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신뢰에요”…거짓말로 물드는 K민국
“I’m 신뢰에요”…거짓말로 물드는 K민국
  • 한시은 기자
  • 승인 2023.11.09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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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달과 조희팔, 권도형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한 시대를 풍미(?)한 사기꾼들이라는 점이다. 최근에는 희대의 기이한 사기꾼, 전청조도 등장했다. 성별을 마스크처럼 갈아 끼우며 피해자들의 마음을 쥐고 흔들어 막대한 돈을 뜯어냈다. 무려 서른 개가 넘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전청조로부터 나온 “I’m 신뢰”를 비웃고 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운이 좋았던 걸지도 모른다. 사기는 내가 타깃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인천, 수원에 이어 대전까지. 전국에 있는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모두 어디인가가 부족해서 당했을 리 없는 것처럼. 전세사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뚜렷한 해결책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은 또 어지럽다. 세입자들이 빌라 기피 현상을 보이며 작은 아파트로 몰려들고 그렇게 소형아파트의 수요가 높아지며 월세가 오른다. 이는 또 세입자의 부담이 된다. 불안정한 부동산 상황 속에서 여전히 터지지 않은 다이너마이트처럼 ‘내 집 마련’을 이루지 못한 서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여기에 이제는 일상이 된 갖가지 변형된 형태의 보이스피싱까지 더한다면, 당신은 ‘아직’ 먹잇감이 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이런 때가 되면 인터넷상에는 ‘OECD 국가 가운데 사기 범죄율 1위 국가 대한민국’이라는 글이 떠돌곤 한다. 이는 근거가 불확실한 낭설에 가깝긴 하지만, 한국의 사기범죄가 유독 많은 것만은 사실이다.

남을 속이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해야 한다. 이 세상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삶 자체가 주어진 역할대로 사는 것일 지도 모른다는 지적은 일찍이 셰익스피어의 입에서 나왔다. 셰익스피어는 희곡 『뜻대로 하세요』에서 이렇게 말했다. “온 세계는 연극 무대다. 모든 남녀는 그저 배우일 뿐이다. 그들은 무대에 등장했다가 퇴장한다.” 각자의 역할극을 수행하며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냉소, 기만이 일상인 인간에 대한 예리한 지적이 돋보인다. 그렇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며 살아간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책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의 내용에서, 미국의 인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에크먼에 따르면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있을 때, 거짓과 진실 가운데 선택할 수 있을 때, 거짓과 진실 사이의 차이를 알고 있을 때다. 이는 무지에서 나온 실수와는 구별된다. 고의성과 대상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위장과 기만이 발전해 거짓말이 된 셈이다.

책 『거짓말의 철학』에 인용된 칸트의 말을 보면 우리가 매사 내밀한 속내를 전달할 의무는 없다. 만약 생각과 똑같이 항상 말한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참을 수 없는 존재가 된다.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는 “거짓말은 저주받은 악덕”이라며 “거짓말의 무서움과 가중함을 생각한다면, 다른 어떤 범죄보다 화형감”이라고 비난한다. 플라톤 역시 “의식적으로 기만을 즐기는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고, 무의식적으로 기만을 즐기는 사람은 바보”라면서 “인생의 끝에서 지독한 외로움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도는 다르나, 허용 불가능한 거짓말을 일삼는 것은 자기파괴 행위에 가깝다는 경고가 같은 맥락으로 흐르고 있다.

다시 책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를 보면, 거짓말은 자신을 향할 때 긍정적인 측면의 ‘자기기만’으로서 응원을 해줄 때 좋은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문제 없어.” “오늘은 열심히 했으니 잔뜩 먹어도 돼.” 이런 식의 소소한 자기기만을 하는 직원들의 승진이 더욱 수월하고, 동료들에게도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지된다는 것이다.

거짓말은 자기 자신의 성취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일종의 도구로 쓰는 것이 현명하고, 잘못 썼을 때 결국 찾아오는 것은 ‘고독’이라는 것이 공통된 조언이다. 피해자의 무지함을 탓하거나 가해자의 비상함에 감탄하며 가십거리로 소비하지 않고 타인을 겨냥하는 작은 거짓말을 먼저 덜어내기 시작한다면, 그것이 모여 우리 사회에 안개처럼 낀 불신과 기만을 해소할 수 있는 바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독서신문 한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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