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레의 육아에세이] 쉼을 위한 노력
[스미레의 육아에세이] 쉼을 위한 노력
  • 스미레
  • 승인 2024.06.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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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너무 센 거 아닌가?’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이다. 솔직히 몇 장 뒤채고는 책을 덮고 싶었다. ‘약물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 날아온, 속이 울렁거릴 만큼 불편한 중독 사례들이 줄을 이었다. 게다가 굳이 따지자면 자극을 반기는 도파민 형 인간이라기보다 자극을 피하고픈 세로토닌 형 인간에게 이건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고냐 스톱이냐. 망설이며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 힘이 들어간 건, 자신 또한 탐닉의 경험이 있다는 저자의 고백이 나온 때부터다.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인 저자가 로맨스 소설에 빠져 가정도 진료도 미뤄 둔 채 몇 년인가의 세월을 허송했다고. 그 솔직함에 박수를 보낼 즈음, 단도직입적인 저자의 음성이 들렸다. ‘그런 경험, 당신에겐 없나요?’

물론 내게도 그런 경험은 있었다. 아이가 어리던 시절, 아이가 잠든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지만 실패했던 긴긴밤들이 있다. 피곤에 절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밤, 주로 하릴없이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다 잠이 들었다. 그 시간에 잠을 더 잘 걸 하는 생각은 거울을 볼 때만 잠시 스쳤다. 매일 눈 아래 그늘이 지고 입술은 보기 싫게 터 있었다. 일찍 자야 하는데, 그러기엔 이미 밤만 기다리며 사는 삶이 되어버렸다.
잠든 아이를 확인하고 몰래 방에서 나와 쇼파에 잠기는 건 그때 내게 허락된 최고의 보상이었다. 마침내 집에 온 기분이랄까. 그러나 뭘 하기엔 너무 이르거나 늦은 시각. 습관처럼 만만한 스마트 폰을 집어 들곤 했다. 하지만 이런 자극은 일시적으로 도파민을 분출하여 피곤을 키울 뿐이었다. 쉰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고, 잠깐 본다는 게 새벽 3시를 넘기 일쑤였다.
더 큰 문제는 아침이었다. 매일 어젯밤을 후회하며 깨어났다. 눈을 떠도 머릿속에 뿌옇고 뜨거웠다. 아이가 하는 말은 분명 한국말인데 해석이 안 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질 때쯤 알게 되었다. 내겐 ‘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날부터 핸드폰을 볼 때마다 타이머를 설정해놓았다. 특히 쇼핑과 SNS는 에너지 뱀파이어이기 때문에 폰 배터리가 10% 미만으로 남았을 때만 하기로 했다. 조금 있으면 알아서 꺼질 테니까. 낮에는 걷거나 자전거를 탔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낸 후에야 편안히 잠드는 일상이 자연스러워졌다.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미디어, 맛집, 게임, 알콜 등 자극 중독을 부추기는 요소가 널린 요즘, 우리는 자신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 충전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쉬려다 더 지쳐버리는 일이 생긴다. 가슴에 손을 얹고 따져봐야 한다. 충전 시간마저 근사하게 보내야 할 것만 같아서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밀려나고, 지금 쥔 것보다 더 많은 걸 쥐려 하는 건 아닌지.

저자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모든 쾌락에는 대가가 따르고, 거기에 따르는 고통은 그 원인이 된 쾌락보다 더 오래가며 강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즐거운 자극에 오랫동안 반복해서 노출되면 고통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은 감소하고, 쾌락을 경험하는 기준점은 높아진다.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 쾌락을 택하지만, 고통과 쾌락은 쌍둥이 같아서 쾌락을 반복 선택하다 보면, 쾌락 역시 고통이 되고 마는 것이다.
남편과 나는 아이에게 '하고 나서 기분 좋은 일을 하자'는 말을 하곤 하는데, 맥락이 통한다. ‘당장 즐거울 뿐’인 일을 하면, 끝난 뒤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쾌락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른다. 그렇게 쾌락과 고통은 균형점을 찾아간다. 저울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수평 상태를 유지하는 것. 그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저자는 쾌락과 고통 사이의 균형을 찾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자신의 치부를 들추면서까지 어려운 내용을 친절하고 쉽게 풀어주려는 그 노력이 자못 고맙다.
그러나 자극 중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주위 사람들과 온화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무엇보다 현재라는 십자가를 피하지 말고, 온 마음을 다해 충실히 지고 가는 것.
모든 것이 쉽고 편리하지만, 끊임없이 그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지는 기묘한 세상을 오늘도 우리는 뚜벅뚜벅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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