을 가리키는 강렬한 에너지가 된다. <40쪽>
우리는 완벽하지 못한 존재다.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선 한참 부족하고 무능해 보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타인을 실망시킬 수도 있겠지만, 나 자신에게 중요한 것에 주의를 쏟느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겠다는 용기를 가지는 것, 그 경계 바깥에 있는 것에는 힘을 빼는 것. 그것이 무결한 완벽을 강요하고 불안을 조장하는 세상 속에서 꿋꿋이 자기 삶을 살아내는 길일 테다. <51쪽>
분노, 불안, 외로움과 같은 밀어내 버리고 싶은 감정도 우리에게 충족되지 않은 욕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고마운 신호로 볼 수 있다. 불안감을 느낄 때 마음을 들여다보면 나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싶은 욕구가 그 아래에 있을 것이다. (…) 이처럼 내 감정을 살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아래 어떤 욕구가 있는지 잘 살펴보면 지금의 나를 훨씬 잘 공감할 수 있게 된다. <125쪽>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 것이 중요할수록 상대의 기대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워진다.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내게 중요한 바람이나 선호를 포기한다는 의미다. 혼자 있고 싶지만 상대가 실망할까 봐,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 않지만 상대가 원하기 때문에 응하는 식이다. 막상 해주기로 한 당일이 되면 그 일이 얼마나 싫었는지 절절히 깨닫게 되고, 그런 제안을 한 상대가 원망스러워지기도 한다. 그럴수록 타인의 거절 또한 낯설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이만큼 내 바람을 누르면서 너의 의견에 맞추는데, 왜 너는 내 의사를 거절하는지’ 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나를 그만큼 배려하지 않는 건가’ 하는 서운함도 차오른다. 이 정도가 되면 잠깐 멈춰볼 필요가 있다. 나와 타인과의 경계가 흐려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131쪽>
지루함이나 긴장, 피로와 같은 몸에서 주는 사인을 소홀히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만 애쓰고 잠시 놓아보라는 요청이다. 깊은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가 수면 가까이로 올라와 호흡하는 순간이 필요하듯 우리의 몸도 쉼이 필요하다. (…) 계속 생산적인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 누군가의 기대, 과도한 책임감,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을 다 제쳐두고 쉰다는 것은, ‘나를 향한 모든 압박’에 저항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86쪽>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을 지지한다는 의미이며, 여기에는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 비난이나 혹평에 분노로 반응하는 것, 의견을 드러내는 것을 포함한다고 했다. 나의 마음을 침묵 속에 가두지 않고 표현하는 이 모든 행위는 나를 지지하는 행동이다. (…) 지레 짐작한 상대의 기분보다 내 몫을 좀 더 챙기는 욕심을 부려보기를,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197~198쪽>
내 마음에 확신의 물을 채울수록 타인의 반응이나 의견이 덜 중요하게 느껴졌다. (…) 타인과의 조율이나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것은 그다음의 일이다. 내 마음을 알아야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 구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205쪽>
[정리=이세인 기자]
『성격 좋다는 말에 가려진 것들』
이지안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 392쪽 | 18,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