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멸종되지 않게 조심해…책 『인류세, 엑소더스』
너도 멸종되지 않게 조심해…책 『인류세, 엑소더스』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3.1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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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상승으로 현재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거주하는 해안 지역과 저지대 섬들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여 2100년까지 약 20억 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2001년, 기후 학자들은 2050년이면 투발루(남태평양의 섬나라)가 완전히 바다에 잠길 것이라고 예고했다. 멀지 않아 투발루의 토지와 주요 기반 시설 대부분이 만조 수준보다 낮아진다는 게 그 이유다. 그리고 지난 11월 10일 호주 정부가 투발루 주민들에게 기후난민 지위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그 예언(?)이 사실이라면, 투발루에게 남은 시간은 20년도 채 남지 않았다.

비단 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주도 역시 그렇다. 지난 40년간 제주도의 해수면은 약 22cm 상승했다. 일 년 내내 볼 수 있었던 용머리 해안은 지난해 고작 9일이었고, 부산시 역시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해상도시 건설을 추진 중이다. 빙하가 녹아 멸종 위기를 맞이한 북극곰처럼, 더는 지구의 위기를 그저 바라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기후위기에 대해서 <인류세, 엑소더스>는 그 대응법으로 ‘이주’를 제시한다. 저자는 인류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종류의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이주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부 환경론자들처럼 경제 활동을 멈추자는 이야기에는 명확히 선을 긋는다. 오히려 이주를 통해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 지구를 회복시킬 방법을 모색한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거나 대체 에너지 사용을 늘리자는 기존의 기후위기 대안과는 결이 다르다.

기후모델에 따르면 이번 세기말에 지구의 온도가 3~4도 상승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지금부터 노력을 총동원해도 ‘2도 상승’은 불가피하며, 손을 놓아도 ‘6도 상승’까지 가능하다는 말이다. 유엔국제이주기구는 향후 30년 동안 15억명에 달하는 환경 이주민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다른 연구에서는 향후 50년 동안 최대 30억명이 ‘기후 이주’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 물론 가뭄이나 홍수 등 지구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기후 취약’ 지대라 불리는 남반구와 열대지방은 더는 사람이 살아갈 수 없는 곳이 돼버린다. 이주는 기후위기에 대한 가장 중요한 적응이자 점점 유일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

그럼 어디로 거주지를 옮겨야 할까. 전 지구가 기후변화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고위도 지역이 더 안전하다는 건 분명하다. 지구의 온도가 점차 더 올라가면 현재 평균기온이 낮은 국가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북극과 가까운 스웨덴, 캐나다, 미국, 그린란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는 효과적인 제도와 안정된 정부를 갖춘 부유한 나라로 이 점도 이주조건에 적합하다.

저자는 꼭 토지의 매입이 아니더라도 고위도 지역을 ‘전세’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전세 도시란 거주가 불가능해지는 지역의 국가가 고위도 지역의 땅을 임대해 일정 기간 거주할 영토를 확보한다는 개념이다. 세금 징수의 권한은 토지를 소유한 국가에 주어지는 식이다.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험난한 환경에 진입하는 동안, 모든 대륙의 부자와 빈자를 포함한 모든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다른 방식을 상상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사람들이 고정된 주소지에서 벗어나 안전한 장소를 찾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도 이동을 통해 살아남자는 말은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정치가 아니라 지질학과, 지리학, 생태학을 기반으로 새로운 계획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대이주 시대를 앞두고 국가나 국경에 대한 개념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핵심은 인식이다. 누구든 난민이나 이주민이 될 수 있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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