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은 책 후기에 대한 살아있는 이야기의 현장이다”
『혼자 읽기를 넘어 같이 읽기의 힘』 中
근무 시간 내에 함께 독서할 시간을 제공하는 직장 내 독서경영이 장려되고, 취미나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독서모임이 유행하고 있다. 사람이 함께 모여 어울릴 수 있는 비대면 시대의 막이 잠시 내렸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같이 읽는다는 것에는 독특한 ‘힘’이 있다. 책을 함께 읽는다는 것이 뭘까? 왜 그것이 혼자 읽기보다 때로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걸까?
책 『혼자 읽기를 넘어 같이 읽기의 힘』은 독서모임을 꾸리고 운영해 본 저자의 경험담을 다룬 책이다. 인생에 있어 많은 경험이 사람을 성숙하고 행복하게 하지만, ‘같이 읽기’가 주는 장점은 매우 크고, 선명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을 같이 읽는다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책의 독후감을 서로 읽고 생각을 나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읽던 책을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듣게 되면서 한 번 더 읽게 된다. 두 번 세 번 읽지 않아도 이런 경험으로 인해서 책의 내용이 기억에 깊게 자리하게 되는 셈이다.
또한 백세시대를 맞아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친구’를 책을 통해 얻는다는 것은 분명 사소한 일이 아닐 것이다. 밥친구도 좋고 술친구도 좋지만, 성인이 되어 독서를 통해 친해지는 ‘책친구’는 기존에 경험한 것과는 다른 영역의 친교다. 책에 관해 같은 감상을 느낀다면 잘 맞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므로 더 큰 배움과 생각의 틀을 깰 수 있는 친구가 되어준다.
혼자라면 읽지 않았을 책을 읽게 되는 것도 또 하나의 큰 장점이다. 보통 독서모임에서는 책이 여러 방식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을 읽어야 했을 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의 맘을 돌려세운 것은 이 책에 관한 누군가의 한 줄 평이었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라면 내 아이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저자는 그 문장으로 인해 책에 관한 모든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을 회고한다. 혼자라면 결코 펼치지 않았을 책이지만, 앞서 읽은 타인의 생각과 말 한마디로 펼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같이 읽기’의 묘미인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독서의 외주화’도 장점으로 꼽힌다. 자발적인 독서가 아닌, 자신의 독서를 모임에 넘겨주면서 약속과 의무감으로 책을 읽는 것을 뜻한다. 꾸역꾸역 그렇게나마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점차 읽는 범위가 넓어지고 읽는 속도 역시 빨라질 수 있다. 한 마디로, 책과 친해질 수 있다. 다 읽지 못하더라도 이런 책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끼는 경우 역시 많다. 일단 만났으니, 다시 마주칠 때가 있을 것이고 그때 다시 인사를 나누면 된다.
다른 외주화보다 독서의 외주화가 좋은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내 안에 책의 내용이 쌓인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이 많이 쌓인 사람은 그것을 주변에 나누게 된다. 즉,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확률이 크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다면, 그 곁에 있는 사람도 좋은 영향을 받는다. 삶과 사회의 선순환이다.
식성과 주종이 맞는 친구도 중요하다. 하지만 ‘마음’이 맞는 친구는 필수다. 초개인화된 사회는 정신적, 물리적으로 고립되기 쉽다. 코로나19의 창궐도 우리는 이미 한 번 겪었다. 물리적 거리두기보다 힘든 것은 마음까지 멀어진다는 것이었음을 모두가 안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수 있는 책친구는 우리에게 어떤 상황이 오든, 극복 가능한 치료제가 되어줄 수 있다.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