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혐오와 차별은 공기처럼 은은하게 퍼져있다.
“혐오라 하면 여성, 외국인, 성소수자. 장애인을 먼저 떠올리잖아요. 거기에 ‘비만혐오’는 없어요. 비만인도 소수자인데 말이죠.”
“차별받는다고 말하면 ‘살을 빼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반응이 전부예요. 하지만 그게 가능했다면 지금까지 수많은 다이어트 관련 약이나 프로그램 등이 끊임없이 개발될 수 있었을까요?”
그렇게 ‘비만혐오’는 이야기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비만인들을 향한 혐오는 끊임없이 몸에 ‘도덕’적 평가와 판단을 내리며 죄책감을 부여한다. 비만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부정적인 피해를 미치며 금전적으로든 혹은 반성과 다이어트를 통해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러한 사회적 차별과 낙인은 존재에 대해서 자꾸만 사과하게 만든다.
그런데 과연 이 사과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책 『비정상체중』은 오랜 시간 견고하게 자리 잡은 비만혐오의 문화를 파헤치며 이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무너뜨려 왔는지 드러낸다.
저자는 타인에게 큰 피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누구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자유롭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마다의 사람들은 존재하는 그대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으니까.
그리고 이러한 비만혐오에 대항하는 목소리는 같은 맥락에서 여성, 장애인, 외국인, 성소수자 등 약자를 둘러싼 논의와 함께하기 때문에 더욱더 중요하다.
그동안 당연시되었던 비만혐오에 대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임과 동시에 저자의 말마따나 “뚱뚱함을 지향한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 『비정상체중』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몸을 지나치게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신체 성찰’이라고 하는 새로운 지향점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
“신체 성찰은 우리가 세상에서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근본적으로 의문을 갖고 재평가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답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할 의무가 없다.”
『비정상체중』
케이트 맨 지음|이초희 옮김|현암사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