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책, 삶의 찌꺼기를 씻어내는 도구
[발행인 칼럼] 책, 삶의 찌꺼기를 씻어내는 도구
  • 방재홍 발행인
  • 승인 2023.12.01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재홍 발행인
방재홍 발행인

2023년 계묘년은 혼란한 시국의 연속이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다툼과 향락에 관한 뉴스로 가득했고, 눈을 질끈 감게 되는 사건과 사고도 적지 않았다.

또한, 유독 서민들에게 혹독한 해이기도 했다. 국제적인 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은 밥 한 끼 사 먹는 평범한 일에도 겁을 먹어야 했다.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꿀 얘기, 그저 몇 년간 머물 보금자리를 얻기 위해 벌이는 사투에 전 재산은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그뿐일까. 국경 저 너머에는 잔인한 전쟁이 끊이질 않았다. 전쟁을 일으키고, 피해 입은 이들은 사막에서 천을 뒤집어쓴 익숙한 그 얼굴이 아니다. 어디서나 볼법한 티셔츠를 입은 현대 젊은이들이 총을 들고 싸우는 한편 잡혀 끌려가며 울부짖었다. 백화점에서 볼법한 작은 운동화를 신은 아이의 발이 흰 천 끝으로 나와 있는 장면에서는 온몸이 선득해진다. 전 세계를 하나로 묶은 디지털의 발달이 오히려 저주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런 때는 자연스럽게 책에 손길이 간다. 책을 읽어야 하는 갖은 이유들을 차치하고, 말 그대로 해갈, 정신적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물 한 잔을 마시듯 독서에 집중하고 나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개운해진다. 더하여 내 마음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문장까지 만나면 반가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책 속에서 내 마음과 닮은 문장, 혹은 생각을 만나면 왜 눈물이 나고, 감정이 끓고, 아픔이 해소되는 것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인간의 모방 본능을 언급했다. “인간에게는 어릴 때부터 이미 모방 본능이 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부분도 처음에는 모방을 통해서 배우고, 모방하는 데 가장 뛰어나며, 모방된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여기에 글의 문장 구조를 변형하면 예술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방은 물론이고 선율과 리듬(운율은 분명 리듬의 한 부분이다)도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이러한 것에 본능적으로 아주 강력하게 끌리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즉흥적으로 모방했다가, 그것이 점점 발전해서 시가 출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인간은 본능에 이끌려 시나 소설, 희곡을 쓰고 읽었다. 모방에 자신만의 감각과 통찰을 덧대 감상하고 해석한 것이다. 나아가 인간은 모방과 창조의 본능을 계속해서 일깨우고자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고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기쁨을 느낄 뿐 아니라, 묵은 감정이 해소되고 내면의 찌꺼기가 내보내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바로 소설과 희곡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감정의 해소는 깨끗한 물을 퍼붓는 것과도 같다. 오만한 조언일지도 모르나, 만약 자신의 삶이 흙탕물이라 생각돼 흙을 퍼내고 또 퍼낸다 해도, 맑아지기는 쉽지 않다. 결국 깨끗한 물을 부어야 맑고 투명해진다. 우리 삶을 좋은 것으로 가득 채워야 하는 이유다.

필자는 그 흙탕물을 깨끗이 하는 것으로 ‘책’을 추천한다. 어떤 모양으로 살건 간에, 우리 안에 찌꺼기는 쌓이기 마련이다. 올해의 찌꺼기를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는 한 달의 시간이 주어졌다. 11개월 동안 의도치 않게 쌓인 삶의 찌꺼기가 있다면 지금 한 권의 책을 펼쳐보길 바라본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