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가부장제』 저자 레베카 엔들러는 중고 가게에서 어떤 드레스를 발견하고 깜짝 놀랍니다.
그 드레스는 바로 ‘주머니가 있는’ 드레스였습니다.
돈, 열쇠, 휴대폰 등 뭐든 넣어 다닐 수 있는 주머니를 양복바지가 아닌 드레스에서 발견했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요?
여성복에 주머니는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너무 작아 쓸모없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레베카 엔들러는 여성의 드레스에도, 잠옷에도 주머니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드레스를 입으면 주머니가 없어 작은 손가방을 들고 다녀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어딘가에 손가방을 두고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뒤따릅니다.
월경을 할땐 생리대, 탐폰, 손수건, 휴지 등을 가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잠옷에도 주머니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여성들은 어쩌다 남성복을 입으면 놀라곤 합니다. 주머니가 이렇게 크고 깊다고?
레베카 엔들러는 말합니다. “남편의 진 재킷을 입을 때면 나는 핸드백도 에코 백도 필요 없다. 외출했다가 어딘가에 물건을 두고 올 걱정도 없다.”
주머니의 존재 여부, 크기와 깊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주머니가 주는 것은 편리함 그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주머니가 있으면 손이 자유로워져 이 두 손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샘솟습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다양한 도구를 늘 몸에 휴대하고 다닐 수 있다는 편리함은 우리 조상의 탐험 정신을 일깨워 미지의 세계를 열어줬습니다.
지금 우리 여성들에게 필요한 건 바로, 한 조각의 천이 주는 무한한 자유입니다.
자료 출처: 『사물의 가부장제』
(레베카 엔들러 지음 | 이기숙 옮김 | 그러나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