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동안 유치원생 딸의 식판 도시락을 설거지했던 배현혜 작가는 에세이 『주방 표류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은 딸아이가 커버려서 식판을 씻을 일이 없지만 유치원에 다니는 3년 동안 제일 씻기 싫어했던 게 식판 도시락이었다.”
식판은 떨어트려도 깨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밥과 국, 여러 반찬을 한 그릇에 담을 수 있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먼저, 씻기 힘든 구조라는 겁니다.
“구석구석 꼼꼼하게 씻지 않으면 기름기가 덜 빠져 영 찝찝했다. (…) 꽉 쥔 손이 아프도록 오밀조밀 나누어져 있는 식판의 벽과 구석들을 박박 닦아 냈다.”
또 다른 단점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담아도 맛없어 보이고, 실제로도 맛없어진다는 겁니다.
“딸아이는 여전히 학교에서는 차가운 스테인리스 식판에 밥을 먹는다. 금속 숟가락으로 밥을 먹을 때 어쩔 수 없이 나는 소름 끼치는 소리나 비릿한 쇠 맛. 얼마나 싫을까.”
그래서 저자는 아이가 어렸을 때도 깨질 염려 없는 플라스틱 식기보다는 어른들이 쓰는 도기나 유리컵에 음식을 담아주었다고 합니다.
“아이 친구들이 놀러 오면 예쁜 도자기 접시나 유리컵에 간식을 담아 내주었다. 어릴 때부터 깨질 것을 염려해 플라스틱 그릇을 사용하기 보다는 조심히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자저처럼, 끔은 크리스털 컵과 도자기 그릇에 정성껏 음식을 담아 스스로를 대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깨지기 쉬울수록 아름답고 소중해지는 법이니까요.
“예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한 당신의 오늘 하루가 크리스털처럼 반짝거리길”
자료 출처: 『주방 표류기』
(배현혜 지음 | 마누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