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하나 돌보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노인 하나 돌보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4.01.28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명 중 1명이 노인이라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그 비중이 많은가요? 적은가요? 그나마 지금은 상황이 좀 나은 편입니다. 통계청의 ‘2020 고령자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6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43.9%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거의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노인이라는 겁니다.

『미래출현』 中

2025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지속하는 고령자 역시 꾸준히 늘어간다는 말과도 같다. 하지만 OECD에 따르면 한국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40%대로, 이는 OECD 평균(14.2%)의 3배 가까운 수치에 해당한다. 쉬면서 노년을 보내는 다른 나라의 노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은 노년에도 계속 일을 해야 하고, 그래도 여전히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일해도 가난한 현상’에 놓여있다는 말이다.

한국의 노인들이 중장년층처럼 왕성하게 일하면서 소득을 갖고 자기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일자리가 사실상 거의 없다. OECD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미성숙한 연금제도’에서 찾고 있다. OECD 평균 연금 소득 대체율이 50.7%에 이르지만, 한국은 31.6%밖에 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 노인이 받는 연금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연금이 적으니 일자리를 찾는 노인이 많을 수밖에 없는 노릇. 일자리 중에서도 질 낮은 일자리를 주로 차지하게 되고. 시간당 수입이 1200원밖에 안 되는 폐지 줍는 일을 하는 노인이 4만2000명에 달하는 이유다.

기초연금을 일괄적으로 인상할 게 아니라,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인층 내부의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는 점이 한국 노인 빈곤 문제의 두드러진 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 일자리 문제는 연령에 따라 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계층과 질 높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계층으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 은퇴 계층에 대해 재교육과 재훈련을 강화하면서.

노후에 세대 갈등은 고질병처럼 찾아온다. 연령 차별주의 이념을 토대로 세운 미래는 늙어가기에 척박한 곳이 되기 십상이다. (...)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로 알려진 사람에게는, 주는 자가 아니라 받는 자로 알려진 사람에게는 아무도 일자리나 자금을 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中

지금까지 가봤던 마트들을 떠올려보면 딱히 그럴싸한 시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대개 한 세대 혹은 몇몇 사람들을 타겟팅한 제품들을 보면 크게 여성, 남성, 아동들의 제품으로 나뉜다. 생각해보면 노인을 위한 제품들을 거의 본 적이 없다. 특정 인구에 몰려있는 사람들의 제품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질문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노인들, 그리고 고령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된다.

노인을 위한 상품이라 하면 보통 은퇴나 신체적 불편에 초점을 맞추곤 한다. 하지만 그러한 태도가 오히려 노인을 사회로부터 분리하고 그들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일이 되기 쉽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편견에 미세한 틈을 내는 게 우선이다. 노인과 경제에 대한 확실하고 단단하며, 분명히 현재의 시장 구조에 지각변동을 만들 수 있는 확실한 틈을. 이제는 노년을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시기로 인식해야 할 때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늙어가는 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가족이, 가까이 사는 친척들이 팀을 꾸렸다면, 가족 구성원이 점점 줄어드는 지금의 상황에선 한팀을 꾸리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자신이 사는 거주지 근처에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그리고 노인들이 안전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주는 것. 그저 노인들을 돕는 데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우리의 현명한 선택들로 새롭게 일구어낼 유산들은 분명 우리들의 자산이기도 한 셈이니까.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