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책과 식물은 삶의 정수(精髓)를 담는 그릇이다
[발행인 칼럼] 책과 식물은 삶의 정수(精髓)를 담는 그릇이다
  • 방재홍 발행인
  • 승인 2024.03.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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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에는 한국성경식물원이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한국성경식물원을 가꾸어온 박경선 장로를 만났다. 박경선 장로는 성경의 땅, 이스라엘에서 성경 식물 씨앗과 어린 묘목을 한국으로 가져와 직접 재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식물 속에 녹아 있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식물원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에게 성경 식물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있으며, 성경 식물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생을 바칠 만큼의 열정은 누구에게나 쉽게 생기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박경선 장로의 인생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떠오를 질문, 어떤 계기로 인해 식물에 천착하게 됐는지 물었다. 당연히 유년 시절부터 식물에 각별한 애정이 있었다거나, 식물과 관련된 애틋한 추억이 있었다거나 하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라 예상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마찬가지였으리라.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대답은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저는 식물에 대해서 전혀 모릅니다. 어려서부터 관심도 없었습니다, 원래 운동을 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태권도·합기도 7단이고, 유도·검도 각각 3단해서 통합 한 20단 정도 됩니다. 단지 예쁘고 아름다워서 식물을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그 하나하나에 어마어마한 메시지가 담겨 있으니까 키우는 것입니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식물을 키운다. 순서가 이렇게 되는 것이지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릇의 본질이 밥과 물 등을 담는 것이듯, 메시지를 품고 있는 식물이 있다면 그 식물의 본질은 담고 있는 내용물이 아닐까? 물론 장인이 정성스럽게 빚은 그릇은 그 자체로도 한 점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그 그릇이 밥과 물을 담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그릇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박경선 장로가 식물을 넘어, 그 속에 있는 메시지에 천착한 이유일 것이다.

책 『박경선 장로의 메시지가 있는 성경 식물 이야기』는 아래와 같이 전한다. “노아가 방주를 만들었던 ‘고페르 나무’는 임시로 머무는 유숙하다는 메시지가 녹아있고, 엘리야가 쓰러져 있었던 브엘세바 광야의 ‘로뎀나무’는 비참함의 메시지가 녹아 있으며, 유월절 그 밤에 문인방과 좌우 설주에 어린양의 피를 뿌리는 도구로 사용되었던 ‘우슬초’는 정결과 겸손을 상징하는 메시지가 녹아있습니다.”

“아론의 지팡이에서만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린 ‘아몬드’는 잠들지 않고 깨어 있는 영적 파수꾼을 상징하고, 삭개오가 올라가 예수님을 만났던 여리고 길가의 ‘돌무화과나무’는 잃어버렸던 모든 것을 되찾는 회복을 상징하며, 굶주림이 있는 이방인의 돼지우리 곁에서 탕자가 먹기를 원하였던 ‘쥐엄 열매’는 궁핍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책도 마찬가지 아닐까? 책은 종이, 잉크, 풀, 가름끈 등 단순한 재료로 이루어진 군더더기 없는 물질이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채우기 위해선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혹은 수십 년의 집필 시간이 투입된다. 책은 지식과 정보는 물론, 이 세상의 크고 작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주의 탄생과 역사까지 담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그릇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역량과 노력에 따라 무한대로 깊고 넓어질 수 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책을 양서(良書)라고 할 순 없다. 한 책은 값을 매기기 어려울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는 반면 다른 책은 책값이 아까울 만큼 형편없다는 혹평을 듣기도 하니 말이다. 이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어디서 올까? 바로 내용물, 즉 메시지다. 표지만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책은 책꽂이에선 멋스럽지만, 나의 무엇도 바꿀 수 없다. 모든 변화는 감상하는 눈이 아닌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식물 그 자체가 아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읽어내며, 책 그 자체가 아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더듬으며 어떻게 살 것인지 끊임없이 사유해야 한다. 메시지가 담긴 물질만이 나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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