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생에게 절망은 공기처럼 떠돈다. 조부모 세대처럼 '전쟁'은 경험하지 않았지만, 학창 시절부터 고도화된 신자유주의가 삶을 관통했다. 그중 1990년생은 유년기와 성년기에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여파를 보다 더 직접적으로 겪은 세대다. 『우리는 절망에 익숙해서』는 바로 그 1990년생 저자가 자기 삶을 재료로 펼쳐 보이는 최근 몇 년간의 한국 사회 요약본이다. 1인 시위를 하는 선배를 멍하니 지켜보던 대학 시절 풍경, 술자리에서 신념을 숨기지 않았을 때 찾아오는 냉랭한 분위기.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더욱 짙어진 정치적 무력감이 208쪽에 걸쳐 빠르게 흘러간다. 그래서, 이 책이 '절망'에 대한 보고서냐고? 그럴 수도 있지만, 저자는 이 절망적인 풍경 끝에 또다시 '정치'라는 이름의 희망을 찾는다. 비슷한 절망감을 느껴온 '90년대생'에게, 그리고 그토록 '90년대생'을 궁금해하던 기성세대에게 권할 만하다.
■ 우리는 절망에 익숙해서
희석 지음 | 발코니 펴냄 | 208쪽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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