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구호만 늘고 청년정치인은 줄었다
‘청년’ 구호만 늘고 청년정치인은 줄었다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4.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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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이 끝난 지 벌써 두 달이 넘은 지금, 돌이켜보면 이번 지방선거에는 한가지 특이점이 있었다. ‘청년’이란 단어의 부재. 취업·주거·결혼·육아 등 청년 문제가 한국 사회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청년’의 구호는 늘고 이들의 표심을 잡으려는 정치권의 구애는 뜨거워지지만, 정작 청년정치인이 설 자리는 없었던 것. 세대를 대표할 정치인의 부재는 곧 그 세대를 대표하는 정책이나 문제를 대변하고 해결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말과도 같다. 그리고 결국 정치력의 불평등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일각에서는 청년정치인들이 제 역량을 다하지 못한 점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역할을 못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정치권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청년들이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라 그들에게 역량을 펼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것 아닐까.

"여성가족부가 지난 4월 29일 발표한 202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가운데 약 8명인 83.7%는 청소년도 사회문제나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제시하는 등 사회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 청년세대의 경제적 기본권 보장을 위해 청년정치 활동이 중요하며, 정치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연령 제한 등을 없애고 청소년기부터 정치 경험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사실 정치 선진국들을 보면 어릴 때부터 정치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인식이 넓게 깔려있는 걸 볼 수 있다. 때문에 10대 때부터 정치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교육하고 함께 토론하면서 정책 전문가로 발돋움할 기회 역시 많다. 청년은 전문성이 부족할 거라는 불신을 지우기 위해, 단순히 사회적 이슈성이나 정체성으로만 보지 않기 위해 청소년 때부터 정당 활동에 참여해 정치인으로서 가져야 할 역량뿐만 아니라 전공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우기도 한다.

한국도 간혹 정치 아카데미(?)라 불리는 시스템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일회성인데다 강의 내용도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현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선배 정치인들이 강연자로 등장해 소속 정당이나 정책을 홍보하는 식의 강의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작 입법 정책적으로 필요한 실무 스킬을 쌓거나 기존 정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토론하는 시간은 갖기 어렵다는 게 예비 청년정치인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그래서 청년들을 위한 ‘정치 교육 플랫폼을 체계화’시키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여겨지는 지금이다. ‘이태원 참사’를 시작해 ‘채 상병 순직 사건’과 ‘전세 사기’ 문제까지. 많은 청년들이 죽어 나간 현시점에서 청년을 가장 중요한 의제이자 대상으로 먼저 인식하는 정치세력이 민생을 바로 잡을 수 있는 키포인트로 떠오르기도 하니까. 정치 꿈나무들을 어떻게 발굴하고 양성하고 교육할 것인지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정당 내부의 해결책보다는 외부적으로 정치 스타트업들의 역할이 더 대두되고 있다. 대표적인 단체가 ‘뉴웨이즈’다. 뉴웨이즈는 ‘다양한 개인의 영향력을 연결해 새로운 권력을 만들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젊치인(‘젊은정치인’의 줄임말로 뉴웨이즈가 만든 신조어)의 성장과 도전을 돕고, 2030 유권자를 연결하는’ 초당적인 비영리단체다.

정치는 단숨에 바꾸기 어렵다. 우리는 지방선거와 총선, 두 번의 선거를 준비하며 가능성을 보고 최선을 다한 부분도 있었지만, 어떻게 실패하면 좋을지 고심한 부분도 있었다. 공고한 기득권은 한 번에 바꿀 수 없고, 단번에 바뀌지 않는다고 해서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니 변화의 가능성을 향해 달려간다. 아주 조금 나아가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 선택을 한다. -『젊치인을 키우고 있습니다』 中

책 『젊치인을 키우고 있습니다』의 저자이기도 한 뉴웨이즈는 2가지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하나는 ‘다양한 젊치인과 유권자를 더 많이 만나 함께 만들어갈 변화의 주인공으로 초대하고 싶은 마음’, 다른 하나는 ‘기존의 관성을 바꾸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무언가 시작하는 팀들에게 경험을 나누고 싶은 마음’. 그리고 이들은 말한다. 향후 수십 년간 이 사회의 책임있는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지금의 청년이 주변인이 아닌 주체로서, 사회 변화의 근원지인 정치의 장에 등장하고 앞장서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일이라고.

사회문제에 대한 적절한 판단과 대응을 할 수 있으려면 오랜 경험과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다양한 시각과 접근법, 그리고 청년들만이 가진 독특한 경험과 느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청년세대 스스로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직접적으로 사회와 정치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청년세대가 겪는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면서 당사자주의에 입각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은 결국 청년일 수밖에 없으니까. 저출산 문제를 어르신들이 해결할 수 없고, 여성의 문제를 남성이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듯,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의 어려움을 과거 20~30년 전 청년기를 겪은 세대가 풀어내기 힘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22대 국회로 넘어간 연금개혁에서 청년정치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청년을 대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는 답이 없다고 절망하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눈 감고 귀 닫게 되는 사람이라면, 책 『젊치인을 키우고 있습니다』에 담긴 이들의 실험과 도전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정치를 재미나고 신나는 일로 만드는 저자들의 시도를 보며, 어쩌면 바뀔지도 모른다는 낙관, 다음엔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 하는 설렘을 갖게 될지도 모르니까.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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