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노인이라니”…초보 노인이 겪은 진짜 노년의 삶
“내가 노인이라니”…초보 노인이 겪은 진짜 노년의 삶
  • 한시은 기자
  • 승인 2023.1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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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가 돼도 인생은 몰라요. 나도 처음 살아보는 거니까. 나도 67살은 처음이야.”

배우 윤여정이 67세 되던 해에 배낭여행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했던 말이다. 이는 그의 대표 ‘어록’이다. 그만큼 감명받는 이들이 많다는 것인데, 정작 우리는 주변의 어르신들 역시 노년의 삶이 처음이라는 것을 망각하곤 한다.

최근에는 노키즈존에 이어 노시니어존까지 등장했다. ‘60세 이상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당당히 걸거나, 카페에 들어와 음료를 즐기는 노인 고객에게 쪽지를 주며 ‘나가달라’고 전한 업소도 등장했다. 물론 세간에 알려지며 큰 공분을 샀지만, 이렇게 어르신을 이질적인 존재처럼 타자화하는 세대 갈등은 나날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책 『초보 노인입니다』는 이 갈등과 반목의 시대에서 여전히 젊은 채로 ‘늙음’을 맞닥트린 노인 당사자의 이야기다. 10회 브런치북 공모 당선작인 「나는 실버아파트에 산다」에 ‘초보 노인’이 겪는 낯섦과 두려움, 자조와 긍지의 이야기를 더해 완성된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노인이 된 자신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다.

책은 이제 막 노년기에 진입한 60대 저자 김순옥의 솔직한 수기 형식으로 펼쳐진다. “처음엔 너무 이상했어요. 내가 노인이라니.” 막 노년기에 ‘입문’한 저자의 당황스러움과, 자신과 주변 노인을 향한 섬세한 관찰이 주를 이룬다. 전원주택 대신 실버아파트에 입주한 저자는 이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하며 아직 자신이 노인으로 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실버아파트는 전국 최대 규모의 분양형이에요. 중요한 건 대형 병원이 옆에 있는 거죠. 아파트에서 병원까지 전용 통로가 있는 데는 아마 여기밖에 없을 거예요. 그리고 저기 보이는 건 장례식장인데,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장례식장이 보이는 동은 별로 좋아하시지 않거든요. 어떠세요?”

『초보 노인입니다』 中

일반 아파트와는 사뭇 다른 주변 여건에, 벌써 요양원에 들어갔느냐는 친구의 전화를 받은 저자는 발끈하며 ‘그저 아파트일 뿐’이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실버아파트만의 생활방식이 분명 존재하지만, 일반 아파트처럼 관리비 청구서가 우편함에 꽂히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노인들이 타인의 도움을 받고 여생을 돌봄 속에서 보내는 요양원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내 생각한다. ‘아파트 전체가 거대한 노인정’이라고. ‘노인됨’을 처음 겪는 저자의 혼란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버아파트는 다른 세계였다. 실버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그냥 노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 산다는 것 이상으로 무엇인가에 대한 예습이 필요한 일이었다. 난 아무런 준비도 생각도 없이 덜컥 실버의 세계로 들어와 버렸다. 그렇게 좌충우돌, 고군분투의 삶은 시작되었다. 매우 조용히.”

노인 역시 불완전하고 두려움이 많은 인간이라는 점도 나타난다. 저자는 문득, 이 집에서 혼자 살게 되는 날이 올까 두려워한다. 그건 남편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라는 솔직한 속내도 내비친다. “혼자 남겨지는 것은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 같은 것일 텐데 그걸 감당해 낼 자신이 없었다.” 노인이라면 고독한 삶이 당연히 찾아오고, 외로움에 의연할 것 같다는 생각은 편견일 뿐이다.

60대는 분명 죽음을 생각하기 이르지만, 실버아파트의 다양한 노년층을 보며 저자는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임을 직감한다. 3040 세대가 부모의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라면, 장년과 노년층에 들어서면 자신의 ‘끝’을 생각해야 한다. 사람은 모두 언젠가 죽지만, 그것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나이가 된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그동안 부모나 시부모, 가끔은 친구들의 죽음도 겪었지만 아직 멤버들이나 그들의 배우자가 죽음에 이른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친구와 배우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죽음까지도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우리 모두는 느끼고 있었다.”

노년의 삶은 과거를 모두 정리하고, 평안이 찾아올 것이라는 선입견도 깨트린다. 저자는 은퇴 이후에도 치열한 하루하루의 삶은 이어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는 모두 은퇴한 이후의 삶을 살고 있었고, 그 삶 또한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었다. 대개는 한두 가지의 질병에 시달리고, 간간이 찾아오는 우울과 불면에 힘든 하루를 보내며, 직장을 은퇴하고 아이들이 독립한 후 내 존재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가끔씩 절망하기도 하다가 또 스스로 위로해 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아직 노인이 되지 않은 이들과 다를 바가 없는 삶이며, 우리와 다를 것 없는 한 인간인 것이다. 우리가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 타인과의 공존과 연대, 이해가 필요하듯, 노인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가 이 ‘노년기 선행 학습’의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죽음 전에 지나야 할 실버기는 어떤 생애 주기보다 길다. 그 긴 시간을 견뎌 내는 일에 위로와 공감이 필요했고 그 방법 중 하나가 이 글쓰기였다는 것을 이제 깨닫는다.”

[독서신문 한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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