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따귀를 얻어맞은 남자는 병삼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남자 눈빛이 이상했다. 마치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의 눈빛 같았다. 병삼을 보던 남자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병삼은 그 모습이 당연하다는 듯 남자를 바라보았다. 병삼이 남자를 바라보는 눈빛은 총에 맞아 쓰러진 호랑이를 보는 사냥꾼과 같았다. <18쪽>
저한테 따귀 맞은 사람은 정신을 차리게 돼유. 그리고 물어보는 말에 거짓 없이 대답허더라고유. 꼭 묻지 않더라도 하소연하듯이 자기 얘기를 하기도 하고유. 그리구 기분도 좀 좋아지나봐유. 제가 때렸는데도 저한테 화내는 사람 하나 없는 거 보면. (…) 초능력은 무슨. 쓰잘데기 없는 능력이 뭔 초능력이래유. 그냥 가끔 술 취한 사람 깨우는 데나 쓰지. 아무 짝에두 쓸모없어유. <78쪽>
사람이 이런 기회가 왔으면 반성하고 새사람 될 생각을 해야지. 찾아와서 따지기나 하고. 자기가 떳떳했어 봐. 나한테 따귀를 맞았어도 자백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지. <96쪽>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살면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라 뭐라고 딱 꼬집어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요. 저도 정말 놀랐어요. 나이 오십이 넘어서 그 더러운 손에 따귀를 맞았다는 것 자체가 매우 치욕적이었는데. 마음속 모든 나쁜 것이 싹 사라진 느낌이었어요. 우선 화가 전혀 나지 않아요. 그리고 기분이 매우 쾌적해져요. 마치 내가 정말 싫어하던 사람이 사고로 발목이 잘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처럼요. 온 세상이 내 편인 것 같은 느낌이에요. 로또에 당첨되면 이런 기분인가. <244~245쪽>
개미가 바닥에 떨어진 비스킷 가루를 훔쳐 간다고 인간이 개미에게 벌을 줄까? 그럴 수도 있지만, 대부분 인간은 개미에게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럼 언제 인간은 개미를 죽일까? 개미가 인간의 음식에 빠졌을 때. 개미가 인간을 물었을 때. 개미에 관한 실험을 할 때. 그럴 때 개미를 죽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인간이 개미를 많이 죽이는 가장 많은 이유는 그냥일 것이다. 그게 개미로서는 벌을 받는 것일까? <324쪽>
[정리=이세인 기자]
『후려치는 안녕』
전우진 지음 | 북다 펴냄 | 400쪽 |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