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독서] ‘다시’ 유인촌, ‘독서하는 장관’에게 바란다
[리더의 독서] ‘다시’ 유인촌, ‘독서하는 장관’에게 바란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10.21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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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 중 단상에서 내려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월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이슈는 뭐니 뭐니 해도 역대 최장수 문화부 장관을 지냈던 유인촌의 문체부 장관 재임명 건이었다. 과거 일부 논란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그가 15년 만에 장관에 임명되자, 지지와 우려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국회 문체위도 인사청문회 보고서에 적격, 부적격 의견을 병기해 채택했다. 그러나 결국 유 장관은 스스로도 “훨씬 더 막중한 소임을 느낀다”던 두 번째 장관직을 수행하게 됐다. 

문화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분야별로 산적한 지금, 더 훌륭한 장관이 되어 달라는 의미에서 ‘문화의 뿌리’를 중시했던 그의 ‘초심’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유인촌은 1951년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1980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동대학원에서 연극학 석사를 취득했다. 1974년 MBC 공채탤런트 6기로 데뷔한 이후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용식’ 역을 맡으며 국민적 인지도를 얻었다. 그 외에도 브라운관과 연극 무대를 오가며 배우로서 열정적으로 활동했고, 2002년 극장 ‘유씨어터’를 설립했다. 2004년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배우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문체부 장관을 지냈으며 이후 대통령실 문화특보, 예술의 전당 이사장 등을 역임하다 이번 정권에서 대통령 문화특보로 임명되기 전까지 십여 년간 다시 본업인 배우로 활동해 왔다.

입지가 확고한 예술인 출신인 만큼 과거 장관 재임 시절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저돌적인 업무 추진 능력이 강점으로 꼽혔다. 지난 5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평했듯 대표적인 성과로는 불법 저작물 단속을 강화해 한국을 지식재산권 감시 대상국에서 20년 만에 제외시킨 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국립디지털도서관 등 문화예술 인프라를 확충한 일, 초등학교 문화 강사 배치와 문학관‧도서관 문학작가 파견 사업 등으로 예술 분야 일자리 확대에 힘쓴 일 등이 있다.

특히 2006년 제정된 독서문화진흥법에 따라 제1차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독서 문화 발전에도 큰 노력을 기울였다. 장관이 홍보대사를 겸하듯 직접 크고 작은 현장에 참여한 점이 특징적이다.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해서는 시민들에게 책 선물을 나눠줬고, 어린이날에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을 찾아 동화 구연 행사를, ‘책, 함께 읽자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인, 배우 등과 함께 대규모 시 낭송회를 개최하는 식이었다. 2008년 정부가 최초로 기업 CEO들을 초청해 연 독서경영 특강 축사에서 유 장관은 “연기하던 시절 사람을 분석하고 사람을 공부하기 위해 책을 많이 읽었는데 요샌 시집 한 권 읽기도 힘들어 좀 답답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 장관은 과거 문화부 장관 시절 각종 독서 캠페인 행사에 직접 나섰다.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재임 당시 한 대담에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건국 이래 독서 캠페인을 한 장관은 유 장관이 처음”이라 언급했는데, 물론 독서문화진흥법 등 시대적 요구도 있었겠으나 면면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책과 문화에 대한 애정이 있고, 현장 이해도가 높은 장관이었음이 드러난다. 유 장관은 이 대담에서 우리나라가 “경제를 끌어 올리려고 하다 보니 많은 부분을 잃었다. 경제, IT 등 모든 부분이 미래로 향하는데 정작 우리의 정신은 1950년대 수준”이라며, “지금부터는 발전이 늦더라도 문화가 가진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나무를 심어서 큰 나무가 될 때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뿌리는 단단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정권 들어 출판계와 문체부는 유독 많이 부딪혔다. 서울국제도서전 보조금을 둘러싼 갈등으로 문체부가 출협 회장을 고소했고, 또 이와는 별개로 수백 명의 출판인들이 땡볕에 거리로 나서 ‘벼랑 끝에 놓인 출판 산업을 살려 달라’, ‘최소한 장관이라도 나서서 귀 기울여 달라’며 궐기대회를 벌이기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근본적으로 문화 정책의 집행부가 현장과의 소통에 소홀해 일어난 일이다. 독서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건은 어떤가. 자칫하면 그가 강조했던 ‘문화의 뿌리’를 키우기는커녕 잘라 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취임사에서 유 장관은 인생 모토로 꼽아 온 『돈키호테』의 대사를 인용했다.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라는 내용이다. 지난날의 공과를 뒤로하고 다시금 이상을 실현할 기회 앞에 서 있는 유 장관의 포부가 이념을 떠나, 동료이고 후배인 문화예술인 모두에게 햇살처럼 고르게 가 닿길 바라 본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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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인 2023-10-23 11: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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