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지난해에만 40만 명 이상의 영주 이민자를 받아들였고, 60만 명 이상의 임시 이민자를 받아들였다. 캐나다의 인구는 100만 명 증가했고, 그중 96%는 이민자들이다. 이민자 비율이 25%에 달하는데도 이민자 수용 규모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물론 지금도 반이민 정서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사실상 어떤 지표로 보아도 지구상에서 가장 친이민적인 국가임은 분명하다. 이렇게 다문화·다인종 국가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었던 건 이민자들이 캐나다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긍정적 인식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이민자는 늘어나고 있고, 언젠가 그들이 캐나다라는 사회를 견인할 때가 올 것입니다. 캐나다에서 만들어낼 변화도 당연히 있겠죠. 그 변화는 캐나다를 넘어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타마라 모휘니 주한 캐나다 대사는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캐나다 대사관에서 독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민 전문가들은 다른 문화의 유입으로 우리 사회가 더욱 풍부해지고 더 많은 선택의 기회가 열린다고 강조한다. 한국 정부도 과거 어느 때보다 이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캐나다 사례가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이민자에 대한 개방과 포용 정신, 그리고 경제성장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민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부분이다.
Q. <독서신문>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소감과 함께 독자에게 인사 부탁한다.
지금 대사로서 역할을 굉장히 즐겁게 수행하고 있는데, 이렇게 <독서신문> 독자 여러분께 한국과 캐나다의 관계를 얘기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좋은 교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Q. 작년에는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였다. 대사 개인적으로 의미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아주 엄청난 시간이었다. 한국의 전통에 따르면 60은 한 사이클이 끝나고 또 다른 사이클이 시작되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숫자라고 들었다. 마찬가지로 한국과 캐나다도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보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햇수만을 가지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두 나라가 그동안 이뤄왔던 성과들을 기념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발전해온 것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시기였다. 또 2023년 같은 경우에는 이제까지 맺었던 관계 중에서 더 좋아질 수 없을 만큼 강한 유대감을 느꼈다. 확실히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남다르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벤트는 트뤼도 총리의 방한이 아닐까 싶다. 총리가 지난해 5월에 방한해 양국 정상회담이 진행됐고, 공동선언문이 채택되었다. 그 과정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파트너십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특히 국회에서 한 연설은 인적 교류, 문화 교류 등 한국과 캐나다의 파트너 관계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 6월 서울국제도서전과 4월 광주비엔날레와 같은 한국의 굵직한 문화행사에 캐나다 예술인들을 초청한 일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2024년은 한국과 캐나다의 FTA 10주년으로 문화교류회가 시작되는 해이다. 작년에 문화적인 교류가 많았는데, 앞으로도 한국과 캐나다의 문화적 연관성을 찾는 일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특히 원주민 예술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더 많은 교류를 지향하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Q. 캐나다는 세계 최고 이민 강국이다.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캐나다는 다양한 인종과 나라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그래서 ‘누구든 환영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민에 있어 굉장히 강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있고, 다문화 정책을 도입한 이래 다문화부 설립, 다문화법 제정 등을 통해 다문화 정신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렇다고 캐나다 이민이 아주 쉽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어느 나라보다 캐나다 이민 시스템은 캐나다 국민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다. 모든 시스템에 있어서 공정함과 평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민을 수용하고 거부하고에 대한 논쟁거리가 없다.
더불어 이민자의 자세도 중요하다. 이민자들이 자신을 이방인이나 이등 시민으로 생각하면 이민 제도는 정착될 수 없다. 캐나다는 이민자들이 캐나다 사회의 구성원들과 동질감을 가질 수 있도록 시민권을 적극적으로 부여한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캐나다의 이민 정책을 살펴보면 꾸준히 수용적인 기조를 보여왔으며, 이는 사회 전반에 다양성이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캐나다 정부 내각이나 대사의 20% 이상이 유색인 것과 2025년에 50만 명의 새로운 이민지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이 그 증거다. 내 조상들만 해도 150년 전에 캐나다로 이민 온 이민자들이었다.
Q. 캐나다 국민이 생각하는 가장 큰 삶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양성이야말로 캐나다의 가장 큰 강점이다. 아마 다양성 없이는 캐나다가 현재 위치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프랑스 문화권과 영어 문화권이 공존하는 지점을 찾아야 했던 캐나다는 언어, 종교, 민족성 등 다양성을 포용해야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후 역사를 거치며 젠더 다양성의 중요함도 인식했다.
캐나다 언론이라든지 각종 연구에 비춰서 보면 다양성도 있지만, 자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캐나다를 다른 나라와 구분 짓는 몇몇 가치들이 헌법에 쓰여 있는데, 그중 공동체의 가치를 특별히 존중한다. 캐나다는 어느 집단이든 소외시킬 때 공동체 전체가 무너지고, 모두를 포용할 때 사회가 한발 나아간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지금 얘기했던 다양성, 자유, 공동체는 캐나다 사람들이 다른 가치들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다.
Q.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책이 이번에 대사관에서 만든 책이라고 들었다. 책에 대해 소개해 달라.
『Take Your Seat, 함께』라는 사진집으로 ‘카메라’와 ‘의자’를 연결 매개로 삼았다. 한국과 캐나다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다른 점들이 많지만, 바다, 산, 계곡, 특히 시장을 보면 사람 사는 모습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동질성과 유사성을 찾아내서 ‘한국과 캐나다는 떨어져 있지만 같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라는 걸 담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캐나다에 있는 한국 대사관이랑 같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모든 장면에 빨간 의자가 등장한다. ‘월리를 찾아라’처럼 의자를 찾아내는 게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재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웃음)
다음으로 소개해주고 싶은 책은 『캐나다 아동문학』이라는 책이다. 이번 수교 60주년 기념해 한국영어영문학회랑 같이 출판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캐나다 아동문학 혹은 캐나다 문학을 소개하는 첫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캐나다 고전 작품에 대해 평가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캐나다의 정체성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역사는 짧지만, 캐나다 또한 캐나다적인 상상력과 풍토를 지닌 아동문학이 태동하고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책이다.
Q. 그렇다면 캐나다 문학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다양성을 빼놓을 수가 없다. 굉장히 중요하다. 캐나다 사람들 누구를 막론하고 다양한 배경, 문화, 역사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 없다. 원주민의 시각으로 본 캐나다의 모습, 이주민이 들어오면서 달라진 사회의 모습, 현재 이민자들의 모습을 다루는 문학이 많다. 또 하나는 이중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영어만큼이나 프랑스어로 이루어진 문학도 많다. 두 언어를 통해서 캐나다의 문학이 굉장히 풍성해졌다고 할 수 있다.
Q. 캐나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개인적으로 추천해줄 도서가 있다면…
캐나다가 이민 사회다 보니 하나의 목소리나 문화만을 다루지 않는다. 그래서 파편으로 나뉜 이미지들을 합쳐 하나 된 캐나다의 모습을 조명하는 것이 현재 캐나다 출판계의 화두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미첼의 『Who Has Seen The Wind』를 추천한다.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루는데, 캐나다 사람들의 소속감을 잘 나타낸다. 또 너무나 유명한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도 읽어보길 권한다. 책이 말하고 있는 메시지도 좋지만,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섬이 지닌 공간적인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Q. 책을 꾸준히 읽는다고 들었다. 독서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인간은 자발적 활동, 창의적 활동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는데, 독서가 그 길을 제공해준다. 책은 절대 가닿을 수 없는 장소로 데려다주기도, 함부로 닿을 수 없는 인간의 마음 어느 외딴곳에 안착시켜주기도 한다. 한 편의 잘 만든 책을 읽고 나면 하나의 인생을 살아낸 기분마저 든다.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진정한 자유를 느끼고,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만 운동해서는 건강해질 수 없는 것처럼, 마음도 건강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책은 마음의 운동이다.”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