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뮤지컬페스티벌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가 지난 15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개최됐다. ‘한국뮤지컬어워즈’는 2016년 시작된 국내 대표 뮤지컬 시상식으로, 매년 1월 국내 뮤지컬 시장의 한해를 총결산한다. 먼저 작품 부문 시상은 ‘대상’, ‘400석 이상 작품상’, ‘400석 미만 작품상’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대상’은 2023년 국내에서 공연된 창작 초연 작품 중 가장 우수한 작품에 주어지며 ‘작품상’은 창작 및 라이선스 작품을 통틀어 우수한 작품에 수여된다.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를 빛낸 세 작품을 소개한다.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시스터즈 (SheStars!)>
뮤지컬 <시스터즈>는 조선악극단의 여성 단원으로 구성된 ‘저고리 시스터’를 비롯해 60년대 슈퍼 걸그룹 ‘이 시스터즈’, 대중음악의 전설 ‘윤복희와 코리아 키튼즈’, 20세기 후반 한국 대중음악계를 휩쓴 ‘바니걸즈’, 걸출한 예인 인순이를 배출한 ‘희자매’ 등 80여 년 전 한국 가요사에 족적을 남긴 한국 원조 걸그룹의 치열했던 삶을 재현한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 경성, 미8군 무대, 라스베이거스 호텔 등 역사 속 다양한 장소들과 시대를 관통했던 사건들을 하이테크 기술을 통해 아날로그적 감성이 풍기는 무대로 연출했다. 또한 시대의 음색을 그대로 재현하는 10인조 밴드와 함께 최고의 히트곡들을 선보이며 ‘시스터즈’의 활약상을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보통 보면 망한 작품들이 상을 받더라”라는 말로 침묵을 깼고,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그는 “박칼린 감독은 창작자들에게 멍석을 깔아주는 사람이다. 박칼린 감독이 양탄자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줘서 큰 상을 받았다”며 공을 돌렸다. 함께 있던 박칼린 감독은 “같이 망한 박칼린이다”라고 재치 있게 받아치며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 엄청 망했고 행복했다”며 “한국의 여걸들, 오늘날 K팝이 있기까지 시스터즈가 얼마나 한국과 해외에서 활약했는지 음악 역사를 돌아보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창작이여 영원하라”고 외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400석 이상 작품상 <멤피스>
뮤지컬 <멤피스>는 1950년대 흑인 음악을 널리 알린 전설적인 DJ 듀이 필립스(Dewey Philips)의 실화를 재구성하여 흑인 음악을 최초로 방송한 DJ 휴이 칼훈(Huey Calhoun)을 탄생시켰다. 휴이 칼훈은 영혼의 음악인 ‘로큰롤’을 전파하여 세상을 변화시킨다. 또한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흑인 클럽 무대에만 설 수 있었던 가수 펠리샤를 도와 백인 방송국에서 라이브로 부른 노래를 송출할 수 있게 한다. <멤피스>의 음악은 전설적인 록그룹 본조비의 창립 멤버이자 키보디스트 데이비드 브라이언(David Bryan)이, 대본은 <아이 러브 유>, <톡식 히어로>, <올슉업> 등으로 유명한 작가 조 디피에트로(Joe DiPietro)가 맡았다.
<멤피스>로 연출상의 영예를 안은 김태형 연출가는 “오늘 10살 된 아들과 노래방에 갔는데 아들이 음치다. 엄마는 뮤지컬 배우고 아빠는 뮤지컬 연출을 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노래를 너무 열심히 불러서 100점을 받더라. 아들도 나도 행복해하고 기뻐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연출은 아들이 노래방에서 100점 받은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난 연기를 잘하지도 않고 노래를 잘하지도 않고 각 분야 전문가, 배우, 디자이너보다 잘하는 게 없지만 열심히 목이 터져라 하다보면 좋은 상을 받고 관객들이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것 같다.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400석 미만 작품상 <라흐 헤스트>
뮤지컬 <라흐 헤스트>는 위태로운 예술가와 열렬히 사랑하고, 쓰고, 그리는 삶을 지나 자신만의 예술을 향해 나아갔던 실존 인물 김향안(1916~2004)의 삶을 무대로 올렸다. ‘라흐 헤스트’는 김향안의 글 중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Les gens partent mais l'art reste)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20세기 근현대 한국 문학의 대표 주자 이상 시인의 아내이자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의 아내로 알려진 김향안의 이야기는 시인 ‘이상’을 만난 20살 시절의 ‘동림’(김향안의 본명)과 화가 ‘환기’를 만나 여생을 함께한 ‘향안’의 시간이 역순으로 교차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재구성되어 보다 선명한 드라마로 그려졌다.
<라흐 헤스트>로 극본상을 수상한 김한솔 작가는 “왜 내가 쓴 글은 재미가 없을까, 저렇게 잘 쓰지 못할까, 왜 사랑을 받지 못할까 생각하며 포기하고 싶었다. 그래도 아침이면 일어나 다시 노트북을 열었던 그 시절의 모든 ‘향안’들을 응원한다”며 눈물을 보였다.
끝으로 이종규 한국뮤지컬어워즈 조직위원장은 “시상식이 시험 점수를 매기거나 스포츠 경기 기록을 재는 것이 아니어서 해마다 뚜껑을 열면 신선함과 의외성이 있고, 또 아쉬움이 교차하기도 한다”며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기꺼이 서로를 축하하고 또 무대 위에서 뜨거운 축하공연을 펼쳐준 배우들과 모든 컴퍼니, 스태프, 창작자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