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기자, 국회 보좌진, 컨설턴트였다. 광화문과 여의도를 오가며 찍어 낸 명함만 12종인데 그 어떤 명함에도 끝내 정을 붙이지 못했다. 방황한 듯해도 그다지 낭비는 없었다고 믿는다. 현재 『비베카난다의 요가수트라』를 읽고 있다.
거쳐온 직업을 나열하는 것으로 시작해 현재 관심 있게 읽고 있는 책으로 끝나는, 다소 특이한 저자 소개가 벌써부터 범상치 않은 책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황보람의 저니』는 여행하듯 자유롭게 커리어를 쌓아가는 ‘저니맨’(journey man)의 이야기다.
저자 황보람은 경제지 기자로 수년간 일했다. ‘고만고만’한 기사를 수없이 썼지만, 나름 의미 있는 기사를 더러 쓰기도 했다. 제법 화제를 모았던 어떤 기사는 정치적인 이유로 삭제되기도 했으며, 자사와 타사 간 경쟁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격수’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다 모종의 이유로 ‘좌천’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여행’을 멈추지 않는다. 창업을 고심해 보기도 하고 창당을 도모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직업 그 자체로 자신을 두근거리게 하는 단 하나의 꿈’ 시나리오 작가에 도전하기도 했다.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지만, 계속 도전 중이다.
그리고 『저니』는 뜬금없이 ‘명상’으로 방향을 튼다. “어쨌거나 나 스스로도 ‘커리어 저니’(career journey)를 다루리라 생각하고 집필을 시작했기에, 정말 몰랐다. 원고의 상당수를 신을 찾는 이야기로 ‘경로 이탈’할 줄은”
저자는 자신을 앞으로도 별다른 직장이 없을 법한 백수이자, 아마도 영원히 종교를 갖지 못할 무신론자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백수와 무신론자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다만 백수 이야기로 시작해 (현실에 좌절한 나머지) 신을 찾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 결론은 다소 개연성이 있는 듯도 하다.
“지금 내가 감히 겨뤄 보고 있는 건 ‘계획’이라는 신이다. 오늘까지 무신론자인 나로서는 신의 계획이 나를 이끌고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다. 사실 그저 되는 대로 흘러온 기분도 든다. 계획하지 않은 적은 없으나, 계획대로 된 것도 딱히 없으니까. 그저 보고 싶다. 내가 갈 길을 분명하게. 이정표가 아예 바닥에 떡 하니 찍히면 좋겠다. 그걸 밟고 나아가기만 하면 되게. 그 이정표를 알아볼 눈. 제3의 눈. 나의 근원이 나에게 명징하게 제시하고 있는 그 사인을 알아보고 싶다. 그게 신이라면 믿어 보고도 싶고.”
모든 것은 다 신의 계획대로라는 말이 있다. 동시에 인간에게는 자유 의지가 있다는 반론도 맞선다. 그러므로 저자의 여정이 신의 계획대로인지 자유의지에 의한 건지 알 수 없다. 끝내 신을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지금처럼 무신론자로 남을지도.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어떤 길을 마주하든 설령 그것이 미지의 길일지라도 저자는 있는 힘껏 내달릴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시에는 시적 허용이, 여행에는 ‘경로 이탈’이 허용되니까.”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