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들끓듯이 유행했던 ‘디톡스’는 몸 안의 좋지 않은 독소들을 빠지게 하는 방식이다. 다이어트로도, 자기관리로도 하나의 방식으로 일상 속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디톡스, 즉 해독은 선택이 아닌 정답이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완전해독연구소 류은경 소장이다. ‘완전소화’에 이어 ‘아침과일 습관’ 그리고 ‘완전면역’을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강연자이자 가장 주목받는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몸의 환경을 바꿔 건강한 삶을 되찾기 위한 자신만의 길을 찾아낸 류 소장이 세 권의 저서와 강연, 블로그 활동 등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는 결국 ‘내 몸의 환경을 바꾸는 것은 나’라는 점이다. 일산 호수 공원 앞에 위치한 류은경완전해독연구소를 찾아 ‘음식’과 ‘생명’에 관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Q, 류은경 소장님, 안녕하세요. 독서신문 독자들에게 인사 말씀과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류은경완전해독연구소를 운영하는 류은경 소장입니다. 수의학을 전공했지만 임상보다는 신약 개발에 관심이 많아서 국립암센터, 서울대 의학연구원에서 7년 동안 신약을 개발했습니다. 그러나 병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아져서 현재는 예방의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이 연구소가 생소한 사람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음식, 식사법을 기본으로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모토로 설립했습니다. 요즘 현대인들은 영양의 불균형이 참 많아요. 다양한 검사를 통해서 개인별로 어떤 영양소가 부족하고, 맞는지를 자연식 위주의 식단으로 구성합니다. 음식이 치료가 되고 음식이 병의 예방이 되도록 식단을 점검하고, 만약 영양의 불균형이 있을 경우에는 그것을 음식의 영양소를 공급하거나, 해독하며 균형이 맞도록 조절하는 것이죠. 때로는 영양 처방도 같이 하면서 기능의학까지 겸하고 있습니다.
Q. 연구소의 상호명이 ‘완전소화연구소’에서 ‘완전해독연구소’로 바뀌었습니다. ‘소화’에서 ‘해독’으로 주제가 바뀐 것인데, 여기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생존의 시작은 내가 먹은 음식을 가지고 영양을 흡수해서 피와 살과 에너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소화가 잘 안되면 영양 흡수가 안 되고 여러 문제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일단은 완전히 소화시키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그 후에, 독이 되는 식사를 하지 않는 것. 그런 내용을 중심으로 책과 강의를 가다듬다 보니 핵심이 소화보다 해독으로 옮겨졌습니다. 병이 생긴 다음에 증상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서 원인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소화와 해독, 영양이 모두 필요합니다.
Q. 예방의학을 접하게 된 계기와, 작가님을 매료시킨 점은 무엇이었나요.
저도 의료적, 과학적인 시선에 갇혀 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관점입니다. 제 꿈 역시도 정말 좋은 신약을 만들어서 이 알약 하나만 먹어도 암이 다 치료되는 그런 것이었죠.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꿈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떤 음식 먹으면 항상 배설물이 생깁니다. 세포도 세포 배양액을 주면 이것을 먹고, 소화 시켜서 배설을 합니다. 그런데 배양액을 교체하지 않으면 세포는 죽습니다. 사람은 세포 수준이 아니라 세포가 모이고 모여서 조직이 되고 기관이 되고 시스템을 이루죠. 또 사람의 몸은 어떻게든 항상성을 유지하면서 살아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바로 죽지 않아요. 대신 항상 신호를 보내주죠. ‘피로가 쌓였다’, ‘지방이 쌓인다’라고 말이에요. 고지혈증, 지방간이 생기고요. 만약 혈당이 너무 들어온다면 ‘당뇨 전 단계’라는 신호를 울립니다. 이것을 알아차리고 되돌릴 때를 ‘반 건강’ 상태라고 봅니다.
소화 훈련부터, 변비와 만성피로 등의 반 건강 상태를 되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습니다. 답은 세포에서 찾았습니다. 세포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자신이 먹은 내부의 배양액에서 나온 독소로 인해 죽었기 때문입니다. 즉, 죽은 음식이 아닌 산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해독도 결국 좋은 영양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건강의 원리를 깨닫게 된 순간이었죠.
Q. 현대의학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히포크라테스는 병이 아닌 환자를 보라는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학은 ‘병’ 하나만 봅니다. 이 병의 현재 증상을 보고, 제거하거나 수치를 낮추거나 이런 식의 대증치료를 합니다. 물론 이는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원인까지 찾아주지는 않죠. 히포크라테스는 병의 원인이 몸 전체에 있다고 봤습니다. 영양과 독소, PH 및 전해질 상태 등을 몸이 가진 환경으로 봤습니다. 저 역시 이 단계에서 사람들이 ‘반 건강’의 신호를 느끼고 건강 상태로 환경을 바꾸고 돌이키면 병에 걸릴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요. 아프고 나서 그것을 고치는 것보다, 병에 걸리기 쉽지 않은 건강한 환경으로 내 몸을 만드는 것 말입니다.
Q. 그 건강한 환경으로 돌릴 때 필요한 것이, 자연식을 통해 영양을 채우고 소화와 해독을 하는 거라고 보시는 거군요.
미국의 표준 식단을 보면 57%가 가공식이고 32%가 육류, 11%만 과일 채소인데요. 미국인들의 초고도비만, 심혈관질환 등의 만성질환도 가공식품과 함께 전 세계에 수출되고 있는 셈입니다.
또,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혈중 DHA(뇌를 구성하는 중요 성분) 농도를 확인했을 때 거의 없는 상태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뇌에 필요한 영양소가 공급이 안 되다 보니까 뇌가 변성되는 거죠. 또 청소년의 경우도 설탕을 너무 중독적으로 많이 먹으면 뇌가 위축돼서 상상하기도 힘든 매우 극악한 강력범죄 발생률이 올라간다고 하죠. 몸 전체가 가공식품으로 가득 차게 된다면 폭력적인 성향이 되거나 지능 저하 등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영양과 해독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씀을 드리는 것이고, 이것이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의 건강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을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Q. ‘다이어트 전문가’라는 닉네임도 있습니다. 건강한 몸이란 결국 날씬한 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건강해지면 자연스럽게 체중이 감량되는 것일까요?
건강해지면 자연스럽게 살이 빠집니다. 이미 건강하지 않기 때문에 살이 찐 거니까요. 왜 지방이 쌓였을까요. 지방 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몸 상태이기 때문에 빠져나가지 않은 거죠. 많은 환자분을 보면, 사실 만성 염증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는 건강한 환경의 몸으로 바꾸면 됩니다. 해독을 포함해서 식습관 관리 등을 시도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건강하면 살찌지 않습니다. 살 빼는 데 집중하지 마시고 건강을 위해 신경을 쓰시라’고 말씀을 드리곤 합니다. 그렇게 생각을 전환하고 실천하면 살은 알아서 빠지게 됩니다.
Q. 사람들이 ‘식습관’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큰 오해나 착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영양학의 발달로 인해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렇게 이름을 쪼개잖아요. 이게 가장 오류라고 생각해요. 식사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개념은, 성분이 아니라 생명의 영양을 봐야 한다는 겁니다. 단순해요. 사람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생명이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가공식품은 죽은 음식이죠. 가공식품에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몇 그램의 ‘단백질’과 같은 겁니다. 성분의 영양학은 이미 죽은 음식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류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자연이 만들어 낸 씨앗 하나에서 탄생한 곡식과 열매, 채소와 같은 것들은 생명 덩어리에요. 이 자연 그 자체로 항염와 항암 작용, 항산화가 다 되어 있습니다.
Q. 칼로리라는 개념에 지나치게 사로잡힌 분위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에 사과나 바나나, 또는 양상추로 500칼로리를 먹고, 한 번은 200칼로리의 라면을 먹었다고 치죠. 칼로리 개념으로는 라면이 다이어트 식품이어야 합니다. 이건 굉장한 오류죠.
Q. 암환자가 매우 많은 요즘입니다. 현대의학이 어째서 암을 정복하지 못하느냐는 말도 있습니다.
현대의학은 증상 중심의 치료이기 때문에 암이 발생한 이후에 표준 치료를 통해서 수술, 항암, 방사선 등을 시행해 종양을 제거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암이 왜 생겼을까?라는 원인에 한 번 관심을 갖고 거기서부터 시작을 해보자는 거죠. 암이 생길 수밖에 없는 몸의 환경을 만든 것은 아닐까? 자신이 독이 되는 식사를 너무나 많이 했고, 나 자신을 돌보지 않은 것은 아닐까? 이렇게 자기 자신을 돌아본 암환자들은 삶의 환경을 다시 재정비하기 시작해요. 하지만 현대의학은 이 환경에 관심이 그다지 없지요. 이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기 전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암환자를 위해 추천하는 과일이나 음식이 있습니까?
암 환자는 몸에 독소가 많은 상태이고, 항산화 영양소와 염증에 관련된 오메가3 지방산 등이 상당히 고갈됐습니다. 이것을 채워주는 식사를 하면 좋지요. 특히 추천하는 것은 베리류 과일입니다. 당분이 적고 항산화 영양소가 많아요. 색깔이 진할수록 많이 들어있으니 이런 과일들을 챙겨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의 비율이 깨졌을 때 염증이 많이 생기거든요. 세포막에 이 불포화지방산이 있어야 세포끼리 신호 전달을 잘하고 영양소가 잘 흡수되고 독소가 잘 배출이 되기 때문이에요. 이 세포막의 원료이기도 한 오메가3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견과류나 씨앗 종류도 많이 드시길 권해드려요.
Q. 암 환자뿐 아니라 또 누구에게 특히나 영양과 해독이 필요할까요.
단연 아이들입니다. 엄마들이 태교를 할 때만 해도, 사실 음식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매우 조심하죠. 해로운 건 전혀 먹지 않으려고 하고요. 왜냐하면 이제 막 발육이 되고 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아이는 13세까지는 계속 무럭무럭 발육하는 과정이거든요. 이 시기에 해가 되는 것을 먹으면 어른보다 훨씬 치명적일 수밖에요. 어머니들이 태교하는 마음으로, 힘드시겠지만 13세까지 성장기 어린이들의 음식과 건강 관리에 관심을 깊게 두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나이대가 성장기 어린이들이에요. 아토피나 알러지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힘들어하는 아이들 때문에 저희 연구소에서는 별도의 프로그램까지 마련 중입니다. 저는 13세 이전의 일상 속 질병들은 음식을 통해서 낫게 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니까요.
Q.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건강한 식습관을 갖기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2023 버전, 한국인에게 추천하는 건강 식단’이 있다면요.
한국인들은 삼시세끼 흰 쌀밥을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밥심이 힘이다, 라고 하면서요. 하지만 쌀에는 당분이 많고, 당분과 단백질이 만나서 당독소가 되고 지방과 만나고… 이 모든 것들이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요. 그러니 어려울 것 없이, 하루에 먹을 밥 한 공기를 점심과 저녁에 나눠 먹는다고 생각하고 조금 줄이는 겁니다. 만약 점심에 한 공기를 다 드시겠다면 저녁에는 간단히 과일이나 채소볶음, 면역 주스 등을 드시면 더욱 좋겠죠.
Q. 연구소에만 수백 권의 책이 진열돼 있고 운영하시는 블로그에도 많은 저서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한 권의 책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저도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많이 있었다 보니, 정신건강에 있어서 ‘마음의 해독’도 필요하더군요. 이럴 때 추천해 드리는 책은 소노 아야코라는 일본인 할머니 작가님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라는 책입니다. 우리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타인과의 관계에서 옵니다. 직장생활 또는 인간관계, 친구나 가족… 이 관계에서 필요한 만큼만 거리를 두는 그 지혜가 얼마나 중요하고 마음을 해독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어요. 완전히 거리를 두는 게 아니라 존중과 배려를 하면서, 사랑과 우정을 버리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그 거리 조절 방법이 굉장히 위트 있게 기록이 돼 있어요. 저도 수시로 읽고 또 스트레스가 많은 분들에게 추천도 많이 하는데, 피드백이 굉장히 좋습니다.
Q. 끝으로 독서신문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독서가 정신을 병들지 않게 하듯이, 자연에서 난 음식은 사람의 몸을 병들게 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식전에 과일을 챙겨 먹고 흰 쌀밥을 조금 줄이는 30%의 노력만 같이 한다면, 대한민국의 체력이 300%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신년을 맞아, 국민건강캠페인의 하나로 ‘아침 식전 과일 먹기’를 함께 실천해 보자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독서신문 한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