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물건들이 모이는 유실물 보관소처럼, 잃어버린 언어들이 모이는 ‘유실언어 보관소’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서초문화재단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에서 전시 <유실언어보관소>가 개최됐다. 예술의전당 앞 지하보도에 위치한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는 2018년 청년 예술인들을 위한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시각예술 분야 청년작가들의 창작활동과 발표 기회를 지원하고 있다.

2023년 대관 공모 선정작인 <유실언어보관소> 전은 청년작가 이주영, 우주언, 김샨탈 3인의 전시이다. 회화, 사진, 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활용하는 이들의 전시는 유실물 보관소에서 모티프를 얻어, 누락되거나 맥락을 잃어버린 언어들을 모아 언어와 관계에 대한 탐구와 이야기를 전시에 담았다.
유실언어보관소는 언어의 틈으로 누락되어 가려지거나 숨겨진 언어가 모인 곳이다. 유실물과 마찬가지로, 유실언어 또한 이곳에서 원래의 뜻을, 의도를, 목소리를, 이야기를 되찾길 바라며 보관되어 있다. 잃어버린 언어를 되찾지 못한 주인은 사회에서 어떤 오해와 소외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전시는 주인 없는 언어가 스러져 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함께 모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유실물이 ‘언어’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 언어들은 서로 공명하고 소통하며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유실언어보관소는 소외된 언어들이 모여 더불어 목소리를 내는 장을 만들어 내며, 힘을 가지게 되는 가능성을 도모한다.

세 작가가 각자 수집한 유실언어의 조각들은 한 공간에 깃들어 비로소 언어라는 실체의 큰 실루엣을 드러낸다. 주인을 잃은 유실물들이 빛을 잃어가는 것과 달리, 유실언어보관소의 언어는 공간에 몸을 뉜 채 반짝이며 조잘거린다.

이주영 작가는 “유실물과 마찬가지로, 유실 언어 또한 이곳에서 원래의 뜻을, 의도를, 목소리를, 이야기를 되찾길 바라며 보관되어 있다”며 “언어들은 서로 공명하고 소통하며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유실언어보관소는 소외된 언어들이 모여 더불어 목소리를 내는 장을 만들어 내며, 힘을 가지게 되는 가능성을 도모한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11일부터 12월 8일까지 진행되며,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공휴일과 월요일은 휴무일이고 관람료는 무료이다.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