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진단은 내가 할게, 치료는 누가 할래?
[책 속 명문장] 진단은 내가 할게, 치료는 누가 할래?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3.12.29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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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왜 의사를 그만두고 경제학을 공부하세요?’ 제가 경제학을 공부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저를 만나는 사람들은 궁금해합니다. 의사였던 저는 사회를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 진료실을 나와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 결정은 제가 만났던 사회적 약자들 때문입니다. <16쪽>

승자 독식 사회는 건강하지 못합니다. 부모를 잘못 만난 불운, 살아가며 맞닥뜨린 이런저런 불운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몫이죠. 골고루 나누어지지 못한 운을 좀 더 골고루 나누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36쪽>

이상적인 사회보장제도를 표현하는 상징적 구호인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엄마 배 속에서 무덤까지’로 다시 쓰여야 합니다. <51쪽>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가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은 아이를 직접 돌보고 싶은 부모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시간이 줄어들어야 합니다. 동시에 부모가 좀 더 일에 매진해야 할 때도 아이가 제대로 된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144쪽>

파격적인 소득 보장 정책을 도입하려면 먼저 우리 실정에 맞게 각론을 세심하게 설계하고, 핀란드가 했던 것처럼 사회 실험을 통해 그 효과를 증명해야 합니다. (...) 정책은 의료 시술처럼 이루어져야 합니다. 엄밀한 연구로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의사가 질병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의학적 근거에 따라 처방 및 치료하는 과정 같은 정책이 사람을 살리는 진짜 정책입니다. <161쪽>

봉사 정신이 높은 사람보다는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일의 성취도 측면에서 더 나은 겁니다. <194쪽>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은 기업, 정부, 심지어 사명감을 필요로 하는 직업에도 적용되는 보편 원칙입니다. 기업은 생존이 걸린 문제이므로 고용 방식을 최적화해왔으나, 최대 고용주인 국가는 정작 큰 변화가 없습니다. 시장 원리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능력 있는 사람을 선발하고 공공선을 달성할 수 있는 선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국가라는 고용주의 중요한 책임입니다. <206쪽>

장시간 높은 노동 강도는 성취욕을 키우고 능력 있는 사람이 지원하게끔 하는 일종의 선별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높은 임금을 줍니다. 이런 회사가 자발적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결론적으로 주 4일제가 성공하려면, 주 4일제 전환 이후 노동 생산성이 유지되는 업종과 회사 규모를 적절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222쪽>

양성평등으로 가는 또 하나의 축은 사회 시스템을 ‘가정’ 친화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하버드대학교의 저명한 경제학자 클로디아 골딘은 많은 정규직 일자리가 파트타임이라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자율출퇴근제도는 가장 친화적인 변화이지요. 또 ‘여성’에게만 초점을 둔 정책보다 ‘가정’에 초점을 둔 정책이 좋습니다. 가령 여성의 경력단절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 도입보다는, 출산·질병 등 다양한 어려움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는 일이 적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235쪽>

[정리=이세인 기자]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김현철 지음 | 김영사 펴냄 | 292쪽 | 1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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