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0억원, 더 없으십니까?” 피카소보다 비싸게 팔리는 방법
“1820억원, 더 없으십니까?” 피카소보다 비싸게 팔리는 방법
  • 한주희 기자
  • 승인 2023.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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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 경매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물건’은 단연 피카소의 작품이다. 지난 8일(현지시각) 파블로 피카소의 1932년 작 ‘시계를 찬 여인’이 1억3천930만달러(약 1820억원)에 낙찰되며 피카소의 작품 중 역대 두 번째 최고가를 갱신했다. 첫 번째 작품은 2015년 1억7930만 달러(약 2340억원)에 낙찰된 ‘알제의 여인들’이다. 지난 10일에는 국내 경매에 피카소가 45세 때 만났던 17세 연인의 초상화 ‘올림머리를 한 여성의 초상’이 출품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화제가 됐다.

피카소가 위대한 화가라는 사실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피카소의 작품에 매겨진 천문학적인 액수에 수긍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코카콜라, 수프 깡통, 마릴린 먼로, 바나나처럼 이미 세상에 널려 있는 이미지를 가공한 그림이 피카소의 그림보다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기도 하니 황당한 것을 넘어 화가 난다는 사람도 있다.

뉴욕 소더비 직원이 지난 8일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시계를 찬 여인'의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작품은 1억3천930만달러(약 1820억원)에 낙찰됐다.
뉴욕 소더비 직원이 지난 8일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시계를 찬 여인’의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작품은 1억3천930만달러(약 1820억원)에 낙찰되며 피카소의 작품 중 역대 두 번째 최고가를 갱신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 미술시장 분석기관인 아트프라이스닷컴은 해마다 경매에서 낙찰된 작품의 총액을 합산해 작가별 순위를 발표하는데, 불변의 1위는 물론 피카소다. 하지만 2007년에 이변이 일어났다. 앤디 워홀이 피카소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선 것이다. 앤디 워홀의 가장 비싼 경매 작품은 2007년 봄 뉴욕에서 7200만 달러(약 660억 원)에 낙찰된 1963년 작 ‘그린 카 크래쉬’다. 이날 경매에서는 노란색 톤의 마릴린 먼로 그림인 1962년 작 ‘레몬 마릴린’도 2800만 달러(약 256억원)에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이규현 미술평론가는 저서 『미술경매 이야기』에서 “미술품의 가격은 ‘보이지 않는,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가치’에 매겨지는 가격이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면만 가지고는 그 값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경매 현장에서 컬렉터들은 오로지 ‘작품성’만 보고 가격을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앤디 워홀을 피카소보다 비싸게 팔리게 한 그 보이지 않고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먼저 미술사적인 가치다. 그는 또 다른 저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에서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가가 비싼 작가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피카소와 워홀이 비싼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지닌 역사적 의미 때문이다. 피카소나 워홀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들이 아무렴 없었을까. 이들이 단지 그림 그리는 기술이 뛰어나서 위대한 작가가 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들은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배운 대로 그리며 과거의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때 사회의 변화를 읽어 냈다. 그 변화에 따라 새로운 예술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그 흐름을 주도했다. 그리고 이들의 ‘혁명’에 동시대의 다른 작가들과 후대의 작가들이 동참했다. 그래서 피카소와 워홀은 역사적인 의미가 누구보다도 큰 예술가들이고, 비싼 작가 1, 2위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가의 힘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팝아트가 비싼 이유는 전 세계 경매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의 1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시장점유율이 크다는 것은 곧 미국인들의 미술품 구매력이 크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인들은 당연히 미국의 가치를 높이는 작품을 사는 데 많은 돈을 쓰게 된다. 눈여겨볼 사항은 중국이 프랑스를 제치고 3위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 (…) 중국현대미술은 독특한 조형성, 유머러스한 사회풍자 등 예술적인 측면에서 분명 매혹적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역시 국가의 힘을 간과할 수 없다”

실용성과 대중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일반인이 소장하고 보존하기에 용이해야 잘 팔린다. 대부분의 경우 일반인이 소장하고 보존하기 어려운 작품은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어렵다.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처럼 미술사에서 그 중요성은 엄청나게 크지만 작품의 보존 여부와 시장 형성 문제 때문에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작가도 많이 있다.”, “여러 사람이 좋아할 수 있고, 여러 사람의 눈에 익숙한 작품인지도 중요하다. 너무 어렵거나 너무 특이해서 아주 특별한 일부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면 나중에 되팔 때 살 사람이 적기 때문에 환금성에서 떨어진다.”

그림값을 결정짓는 요소는 이렇게나 다양하다. 앞서 언급한 것 외에도 다양한 변수에 따라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이쯤에서 예술작품에 값을 매기고 가격에 따라 줄을 세우는 것이 맞냐는 의문이 피어날 수 있는데, 저자는 다음과 같이 항변한다. 

“미술도 영화, 문학, 음반 등 다른 문화 상품처럼 사고파는 시장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미술 작품은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독점 소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과 가격이 더 자주 거론된다. 미술 작가들은 그 어떤 예술 장르보다도 시대상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예술가들이다. 그래서 미술 시장을 이해하고 나면 미술 작품과 작가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어떤가? 저자의 말처럼, 비싼 그림이 비싼 이유를 알게 되니 특이하게 잘 그린다고만 생각했던 피카소가, 쉽고 우습게만 그린다고 생각했던 앤디 워홀이 그 전과는 달라 보이지 않는가? 미술에서 돈 얘기는 세속적이기만 한 얘기가 아니다. 그림값을 통해 그림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면 값은 우리를 본질로 이끌 수 있다.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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