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단의 원로 방산(芳山) 박제천(朴堤千)
한국시단의 원로 방산(芳山) 박제천(朴堤千)
  • 김경배 기자
  • 승인 2005.1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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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업 40년 기념 『박제천시전집』 출간

▲ 방산(芳山) 박제천 시인     ©독서신문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의 의미
 지난 65년 시단에 첫발을 내딛은 방산(芳山) 박제천의 시업 40년을 기념하는 『박제천시전집』이 최근 출간됐다. 그동안 무려 1천여 편이 넘는 시를 발표한 방산의 작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수식어가 따른다. ‘노장철학의 문학적 수용과 형상화’(김용범 시인), ‘동양정신의 현대적 탐구’(최동호 고대교수), ‘동양적 초현실주의’(진순애 평론가) 등등.

 특히 동국대 고영섭 교수(시인)는 방산의 시적 역정을 ‘곡신(谷神)’과 ‘사리(舍利)’의 변주과정이라 보고 있다. 즉 노장으로부터 무속과 주역과 불교와 성리학 등의 해후를 통해 독자적인 한 세계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시단에 방산이 남긴 족적은 크다.

 이와 관련 방산은 그의 시가 추구하는 것은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의 양식과 그 의미, 즉 한국민이 가지고 있는 기본 생각의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서양풍에 젖어서 우리가 잃어버린 우리의 것,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그가 추구하는 시의 양식이라는 것이다.
 
활발한 창작활동과 후학양성

 동숭동 한 연립에 조그맣게 둥지를 튼 그의 사무실은 온갖 책으로 둘러싸여 있어 들어가기에도 벅차다. 사무실이라고 하기보다는 창고의 느낌이 강하게 풍겨온다. 그만큼 그는 주변 환경에 상관없이 오로지 시작활동에만 열중했다.

 방산은 말한다. “처음부터 돈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도 시를 시작했다. 다만 내가 추구하는 절대가치, 내 스스로 시가 좋아서 한 일에 무슨 이유가 있겠나. 오히려 시의 길이 황금가치가 보장된 길이라면 애초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라고.

 하지만 시작활동과 함께 그가 딱하나 욕심내는 일이 있다. 바로 후학 양성이다. 현재 국내 대학들은 시를 학문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막상 창작열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가 시도한 일이 문학아카데미를 개설하는 일이었다.

 지난 88년에 문을 연 문학아카데미를 거쳐 간 시인들은 총 150여명, 이중 박제천 사숙이 배출한 109인의 등단작을 한곳에 모아 이번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같이 만들었다. 특히 이들 시인들의 일간지 및 문예지 당선작 들은 지금도 패기가 넘칠 만큼 작품의 성취도며 발상이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시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뿌듯해한다.
 
지금도 계속되는 박제천의 도전

 방산은 이번 『박제천 시전집』발간에 대해 “‘젊은 날의 나 자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꽃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그 어리석음에 바치고 싶다’고 첫 시집 『장자시』에 써두었던 헌사가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간 것 같다”면서 “이번에 다 정리해 놓으니까 개운한 마음이며 새 출발의 계기가 된 듯하다”고 소감을 밝힌다.

 하지만 방산은 신진 인사들에 비해 원로 중진들에게 다소 소홀한 정부의 지원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토로한다. 그는 “전집발간은 동시대를 살다간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집대성할 수 있는 아주 뜻 깊은 일임에도 한국의 경우는 신진작가들 육성차원에서 그런지 매스컴이나 정부지원도 이들에게만 쏠려있다”는 것이다.

 부귀영화를 버리고 작품 활동에 평생을 바친 중진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집대성하는 전집을 발간하기는 금전적인 문제를 비롯한 여타 문제로 쉽지 않음에도 정부나 매스컴의 중진이나 원로 작가들의 홀대는 작가 입장에서 허탈할 수밖에 없는 일이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섭섭한 감정을 뒤로하고 앞으로도 계속 시작활동에 전념할 것임을 내비친다. “전집 3권에 미발간 시집이 30~40여 편 가량 들어있는데 마저 채워서 독립시집으로 다시 간행해서 출간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한국 시단의 원로 중 일인인 방산 박제천. 그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끊임없는 창작활동 속에 새로운 무언가를 추구하는 그의 노력 때문일지도 모른다.
 
박제천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월탄문학상, 윤동주문학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자료관장, 경기대 대우교수를 역임했고, 2005년 현재 문학아카데미 대표, 계간 「문학과창작」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성균관대, 추계예대, 동국대(문창과 겸임교수)에 출강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시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마음의 샘> 등이 있고, 시집으로 <장자시>, <너의 이름 나의 시>, <나무 사리>, 등이 있다.
 

책소개



박제천 시인의 시작(詩作) 40년을 기념하는 시전집이다. 시전집 세 권과 자작시 해설집 한 권, 평설집 한 권, 문학아카데미 박제천 사숙에서 배출한 시인들의 사화집 한 권 등, 시전집 전5권과 별책 1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에는 <장자시>, <심법>, <율> 등 3권의 시집을 수록하고, 제2권에는 <달은 즈믄 가람에>, <어둠보다 멀리>, <노자 시편>, <너의 이름 나의 시> 등 4권을 수록했다.
 제3권에는 <푸른 별의 열두 가지 지옥에서>, <나무 사리>, 등 3권의 작품집과 미발간 신작시집 <심우도 시편>, 시극, 연보, 화보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제4권은 박제천 시인의 자작시 해설서이다. '노장 시학'을 중심으로 한 자연과 삶, 정신의 초상, 자전 시편 및 시학 강의 등을 수록했다. 제5권에서는 김용범, 박상천, 고영섭, 홍신선, 고창수, 송정란, 허형만, 최동호, 고정희, 정한모, 김준오 등 80여명의 시인과 평론가들이 박제천의 작품 세계를 분석하고, 소개한다.
독서신문 1386호 [200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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