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이 너의 죽음을 이길 수 있을까...책 『미 비포 유』
내 사랑이 너의 죽음을 이길 수 있을까...책 『미 비포 유』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4.06.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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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미 비포 유』는 윌과 루이자, 환자와 간병인으로 만난 두 사람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이끌리는 과정을 담아냈다. 6개월 뒤에 생을 마감하려는 윌과, 남은 시간 동안 그의 선택을 되돌리려 하는 루이자. 몸이 꺾인 윌과 마음이 꺾인 루이자가 서로의 삶을 지켜내려 분투하는 모습은 보는 우리로 하여금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대부분의 로맨스 소설이 그러하듯이 소설 역시 기본적인 뼈대는 단순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이 마비된 부잣집 도련님과 꿈을 접어놓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가는 여주인공 캔디의 이야기. 후반부에 조력자살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부분이 조금 색다르기는 하나,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기에 소설에 마음이 끌리는 것 역시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시종일관 밝은 모습인 루이자의 모습과 그런 그녀의 노력 앞에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는 윌의 모습에서 두근거림과 설렘을 느낀다. 상대방의 마음을 갖지 못했던, 또는 상대방에게 마음을 선뜻 주지 못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있다. 마음을 주고받는 게 어렵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리 만족을 경험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당신 안에는 굶주림이 있어요, 클라크. 두려움을 모르는 갈망이 있어요. 대다수 사람이 그렇듯, 당신도 그저 묻어두고 살았을 뿐이지요.”

“대담 무쌍하게 살아가라는 말이에요. 스스로를 밀어붙여요. 안주하지 말아요. 줄무늬 타이츠를 당당하게 입고 다녀요.”

남녀 간의 사랑이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대담하게 살라는 메시지들이 다소 클리셰처럼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결국 우리가 말하는 것들의 본질은 가장 클리셰같은 것들 아닐까. 저자가 그려내는 끝없는 유머와 가벼운 대화, 가족, 친구들, 사랑을 하고 있는 남녀의 이야기. 소설은 우리를 둘러싼 지극히도 평범한 환경과 평범한 요소들이 만들어낸 단조로운 일상을 통해 삶에 대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 휠체어에 이렇게 앉아 있다 보면 가끔 죽도록 답답해져서, 이렇게 또 하루를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고 싶어진다는 걸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 말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려 살고 있고, 아직도 우리 아버지를 사랑하는 나를 용서 못 해요. 동생은 이번에도 또 나 때문에 자기가 뒷전이 됐다는 사실 때문에 날 원망하고 있지만… 내가 불구가 됐다는 얘기는 어렸을 때부터 죽 그래왔던 것처럼 나를 제대로 미워할 수도 없다는 뜻이죠.

조력자살이라는 매우 민감한 주제를 다룸으로써 평범한 로맨스 소설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훌쩍 뛰어넘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삶의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나는 얼마만큼 스스로 결정하고 있는가, 다른 누군가에게 선택권을 넘겨주진 않았나, 죽음도 내 삶의 일부라면 스스로 삶의 마지막을 결정할 권리는 존중받아야 하는 것일까… 이렇듯 책이 주는 여운은 책을 덮고 난 뒤 남은 우리의 삶에도 깊이 관여한다. 삶의 결정권이 누구에게나 허락된 사치가 아님을, 적어도 내 삶을 결정하고 책임질 힘은 내 마음속에서 발견해야 한다는 울림 있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소설이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독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책으로 회자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난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걸 알아요. 당신이 선택했을 만한 길은 아니지만, 내가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걸 알아요. 그리고 나 이 말만은 할 수 있어요. 당신 덕분에…… 덕분에 내가 꿈꿔보지도 못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당신이 아무리 고약하게 굴어도, 당신과 함께 있으면 행복해요. 당신은 자신이 초라하게 쭈그러들었다고 느낄지 몰라도, 난 세상 그 누구보다 그런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겉으로만 봤을 때는 젊은 남녀의 사랑을 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소설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의 반짝거림과 서로에 대한 존중에 그 무게를 둔 것을 알 수 있다. 안락사의 무게감을 의도적으로 덜고자 하는 것에는 관계의 결과론적인 무언가보다는 서로가 알아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쌓여가는 마음의 무게를 더욱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윌의 이야기를 통해 루이자는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고, 현실에 발목 잡혀있던 루이자의 사랑을 통해 윌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쩌면 소설이 말하는 사랑이란 ‘사랑하는 이들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전이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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