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관련주’ 찾고 있는 당신에게
‘전쟁 관련주’ 찾고 있는 당신에게
  • 한시은 기자
  • 승인 2023.11.0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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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해 주세요, 대체 뭐 때문에 그런 끔찍한 전쟁을 해야 하는 건지를.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中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발발된 충돌 이후 인터넷상에서는 다양한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전쟁의 원인부터, 누가 ‘악’인가를 주장하는 글들이 쏟아진다. 전쟁이 각국에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 것인지 분석하는 경제 기사들이 나오고, 관련주가 오르내리며 개미들을 애타게 한다. 참상이 담긴 영상은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삭제되기를 반복한다.

명쾌한 해답이 떨어지지 않는 종교적, 지리적 갈등으로 시작된 이-팔 전쟁의 역사는 수십 년간 이어지고 있다. 방대하고 복잡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 있지만 쉽게 말해 ‘땅 따 먹기’에서 시작된 싸움이 지속되는 중이다. 그러나 특히 이번 전쟁이 생경한 이유는, 음악 축제를 즐기는 평범하고 현대적인 이스라엘 시민들이 공격받는 모습이 무차별적으로 퍼졌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라면 우리는 그저 중동 어느 곳에서 일어난 지루한 내전 정도로 여기며 뉴스를 클릭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만 수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그중 어린이가 2천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아이들의 죽음 앞에 이 전쟁으로 인한 득실과 이유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 『전쟁의 이유』를 보면 전쟁의 어리석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누군가 들고 있던 파란색 아이스크림이 녹아 빨간 개에게 묻는다. 그것이 전쟁의 시작이다.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나눠진 사람들이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서로를 향해 던지며 공격한다. 군복, 모자, 단추까지. 빨갛거나 파란 군복은 허공에서 뒤섞이고 어느새 모두 속옷 바람이 된다.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어. 누가 파란색 옷이지? 누가 빨간색 옷이지? 누가 친구지? 누가 적이지? 누구에게 군화와 양말을 던졌던 거지?

-하인츠 야니쉬, 『전쟁의 이유』 中

책에서 볼 수 있듯, 서글퍼지는 것은 우리는 결국 서로가 모든 것을 잃어야만 자성할 수 있는 나약하고 매우 솔직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한계이자 현실일 것이다. 그렇게 파국의 한 점으로 달려가서 빈 몸으로 만날 때가 되면 모든 전쟁이 끝날 수 있을까. 물론 전쟁으로 누군가는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전쟁 관련주’를 잘 고른, 평범한 월급쟁이 개미들에게도 단비 같은 돈이 하늘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 같은 시간 저곳에서는 사람의 피부를 녹이는 백린탄이 떨어지고 있을지언정.

군인들의 모자와 단추, 군복 상의와 바지, 군화와 양말은 어떻게 되었냐고? 그야 바람이 가져갔지.

-하인츠 야니쉬, 『전쟁의 이유』 中

그림책에서 빠져나와, 지금 이곳에서 군화를 가져갈 수 있는 ‘바람’은 무엇일까. 혹은 무엇이어야 할까. 그건 이 비극에 냉담해지지 않는 유치하고 뜨거운 관심이 아닐까. 전쟁 관련주가 무엇인지 찾아 헤매는 관심이 아니라.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 “내가 아는 한 실제의 악은 두 가지야. 양심의 가책과 질병. 행복은 이 두 가지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세상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라며, 전쟁에 슬쩍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저 대단하지 않은 ‘행복’을 누리는 것이 나 혼자여서는 안 된다는 것에 동의하는 양심, 그것이 군화를 모두 쓸어갈 수 있는 ‘바람’ 아닐까.

[독서신문 한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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