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5대 전염병과 5명의 대통령으로 들여다보는 미국사
[책 속 명문장] 5대 전염병과 5명의 대통령으로 들여다보는 미국사
  • 한주희 기자
  • 승인 2024.02.19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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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파르티아 군대가 점령했던 셀레우키아에서 전염병이 발생했다. 전염병은 파르티아 군대뿐만 아니라 이들과 전쟁하던 로마 군대까지 확산되었다. 파르티아 제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로마 군대가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지나간 모든 지역에서 전염병이 발생했다. 5세기의 한 스페인 작가에 따르면, 당시 이탈리아반도 내 여러 도시와 마을에서 전염병이 발생했고 주민들은 전부 사망했다. 유행성 전염병은 이탈리아반도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라인강을 따라 북쪽으로 확산되면서 로마 제국 국경 밖에 있던 갈리아족과 게르만족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점에서 165년의 전염병은 한 지역을 넘어 여러 지역과 국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최초의 팬데믹이었다. <73~74쪽>

미국에서 콜레라가 처음 발생한 건 1832년 여름이다. 유행성 전염병이 처음 발생한 지역은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 뉴욕이었는데, 당시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조차 콜레라로 인한 사망률은 50% 이상이었다. 그러나 19세기의 의학 수준으로는 콜레라의 발생 원인을 밝히기가 어려웠다. 18세기 말 미국 사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던 황열병이 발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콜레라 발생을 둘러싸고 크게 두 가지 의견이 대립했다. 한 가지는 오염된 공기 때문에 전염병이 발생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사람 또는 물건을 매개로 전염병이 확산된다는 것이었다. <132쪽>

1918년 3월 미국 캔자스주에 위치한 펀스턴 병영에서 계절성 독감과 유사한 전염병이 발생했다. 당시 많은 병사가 38℃ 이상의 고열, 통증, 무기력함 등을 호소했다. 다수의 병사는 2~3일 정도 앓다가 회복했기에 당시 병영에서 이 질병을 ‘삼일열’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전염병에 걸린 병사 가운데 폐렴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전염병의 치명성은 심각해졌다. 한 통계에 따르면, 1918년 3월 한 달 동안 펀스턴 병영 내에서 발생한 폐렴 환자 가운데 약 20%가 사망했다. <171쪽>

20세기 중반에 미국 사회의 소아마비를 통제하는 데 백신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소아마비 퇴치를 위한 미국 사회의 관심을 재고하는 데 누구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사람은 루즈벨트다. 치명적인 전염병을 통제하고 예방하기 위한 그의 노력이 백신 개발로 이어진 것이다. 루즈벨트는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누구보다도 대중을 설득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대중의 동의를 끌어내는 게 대공황이나 제2차 세계대전, 치명적인 소아마비라는 미국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수행하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233쪽>

[정리=한주희 기자]

『미국사를 뒤흔든 5대 전염병』
김서형 지음 | 믹스커피 펴냄 | 236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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