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의 명저’라고 불리는 『세이노의 가르침』이 교보문고와 예스24의 2023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로 뽑혔다. 많은 사람이 읽었지만, 또 아직 많은 사람이 ‘제목만’ 읽었거나, 아직 읽지 못한 책이기도 하다.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세이노의 가르침』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1천억 이상의 자산을 가졌다고 알려지는 ‘세이노’는 ‘Say No’라는 뜻으로 저자의 필명이다. 현실에 좌절하고 있는 이들의 생각을 하나하나 짚어내면서, 비틀어진 고개와 시선을 바르게 돌아서도록 이끄는 그의 가치관다운 필명이다. 책을 읽다보면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언사도 서슴없는데, 이는 애초부터 출판을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라 세이노가 20년간 이곳저곳에 실었던 글들을 엮은 책이기 때문이다.
세이노는 경제적 성공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조언하고 있지만, 재테크 방법을 공유하거나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이 책은 부를 축적하는 것이 목적인 이들뿐 아니라, 이 녹록지 않은 세상을 돌파할 힘이 필요한 모든 이들을 위한 글들이 실렸기 때문이다.
목차에도 서사가 있는데, 모든 것을 잃고 좌절하는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내용이 첫 번째 챕터로 나와 있다. 하지만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진다기보다는, 그가 가진 특유의 냉철함으로 문제와 고민을 선명하게 만드는 식이다. 모든 고민을 10분 이상 지속하지 말 것과, 문제와 고민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목이 특히 더 그렇다.
여전히 성공의 중요한 척도 중 하나인 학력에 대한 문제도 다룬다. 그러나 공부가 아닌 다른 재주를 찾으라거나, 일단은 고학력자가 되어야 선택폭이 넓어진다든가 하는 고루한 조언이 아니다. 어떻게 행동하고 사고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가르친다. 이를테면 ‘학력이나 학벌이 빈약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해 세이노의 답은 ‘학벌이 중시되는 집단은 가능한 멀리 해라’이다. 또 학벌과 상관 없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세상 사람들이 돈을 놓고 벌이는 게임을 이해해야 한다’는 높은 차원의 답안지를 내놓는다. 이를 이해하기 위한 팁도 준다. 동화책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를 차근차근 먼저 읽어보라는 식이다.
세이노의 친절한 가르침은 계속 이어진다. 이제는 일을 할 순서다. 다양한 조언이 있는데, 세상의 기준에 맞춰서 일을 하라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해야 몸값이 오른다는 주장이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눈길을 끈다. 얼핏 보면, ‘꼰대’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이노의 가르침은 이렇다. “세상이 원하는 기준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고 넓고 깊다” 세상의 이치를 모두 안다면, 세이노의 이 조언은 불필요할 것이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섣불리 하지 말라는 가르침도 눈여겨 볼만하다. 경제적 가치는 뒷전,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는 이유로 업으로 삼곤 한다. 세이노는 여기에 몇 가지 조건을 단다. 그 분야에서 최고 일인자가 되거나, ‘가난해도 좋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끝까지 고수해야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다른 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그 돈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특히 세이노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두고 ‘일과 삶을 통합하는 것은 번아웃으로 가는 직행열차’라고 비판한다. 흔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지, 잘하는 일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있어 세이노의 이 가르침은 제3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마인드컨트롤이 되었다면 본격적으로 경제적 성공으로 가는 길을 따르게 된다. 사업과 영업이 무엇인지를 시작으로 돈에 관한 개념 정립, 가난과 부의 차이 등을 먼저 ‘공부’ 시켜준다. 주된 조언은 바로 ‘경험’해보라는 것이다.
이어 세이노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공유하고 있는데, 매우 구체적이다. ‘좋은 변호사를 만나는 법’, ‘망년회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사회초년생을 비롯해 ‘직장’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는 것이 두렵고 막막한 대다수의 독자에게 주는 애정 깊은 꼼꼼한 조언들이 이어진다.
그러나…우리는 안다. 자기계발서가 주는 피로함을. 사람은 대부분 비슷한 모양새로, 비슷한 속도로 살아간다. 멀리서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달라지기 위해 아등바등한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우스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순수한 치열함을 비웃을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지 않은가. 누군가보다 빠르게 달리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조금 더 바른 자세로 달리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타인보다 나은 내가 아니라, 나 자신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물론 그 반대의 자기계발도 인정해야 한다. 잠시 멈춘 채 가만히 서서, 자기 자신과 치열한 고민을 하는 것도 뜨거운 자기계발의 일종이다.
[독서신문 한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