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려은의 데일리 소나타] 인연의 꽃을 피우기 위해
[이려은의 데일리 소나타] 인연의 꽃을 피우기 위해
  • 이려은
  • 승인 2024.03.01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려은(민재)      수필가 / 비올리스트 / 목포시립교향악단 viola 상임 수석 연주자 역임
이려은(민재) 수필가/비올리스트
/목포시립교향악단 viola 상임 수석 연주자 역임

모차르트의 음악 레퀴엠 d 단조의 슬픈 선율이 가슴을 적신다. 36살 젊은 나이에 이승을 하직한 그 아닌가. 모차르트하면 그가 지녔던 천재성과 함께 최대 걸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음악이 귓가에 맴돌 곤 한다.

그는 5살이 되기도 전에 작곡을 시작한 음악 천재다. 6살 땐 바이올린으로 푸가를 즉흥 연주할 정도였다. 그의 천재성은 실로 놀라웠다. 이 때 이미 미뉴에트를 작곡했으며 8살 때는 교향곡을, 11살 때는 오라토리오 그리고 12살엔 오페라까지 작곡한 모차르트 아닌가.

이런 모차르트였기에 일찍부터 빈에서 많은 이들로부터 그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그의 음악을 듣기 위하여 황제나 귀족들이 연주회에 자주 참석하곤 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자신의 명성과는 달리 젊은 날 재물에 대해선 무관심 했다. 이로 인해 일상에서 절약이나 저축을 등한시 하여 궁핍한 삶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악처로 명성 높은 그의 아내 콘스탄체는 낭비벽이 심하여 그를 더욱 가난으로 몰아넣었다. 만약 이렇듯 천재적인 음악성을 지닌 모차르트에게 검소하며 알뜰하고 지혜로운 아내가 있었더라면 어찌 됐을까? 모르긴 몰라도 경제적 여유로 병약함도 치유되어 젊은 나이에 요절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뿐 만 아니라 그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마지막 힘을 다하여 미완으로 작곡한 음악 ‘레퀴엠’도 완성곡이 되었을지 모른다.

이렇듯 인연은 참으로 소중하다. 모차르트 또한 콘스탄체 같은 아내와의 인연이 아닌 현명한 여인을 아내로 맞이했더라면 그의 음악적 성취는 더욱 빛나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마저 든다.

반면에 인생에서 맺는 좋은 인연이 삶의 전환점이 되어주기도 한다. 나에게는 그것이 한 오케스트라의 연주 영상이었다. 수 십 여 년 전의 일이다. 유독 음악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초등학교 4학년 봄날의 어느 날, 집안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다 우연히 어느 시립 교향악단의 연주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날의 연주 영상은 어린 나에게는 너무도 강렬하고 화려하게 다가왔다. 나는 이내 영상에 완전히 잠식되어 그 악단의 단원이 되어 음악을 연주하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이때의 경험은 나에게 오케스트라 연주자라는 꿈을 심어주었고, 오늘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나를 연주자로의 삶으로 이끈 인연은 또 있다. 어릴 적 다녔던 피아노 학원의 원장님이다. 당시 어머니께 졸라서 피아노 학원을 다녔는데. 내가 살던 동네의 허름한 건물에 위치한 음악 학원이었다. 말이 학원이지 교습소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비록 두 칸짜리 교실과 피아노 두 대가 전부인 학원이었지만 그곳 원장님은 남다른 혜안을 지녔던 분으로 기억한다. 훗날 이 원장님의 말씀 한마디가 나를 음악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그 학원을 다닌 지 두 어 달 지난 어느 날로 기억한다. 학원을 찾은 어머니께 원장님은, “ 민재가 음감이 뛰어나고 청음이 매우 발달했으니 향후 음악을 전공 시키면 훌륭한 음악가가 될 것입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을 때까지고 어머니는 나에게 음악적 소질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셨다고 한다. 당시 나의 진로에 대해 고민 하던 어머니에게는 원장님의 이 말이 구세주의 음성으로 들렸다고 한다. 당연히 어머니는 나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음악을 시켜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셨고, 이런 어머니의 결정에 따라 나는 초등학교 6학년 여름부터 내 영혼의 동반자인 비올라라는 악기를 만나게 되었다.

그 당시 유명한 비올리스트인 선생님으로부터 비올라 연주를 지도받던 첫 날, 비올라의 묵직한 소리에 어린 마음을 온통 빼앗긴 순간은 지금도 어제와 같이 생생하다.

이렇듯 인연은 한 사람의 인생관을 지배하기도 하고, 생의 전환점을 안겨주기도 한다. 나쁜 인연은 그 인생을 파멸에 이르게 하고, 좋은 인연은 삶을 행복하고 풍성하게 하니 말이다. 그 옛날 텔레비전의 오케스트라 영상이나, 피아노 학원의 원장님 그리고 비올라와의 인연이 오늘 나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인연으로 다가갈 수 있는 선생이 되고 연주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누군가의 삶에 또 다른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 말이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