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각은 서예가만이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예가라고 다 할 수 있는 예술은 아닙니다. 문자학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유무에 따라 도장쟁이가 되기도, 전각가가 되기도 하죠.”
전각(篆刻)은 나무나 돌, 금속에 인장(印章)을 새기는 예술이다. 민화나 서예 작품에는 작가를 증명하는 낙관을 찍는데, 바로 이 낙관을 만드는 행위가 전각이다. 오늘날에는 도장을 찍는 의미가 짙어지고 있지만, 서예·전각가 박원규는 “문학과 회화, 조각을 하나로 모은 동양예술의 진수”라며 전각에 담긴 의미와 아름다움을 꾸준히 상기시킨다.
출판사 한길사는 14일 서울 중구 순화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박원규 전각을 말하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박원규 전각을 말하다』는 전각을 주제로 박원규 작가와 김정환 서예평론가가 진행한 대담을 엮은 미술서다. 지난 2010년 『박원규 서예를 말하다』를 통해 호흡을 맞췄던 두 저자는 전각예술의 역사와 뿌리, 역사에 이름을 남긴 작가들, 그들이 뽐낸 미학과 성취, 전각의 형식과 실기 등 전각의 매력을 이번 신간에 담아냈다.
전주에서 서예를 공부하며 독학으로 전각을 익혔던 박원규 작가가 본격적으로 전각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대만 전각가 이대목의 주백상간인(朱白相間印)을 접하면서부터다. 이후 대만으로 건너가 3년간 이대목 작가에게 전각 수업을 받은 그는 서예와 전각을 넘나들며 올해로 61년간 한국의 전통 예술 한길을 걸어가고 있다.
박원규 작가는 신간에 대해 “기존의 전각을 다룬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나 이미지가 아닌, 이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내용을 담으려고 도판이나 여러 가지 자료를 활용해 본문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였다”며 “특히 각 장 마지막에 소개되는 명가(名家)들의 구관(具款) 모음은 직접 고르고 그 원문과 함께 세심하게 번역하고 해설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총 12장으로 이루어진 책은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인주를 묻히지 않는 면에 인장이 품은 사연을 새기는 구관부터 각종 전각을 탁본해 기록한 인보(印譜) 등 역사상 손꼽히는 작품들을 실어 전각의 역사와 그 의미를 소개한다.
김정환 서예평론가는 “이번 신간을 통해 전각에 대한 열정과 애정, 생생한 감각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전각을 시작하고 싶은데 마땅히 배울 데가 없는 분이나 전각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얻고자 하는 분, 전각의 인문학적 매력이 궁금한 분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박원규 작가는 “2010년에는 『박원규 서예를 말하다』가, 2023년에는 『박원규 전각을 말하다』가 출간됐다. 그간 서예와 전각을 갈고닦으며 동양예술 한길을 걸어왔는데,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매듭지을 수 있는 최종 3부작을 완성하는 게 앞으로의 목표다”라고 전했다.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