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진 작가 “인간이 개를 가르치는 건 ‘모순’…인간이 ‘어른 개’ 입장 돼야”
권기진 작가 “인간이 개를 가르치는 건 ‘모순’…인간이 ‘어른 개’ 입장 돼야”
  • 한시은 기자
  • 승인 2023.1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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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권기진 작가님, 안녕하세요. <독서신문>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반려견 훈련사와 행동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권기진입니다. 오랜 기간 반려견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생각하고 느낀 부분들을 『무엇이 개를 힘들게 하는가!』를 통해 반려인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어 책을 출간하게 된 새내기 작가이기도 합니다.

Q. 작가님과 처음 인연을 맺은 반려견이 있었을 텐데요.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며,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훈련사가 되고 나서 그 반려견에 대해 느낀 바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큰 누님이 친구로부터 얻어다 준 ‘가람이’라는 강아지가 있는데요, 막내로 자란 저에게는 귀여운 여동생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시간만 나면 동네를 산책하고, 작은 구멍가게에 들러 소시지 하나를 구입해 가람이에게 먹이며 돌아오던 기억이 어제의 일처럼 생생합니다. 제가 개들을 가르치는 훈련사가 되었을 때 가람이는 세상을 떠난 상태였지만, 개와 관련된 직업을 갖게 된 동기도 가람이었고, 이후 여러 반려견을 기르고 수많은 개를 훈련하며 정도 들었지만, 여전히 가장 생각나는 반려견은 가람이입니다.

Q. 정부 통계에 따르면 반려동물인구 1500만 시대를 맞았다고 합니다. 관련 시장 규모도 4년 뒤에는 약 15조까지 늘어날 것이라고도 합니다. 이처럼 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 일반화 되어가는 추세인데, 이것이 인간에게, 그리고 반려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보시는지요.

반려동물이 점점 더 많아지는 이유는 사람들의 의식이 변하는 것과 함께 ‘옆집도 기르니까 우리 집도 길러볼까’라는 식의 사회 분위기에 편승하는 면도 있다고 보는데요, 사실 반려견이나 반려묘의 입양은 겉으로 보자면 동물에 대한 감성적 배려나 동물권 확대를 위한 과정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동물을 위한 면보다는 기르는 사람 또는 양육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일 목적이 높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반려동물에 집착적이라 할 만큼 일상생활이 반려동물에게 맞춰져 있어서 반려동물이 양육 가족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그 때문에 정신적 자립이 방해받는 경우가 많고, 개를 기르는 가정들에서는 반려견의 행동을 제어하거나 가르치기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해주려는 측면이 많아 여러 문제를 만드는 구조입니다. 이런 반려 문화는 짖음이나 공격성으로 인한 사건들을 더 많이 양산할 것이고, 결국에는 ‘인간도 개도 행복하지 않은 반려 생활’을 하는 가정이 많아질 거라 생각됩니다.

Q. 『무엇이 개를 힘들게 하는가!』의 서문을 보면, 사람과도 진솔한 소통이 힘든 인간이 반려견과 ‘인간의 방식’으로 소통하려 하는 것에 의문을 표하셨습니다. 어린 시절, 반려견과 이야기하고 싶었다던 작가님께서 인간의 관점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면요.

어린 시절 논두렁에서 만난 누렁이와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해 보니 저는 누렁이와 소리로 주고받은 것이 없었습니다.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개와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그때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와의 소통이 나만의 착각이었다고 느끼게 된 건, 개는 왜 시끄럽게 짖어 대는지, 왜 손님을 무는지, 왜 음식을 먹을 때 만지면 무는지에 관한 속 시원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행동들로 인해 개들이 버려지고 개장수에게 팔려 가는 일들이 많던 시절이라 그 이유를 알아내는 것은 저에게 큰 숙제였습니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짖지 않는 개, 물지 않는 개들도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개들의 타고난 성향이라 생각했지만, 온순한 개를 기르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고, 짖고 무는 개를 기르는 사람들과 비교하고 나서야 성향보다 중요한 건 양육의 형태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짖고 무는 개를 기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개에게 많은 대화를 시도했고 많이 만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행동들로 인해 개들이 한순간에 버려지고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이 확실해졌을 때, 인간의 말과 행동이 개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생각했고 찾아낸 해답은 서로의 생각과 소통방식은 같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그 관점에서 개들과 기르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해 왔고 행동의 원인은 잘못된 소통방식에 있으며, 그 오류로 인해 만들어진 행동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개들의 소통법을 알아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는데, 그것들을 정리한 것이 『무엇이 개를 힘들게 하는가!』의 내용들입니다. 대한민국은 매년 10만 마리가 넘은 개를 버리는 나라입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지금도 짖고 무는 개를 양산하는 양육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Q. 저 역시 어린 시절, 반려견에 관해 잘 알지 못한 채 함께 살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사실상 인간이 아닌 다른 ‘종’과 함께 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이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감성적인 다짐이 아닌, 반려견과 함께 살기 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예비 반려인의 실천 내용은 무엇일까요?

반려견은 나를 돋보이게 하는 액세서리도 아니고, 우리 가족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만약, 입양 후 반려견으로 인해 개인적인 자유가 침해당하고, 가족 간의 분란이 생기게 되고, 이웃과 마찰이 일어났을 때 과연 양육자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반려견을 입양하기 전에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조금은 와닿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댐에 구멍이 생긴 후에 그것을 막으려고 하면 매우 어렵듯이 반려견의 행동 문제가 나타난 후에 해결하려는 시도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입양 전부터 반려견을 기르는 내내 해야 할 것은 반려견은 사람이 아니라, 개라는 고유한 동물 종이며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따로 있음을 이해하고,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공부하시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Q. 책을 내셨을 뿐 아니라 유튜브 채널 ‘개훈남tv’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채널 소개를 보면 ‘개들이 사람으로부터 안전하고 사람이 개로부터 안전한 반려 세상을 꿈꾼다’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반려견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은 말 그대로 물림 사고 등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일 텐데요. 반려견들이 사람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은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반려견들이 사람으로부터 안전해지려면 사람을 힘들게 하는 행동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야 합니다. 무분별한 배설, 외부인에 대한 짖음, 분리불안, 공격성 등의 행동 문제는 개를 버리거나 학대하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입니다. 또한, 개를 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개는 시끄럽고 사람을 무는 존재라는 인식이 커질수록 사람과 개의 충돌이 잦아지고 설 자리는 줄어들게 됩니다. 반려견들이 가족과 외부인으로부터 안전해지려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야 하는데, 그 의무와 책임이 반려인들에게 있습니다. 개의 소음은 층간 소음 못지않게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고 개를 사지로 내모는 일임을 모든 반려인들이 새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동영상 콘텐츠를 보면 디테일한 상황과 유형을 들어 훈련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울타리 안에서 짖는 강아지를 조용하게 만드는 법’, ‘강아지가 한 곳을 뚫어지게 쳐다본다면’처럼 말입니다.

‘개훈남 TV’에는 간식을 이용해 가르치라거나, 어린아이 대하듯 다독거리라는 식의 교육 영상은 없습니다. 제가 바라는 바는 반려견들이 버려지지 않고, 사회적 ‘빌런’으로 살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기에 직설적인 예를 들어가며 반려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치중하고 있습니다. 반려인이 바뀌지 않으면 반려견도 바뀌지 않으므로, 반려견들을 위해 반려인들이 먼저 바뀌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영상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이력을 보면 노동부나 문화재청, 관세청 등의 행정기관에서 반려견을 동반한 프로그램을 관리하거나 강의한 이력이 눈에 들어옵니다. 현 대통령 내외도 반려동물 가구이기도 한데요. 정책적으로 정부나 지자체에서 반려견과 사람이 공존하기 위해 서둘러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이며, 혹시 잘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기 동물에 관한 구조와 보호 시스템이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가동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잘하고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유기 동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 차원에서의 투자는 없는 상태여서 국가 주도의 반려동물 입양에 대한 사전 교육사업이라든지, 반려견 입양 예정 가정과 양육 중인 가정들을 대상으로 책임 의식을 고취하는 캠페인 전개라든지, 반려동물 세금의 징수나 반려견이 일으키는 인사 사고와 소음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 마련 등도 국가가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 생각됩니다.

Q. ‘세이프독’ 반려견교육센터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세이프독은 반려견들의 마지막 교육센터, 이미 타 센터에서 실패한 반려견들이 찾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소위 ‘극심한 문제견’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세이프독만의 교육법을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케이스를 들어 소개 해주신다면요.

저희 교육법은 ‘행동기반교육’이라는 다소 최근에 정립된 방식입니다. 개가 개를 대하는 방식, 개가 개를 가르치는 방식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인간 관점에서 반려견을 가르친다는 것은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으므로, 인간의 개입 없이 살아가는 개들이 질서를 만들어 가는 방식과 다른 개의 행동을 제어하거나 바꿔 가는 방식을 모방한 것입니다. ‘행동기반교육’은 ‘주도권 교육’, ‘무리 집단교육’, ‘자기 생존 학습’, ‘신체 이완학습’의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실내에서 살아가는 반려견들에게 일차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주도권 교육’입니다.

가족을 상습적으로 물고, 산책이 어려울 만큼 외부에서 짖음이 심한 반려견이 있었는데, 다른 훈련업체를 통해 여러 번의 교육을 받았음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온 가족의 손과 팔에 상처를 입혀 놓았습니다. 그간 시도 되었던 교육법을 확인해 보니, 간식을 이용해 사람의 접촉에 익숙해지도록 둔감화 방식을 먼저 시도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아 다른 훈련사를 통해 다소 강압적인 제압을 시도했으나, 오히려 예민성을 높인 상태였지요.

주도권 교육에서 시도되는 반려견과 주고받는 접촉을 중단하고, 이어 적용된 집안에서 주도성을 약화하는 교육을 통해 2개월 정도 지난 후 가족을 무는 행동과 산책길에서 사람에게 짖고 덤벼드는 행동이 고쳐진 경우가 있습니다. 주도권 교육은 반려견들이 일으키는 행동 문제들이 가족이 반려견을 대하는 태도에서 기인한다는 전제하에 가족들의 행동을 바꿔냄으로써 반려견이 따라서 변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말하자면, ‘인간이 개를 가르치려는 모순에서 벗어나 어른 개의 입장이 되어 반려견을 가르친다’라는 모토가 ‘행동기반교육’을 대변해 줍니다.

Q. 세이프독은 비대면 교육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반려견을 직접 보고 만지고 간식으로 보상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훈련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대면 교육은 이미 다양한 나라들에서 실시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비대면 교육은 대면과 어떤 차이가 있으며, 어떤 효과가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사실, 반려견들의 행동 문제는 반려인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 주 목적으로, 훈련사의 개입은 적을수록 효과적입니다. 저는 실제 대면 교육에서도 의뢰 가정의 반려견들을 직접 가르치거나 제어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비대면 교육이나 대면 교육이나 큰 차이는 없습니다. 행동 교육은 엄밀히 따지면 교육이라기보다는 상담 형태를 취하므로 비대면 교육을 통해 행동 문제를 완화해 내는 가정들이 많습니다.

Q. 책에서 보면, 분리불안 등의 주요 문제행동이 가정 내 주도성이 높은 반려견들이 하는, 즉 ‘주양육자’를 통해 양육된 반려견들의 행동이라는 것을 지적합니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훈육은 주양육자, 주보호자의 절대적인 책임과 능력이 필요하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여기에 어떤 맹점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반려견과 접촉이 많고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에 의해 행동 문제가 강화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태도 변화와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그 사람들의 성향이 반려견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으므로, 어찌 보면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 싸움은 반려견을 이기려는 시도가 아니라, 자신을 자제하고 자신을 바꾸는 것입니다. 반려견은 얼마든 바뀔 가능성이 있음에도 자신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반려견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마음이 먼저 작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Q. 책에서는 ‘개와 인간의 관점은 다르며, 서로 이해하는 방식과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반려견과 인간이 가장 크게 서로를 오해하고 있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이며, 이것이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이를 고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면요.

사실, 인간과 개는 포유류로서 발달해 왔습니다. 그러므로 감정 표현이나 상대에 대한 주도적 성향은 같습니다. 다만,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반려견을 어린 꼬마 정도로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부분이 반려견에 대한 오해이고, 그런 행동을 바라보는 반려견이 사람의 행동을 어른스럽지 않은 존재, 주도성 약한 존재의 모습으로 오해하게 됩니다. 이런 오해는 결국 반려견들이 어른을 통해 질서를 배우고 서로를 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에서 멀어지게 만들어 행동 문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반려견을 대하는 태도가 꼬마를 대하는 것이 아닌, 나이에 맞게 대하는 것입니다. 만 1살이 된 반려견은 사람의 정신연령과 비교할 때 완전한 성인임을 자각하고 어른이 어른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Q. 얼마 전 화제가 된 해외 뉴스가 있었습니다. 노숙인이 거리에서 함께 키우던 반려견을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강제로 빼앗는 영상이었는데요. 다행스럽게도 반려견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활동가들의 행동이 매우 큰 공분을 샀는데, 작가님의 책에서도 떠돌이 개가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지적합니다. 대한민국의 떠돌이 개들의 삶을 어떻게 보고 계시며, 인간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동물보호는 동물의 입장에 대한 존중이 먼저임에도 좋은 음식을 먹이고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하고 사람과 쇼핑이나 여행하는 등의 외적인 것들의 제공만을 동물을 위하는 것이라 잘못 생각하는 듯합니다. 사람이나 개나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나름의 만족감을 느끼고 살아갈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일부의 사람 또는, 같은 관념과 가치관을 가진 집단의 편향된 생각으로 동물보호를 생각한다면 모순된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부잣집에서 태어난 어린이들만이 행복하고 바르게 양육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모순이듯 개들이 고의로 학대받고 있는 삶이 아니라면, 그 삶을 유지해 주면서 돕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동물보호이고 동물 존중이라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떠돌이 개들은 삶의 선택권 없이 무분별하게 포획되어 보호소로 보내지고,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인간의 가정으로 입양되거나 안락사당합니다. 이게 어찌 떠돌이 개들을 위한 길이라 말할 수 있는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는 떠돌이 개들이 많습니다. 피해를 일으키는 떠돌이 개들이야 포획하는 것이 어쩔 수 없다지만, 어미와 평화롭게 살아가는 떠돌이 개들에게는 포획이 아닌, 중성화를 통해 그 수가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배려라 생각합니다.

Q. 반려견을 사람처럼 대하는 ‘의인화’는 반려견을 ‘가축’으로 여기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분명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간 현상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가님께서는 이 ‘의인화’가 문제라고 강조하고 계십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의인화가 문제가 되는 것은 개를 알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개의 탈을 쓴 사람을 입양하고 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는 전혀 다른 동물인 개를 기르면서 조화를 만들어 가는 것인데, 사람으로 생각하고 사람처럼 대하는 것이 진정으로 개들을 존중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의인화는 인간의 일방적인 관점이며, 인간 세상에 개를 끌어들여 놓고 행위적으로 지배하려는 것일 수 있습니다. 개들의 고유한 생활방식과 습성이 무시된 채 본성에 어긋나는 삶을 살게 하면 심리적인 불안과 강박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개를 사람처럼 대하는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의인화 때문에 개에 대해 알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Q. 강연과 유투브, 인터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반려인구와 만나시는 가운데 이렇게 책을 통해서도 생각을 공유하고 계십니다. 다른 매체와 달리 책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책이라는 매체를 선택하신 이유와, 책을 통해 무엇을 더 깊이 이야기 하고 싶으셨을까요.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드는 이야기만 듣고 싶어 하고 자기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호의적인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제가 반려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들은 단편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 유튜브나 강연만을 통해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어서 제 생각들을 자세하게 공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책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책을 읽은 사람은 영상만 보는 사람과는 달리 책 쓴 이의 고민과 생각에 좀 더 깊숙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므로, 반려견들이 더 힘들게 되기 전에, 더 많이 버려지기 전에 함께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Q. 반려가구와 예비 반려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반려동물 관련 도서가 있다면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관련 책이 반려 생활의 즐거움과 행복, 슬픔 등 감성을 자극하는 위주이다 보니 반려견에 국한된 책을 추천하기보다 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칼 사피나’가 지은 『소리와 몸짓』과 ‘짐 더처와 제이미 더처’가 지은 『늑대의 숨겨진 삶』을 통해 의인화 되지 않은 순수함을 만나보길 제안합니다.

Q. 끝으로 <독서신문> 독자들에게 인사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이제 우리는 반려동물들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독서신문의 독자분들 중에도 애틋한 마음으로 개와 고양이를 반려하는 분이 있을 것이고, 반려동물들을 혐오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어느 한쪽만이 세상을 차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서로의 간극을 좁혀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배려심의 발휘라 생각합니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해지고 우리의 개들이 인간 세상에서 행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그들의 잘못된 행동은 지적하고 탓하더라도 그들의 잘못은 아니니 너그럽게 여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독서신문 한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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