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평범한 일상기록에 그럴듯한 제목을 붙이면 생기는 일
[책 속 명문장] 평범한 일상기록에 그럴듯한 제목을 붙이면 생기는 일
  • 한주희 기자
  • 승인 2024.04.04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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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내 하루를 기록한다는 것, 그걸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나아가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용기를 얻는 기분이었다. <6쪽>

교수님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스치듯이 지나가는 생각들을 기록하는 것’이라며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우리는 하루 동안 떠오르는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그냥 흘려보내곤 한다. 거기엔 의미 있는 것들이 꽤 많음에도 기록하지 않아 사라져 버리는 것들이 너무 많아. 짧게라도 적어두고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수첩을 꺼내서 읽어봐라. 그게 너희들의 자산이고 보물이 되는 거야.” <15쪽>

우리가 가진 기억에는 별도의 삭제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오래된 기억이라고 해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가장 최근 기억이라고 해서 쉽게 떠올려지는 것도 아니다. 애써 잊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잊힐 수 있고, 떠올리려 애쓰지 않아도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릴 수 있다. 매 순간 행복했던 기억만 간직할 순 없겠지만, 좋은 추억과 함께 영원토록 살아갈 순 없겠지만, 아직 그날의 공기마저도 기억하고 있는 나는 이 기억이 더 옅어지기 전에 이렇게나마 짜릿했던 그날의 전율을 글로 남겨본다. <30쪽>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 시기도 막상 닥쳐보니 단순한 내일에 불과했다. <175쪽>

그때 알았다. 힘내라는 말 백 마디보다 잘하고 있다고, 괜찮다고, 널 믿는다는 말이 왜 힘이 된다고 하는지를. 이미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힘을 내고 있었기에 힘내라는 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187쪽>

내게 던져진 질문에 쉽사리 ‘나는 외로움을 타지 않아’라고 확신하기가 어려워졌다. 늘 주변에 어울리는 사람이 많았고, 사랑방이자 아지트가 되어준 우리 집이 있었고, 처음 본 사람과도 어울릴 수 있는 성격과 전화 한 통이면 나와 주는 든든한 친구들이 곁에 있었다. 서른을 기점으로 가까운 지인들조차 1년에 한 번 겨우 얼굴을 볼 정도로 시간 맞추는 게 어려워지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외로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264쪽>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바라는 그 마음을 제목에 달아보면 그만이다. 중요한 건 행복한 하루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한 하루에 행복을 부여한다는 데 있다. 얼굴 모를 누군가의 이야기라 생각하며 일기 속 나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네 보자.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 당신의 일상기록이 그렇게 계속될 수 있기를 응원한다. <271쪽>

[정리=한주희 기자]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노승희 지음 | 미다스북스 펴냄 | 272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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