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모습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먼저 느낄 수 있는 이유
우주의 모습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먼저 느낄 수 있는 이유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4.02.0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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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과학이 하는 행위는 사실 예술과 다르지 않다. 표본의 현미경 사진, 망원경으로 관측한 천체 사진, 수많은 동그라미와 직선으로 채워진 복잡한 그래프와 도표들. 모두 우주를 표현하는 한 편의 예술 작품이다. 과학자들이 컴퓨터의 엔터를 누르고 모니터에 그래프가 튀어나오는 그 순간, 우주를 묘사하는 새로운 그림이 완성된다. 과학자들이 논문 속 그래프에 대해 발표를 하는 일은 우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자신의 놀랍고도 새로운 발견을 무대 위나 전시회에서 뽐내는 일과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과학자들도 결국 우주를 나름의 수학적 표현 기법으로 묘사하는 또 다른 예술가다.

예술서이면서 과학서 같기도 한 책 『코스미그래픽』은 천문학자들과 예술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협업을 통해 우주를 이해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일련의 노력을 담았다.

천문학자 윌리엄 파슨스는 망원경으로 우리은하 안의 작은 성운으로 여겨졌던 나선 형태 성운들을 발견했다. 그림은 그러한 나선 성운 중 하나를 관측해 드로잉한 것으로, 현재 이 천체는 2300만 광년 거리인 소용돌이 은하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10년 뒤,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소용돌이치는 밤하늘을 ‘별이 빛나는 밤’을 통해 보여줬다. 미술가들은 당시 정신병원에서 환자로 머물던 고흐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그림이라고 해석해왔지만, 천문학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나선은하의 소용돌이 모양은 유럽 전역에 복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고, 고흐에게도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에게 고흐의 그림은 관측 결과를 왜 시각화해 남겨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증거가 된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연 천체인 달에 관한 지식도 많은 변화를 거쳤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달의 모양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시대적으로 달라진 달의 위상 그림을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단테의 우주 모델은 하늘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태양계 행성 5개, 태양과 달, 여기에 별들을 포함하는 하늘까지 총 9개의 천구로 구성된 중세의 우주관을 반영했다. 그림은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함께 ‘달의 천국’을 방문하는 모습으로, 이때의 달은 순수함을 상징하는 ‘첫 번째 행성’이다.

책에 담겨있는 시각적 유산들은 인류가 스스로를 이해해나가는 과정이 어떻게 발전되어왔는지, 수천 년에 걸쳐 인류가 인식하는 우주와 그 속의 우리 위치가 어떻게 끊임없이 흔들리고 바뀌어왔는지를 보여준다. 책의 가장 중요한 주제를 하나만 꼽는다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비밀스러운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나의 의식을 지닌 존재로서 등장할 수 있었는가’라는 미스터리(?)다. 물론 우주가 일부러 제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니다. 사실 우주는 곳곳에 다양한 증거, 힌트, 상징, 흔적을 뿌려두었지만 명확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답을 찾으려고 애쓸 필요 없다. 긴 설명이 필요 없이 그저 찬찬히 들여다보면 된다. 책을 보고 나면 전에는 그려보지 못했던 생생한 우주의 참모습이 저절로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우리의 감각 속으로 침투하며, 우리의 이성조차 무한한 경이로움에 빠져든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객관적인 천문학의 역사를 보여주는 책이 아닙니다. 하지만 때로는 모든 것을 충실하게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방식보다 오히려 주관적인 시선이 가미된 접근 방식이 문화적·역사적 사실을 더욱 잘 드러낸다고 믿습니다.

-코스미그래픽 中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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