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상황에서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책보다는 물, 비상식량, 라이터, 주머니칼, 밧줄 등 군인들이 생존배낭에 넣고 다니는 물건들을 떠올릴 것이다 ‘당장 죽게 생겼는데 무슨 책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단언컨대 책 『생존 매뉴얼 365』는 당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실제로 ‘써먹을’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책 곳곳에서 보인다.
먼저 눈에 띄는 건 180도 쫙 펼쳐질 수 있도록 ‘접히는 책등’이다. 1분 1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 이 책을 펼쳤다고 상상해보라. 바닥에 책을 쫙 펼쳐 놓고 정보를 찾고 있는데 책이 자꾸 덮인다면 여간 곤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점까지 고려해 일반적인 책과 달리 손을 쓰지 않고도 책을 펼친 채로 볼 수 있도록 제작했다.
또한 사고 현장에서 꼭 필요한 위기 매뉴얼을 한눈에 들어오도록 한 장에 정리해 수록했다. 무엇부터 봐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울 때 지도처럼 펼치면 된다. ‘긴급한 상황, 누구의 안내를 따라야 할까?’ ‘긴급 대피 직전 무엇을 챙겨야 할까?’ ‘재난 발생 시 휴대폰 사용 방법은?’ ‘위급상황을 대비한 가정 상비약품 및 용품’ 등 핵심적인 부분을 모았다. 위기상황 긴급연락망, 산행 및 도로에서 나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방법, 상황별 응급처치요령, 소화기 자동심장제세동기(AED) 사용법 등 실용적인 정보도 적혀있다.
앞서 지난 9∼10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퇴근 시간이 시작된 오후 5시부터 직장인들이 지하철역으로 몰리면서 역사 밖까지 긴 줄이 늘어섰고, 열차 내부에 있는 시민들은 압사 공포에 떨었다. 2호선의 한 승객이 숨을 못 쉬겠다는 민원 문자를 보내 대부분의 승객이 열차에서 내리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렇듯 지하철은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압사 공포 외에도 열차끼리의 충돌이나 추돌로 인한 사고, 기계 노후로 인한 오작동, 객체 화재 사고, 정전으로 열차가 멈추는 사고, 방화로 인한 사고, 운행 부주의로 인한 사고 등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럴 땐 『생존 매뉴얼 365』 259쪽을 펴보자. 지하철 출입문 수동으로 여는 방법이 실려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위험을 초래하는 행동, 지하철 선로로 추락했을 때 대처법 등이 적혀있다.
이 밖에도 산행 중 폭우를 만났을 때, 해파리에 쏘였을 때, 물속에서 쥐가 났을 때, 위험물질을 삼켰을 때, 낙뢰에 맞았을 때, 독사에게 물렸을 때 등 쉽게 찾아올 것 같지 않지만 살다 보면 한 번쯤은 찾아올 법한 기상천외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행동요령을 성실하고 꼼꼼하게 담았다.
이정도면 생존배낭에 이 책을 넣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출판사 모아북스는 시대의 이슈가 무엇인지, 독자가 필요로 하는 지식 정보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생존매뉴얼 365』 외에도 『여성 안전 매뉴얼 365』, 『바이러스 대처 매뉴얼』, 『행복한 노후 매뉴얼』 등을 출간했다. 많은 사람이 책을 읽는다. 재미있고, 유익해서. 이제 또 하나의 이유를 추가할 수 있겠다. 유용해서. 당신 살릴 수 있는 이 책은 그 무엇보다 유용하다.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