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그믐‧숭례문학당… 책, 어디서 ‘같이’ 읽지?
트레바리‧그믐‧숭례문학당… 책, 어디서 ‘같이’ 읽지?
  • 한시은 기자
  • 승인 2023.11.08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각 홈페이지 화면 캡처]
[사진=각 홈페이지 화면 캡처]

독서모임 플랫폼이 각기 다른 얼굴로 자리를 잡고 있다. 공통점은 ‘같이’ 읽기다. 코로나가 끝난 이후, 여전히 잠재적인 바이러스 창궐의 위험성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지만 이제는 ‘만나야 하는 시간’이라는 암묵적 동의는 희미한 듯 하지만 굳건하다.

읽고, 쓰고, 대화하고, 친해진다. 오프라인 독서모임 ‘트레바리(대표 윤수영)’의 슬로건이다. 초개인화된 사회. 가족이 인간을 지탱하는 사회의 역할을 하던 시대가 지나 그것을 타인에게서 찾아야 하는 데다, 자신의 삶에 투자하는 패턴이 자리 잡으며 트레바리가 안착했다. 적지 않은 비용을 치러야 하지만 수만 명의 회원이 강남과 안국에 위치한 사옥을 찾는다.

트레바리의 회원들은 자신이 흥미를 느낀 주제의 클럽에 가입한다. 책의 목록을 참고하기도 한다. 중심은 책이다. 재즈를 좋아한다면 재즈에 관한 책, 이를테면 김민주의 『재즈의 계절』을 읽고 성의 있는 독후감을 남긴 후 직접 만나 이야기한다. 재즈바에 함께 갈 수도 있다. 독후감은 트레바리 검수팀을 거친다. 텍스트에 애정을 가지지 않고서는 문턱을 넘기 힘든 플랫폼인 셈이다.

국어사전에 있는 트레바리의 뜻을 찾아보면 ‘이유 없이 남의 말에 반대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트레바리의 클럽 안에서는 개인의 신상을 잘 묻지 않는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쉽고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업이나 나이가 좋은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이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는 이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책에서 길어 올린 상대의 묵은 말을 마침내 귀담아듣고, 다시 건네는 방식을 거듭하며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나와 타인을 알 수 있을까.

‘그믐(대표 김혜정)’은 온라인 독서 모임으로, 내밀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 책 한 권을 29일 동안 읽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29일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지식공동체다. 사적이고 너저분한 지껄임이 아니다. 그믐이 ‘지식공동체’라고 정체화한 이유다. “문명은 읽고 쓰는 삶 위에 존재하며, 이 안에서 책을 통해 나누는 이야기들이 후대에는 지식으로 남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장소의 제약이 없다는 것은 다양성 확보와 이어진다. 서울, 제주도, 뉴욕, 쿠바…. 어디에 있든 같이 할 수 있다. 이곳저곳에서 하고 싶지 않은 말들을 해대다가 그믐에 모인다. 어둑한 밤에 모여 조곤조곤 책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29일이라는 시간 동안 책 한 권을 통해 천천히 흐르고 변화하는 자신을 바라보고, 이런 변화를 즐겁게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그믐이란, 음력으로 달의 마지막인 29일 또는 30일을 뜻한다. 새벽녘, 완전한 어둠 직전에 찾아오는 마지막 그믐달 아래에서 대화한다. 대화는 밝고 환한 곳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숭례문학당(대표 배상범)’은 지식공동체에 놀이를 더했다. 함께 읽기뿐 아니라 노는 것도 같이 한다. 정신과 몸을 수행하며 즐거움을 추구한다. 모임도 새로운 모임이 나타났다가, 다시 분화하며 그 당시의 즐거움을 누린다. 그러나 중심은 ‘읽기’, 더 깊이 들어간다면 ‘학습’이다. 생각을 정리하는 모임도 있고, 매일 읽는 습관을 함께 만들어 주는 공동체도 있다. 한 주에 집중적으로 한 권을 읽기도 하고, 교양 전반을 배우기도 한다.

숭례문학당은 그래서 학습놀이공동체다.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공부가 무엇인지 제시하고, 학습의 가치를 공유하는 배움터나 다름없다. 숭례문학당의 소개 가운데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크게 눈뜨게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책은 자기계발 도구만이 아니라 실천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책은 우리를 깊게도 만들지만, 높이 뛰게도 만들고 구르게도 만든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 아닐까.

[독서신문 한시은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