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특구’ 마포구에서 ‘책’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작은도서관 폐관 논란, 경의선 책거리 폐지 등 책 관련 불미스러운 사태가 잇따랐다. 가장 진통이 심한 건 출판문화진흥센터(이하 플랫폼P)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다. 구청이 센터 성격을 재검토하겠다며 운영 파행을 빚은 지 수개월, 갑작스럽게 입주 요건에 ‘마포구 사업자이자 마포구민일 것’이라는 내용이 추가되더니 2기 입주사 전원이 연장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2기 입주사들은 구청의 독단적 행정에 반발하며 퇴거 명령에 불응 중이다. 2기 입주사는 물론, 계약 기간을 모두 채워 애초 입주 연장 대상자가 아니었던 1기와 입주 기간이 아직 남은 3기 입주사도 뜻을 모아 ‘마포구의 책문화를 지켜 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단 마포구에서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책의 가치가 평가절하당하는 요즘, 각자 생업을 이어 나가면서도 이토록 열심히 책을 위한 ‘소동’을 공모하는 이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난 7월 31일, 플랫폼P에서 조현익(이하 조), 이다혜(이하 이) 플랫폼P 입주사 협의회 전‧현 회장과 마주 앉았다.
(*이 기사는 당사자 요청으로 약 한 달간 게재가 보류됐다. 당시 플랫폼P 입주사 협의회 측에서 구청과 대화를 통한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원만히 해결되지 않았고, 구청은 2기 입주사 개인들을 상대로 한 명도 소송을 진행 검토 중이다. 인터뷰 중 언급되는 ‘센터 운영 개편 추진안’은 현재 철회됐으나, 센터 운영에 관한 구청의 입장에 큰 변화는 없다. 지난 7일 마포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입주사들이 공유 오피스로 사용하던 3층은 그대로 두되, 시민에게 개방돼 있는 2층 공간을 웹툰과 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 업종을 포괄하는 공유 오피스 형태로 개편해 센터의 성격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중 리모델링을 진행할 수 있으며, 신규 입주사 선발 시에는 마포구민을 우선 선정 후에 미달 인원을 전국 단위에서 충원할 예정이다. 7일 이다혜 플랫폼P 입주사 협의회 회장은 현 상황에 대해 “마포구민으로서, 구민을 위한 정책에 쓰여야 할 세금이 소모적인 소송 비용으로 쓰이게 된다니 화가 난다. 굳이 소송의 방식을 택한다면 이는 마포구를 위한 실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행정 문제를 자존심이나 ‘이긴다’는 생각으로 접근해 어떻게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고집에 불과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아래 인터뷰 내용은 인터뷰 당시를 기준으로 하며, 상황이 달라진 부분은 괄호로 표시했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조 “‘스튜디오 하프-보틀’이라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조현익이라고 합니다. 책, 포스터, 웹페이지 등 디자인 작업을 주로 하면서 자체적으로 『우리 회사 헌법 만들기』,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잠잘 땅이 필요한가?』와 같은 책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이 “프리랜서 매거진 <프리낫프리> 편집장이자 프리랜서 작가,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이다혜입니다. 플랫폼P에는 콘텐츠 스튜디오 ‘고호콘텐츠’와 함께 입주해 있는데, 소속 직원은 아니고 각자의 작업과 협업을 병행하며 일종의 크루처럼 활동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는 고호콘텐츠 대표님과 공저로 책도 쓰고 있습니다.”
Q. 입주사 관점에서 플랫폼P라는 공간의 의미를 설명해 주신다면요.
조 “저는 1기 입주사인데요. 3년 전엔 사실 스스로 출판인이라는 정체성이 없었어요. ‘디자인 사무실이 필요한데 이런 데가 있네. 나도 단행본 디자인을 좀 하니까 신청해 볼까’ 이런 식으로 들어오게 된 거였죠. 이 공간에서 지내면서는 출판인들과 협업이나 교류할 기회가 많아 자연스럽게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더군요. 이렇게 출판인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공간은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아요.”
이 “저도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출판인, 그러니까 출판사에 소속돼 일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내가 출판인이 맞나’라는 정체성의 혼란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곳에 입주했을 때 출판인이라는 개념을 넓게 봐 주니까, 나도 이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데서 안정감을 많이 느꼈고요. 일단 서로 다른 소속을 가진 출판인들이 모여 있어서 일할 때 굉장히 편해요. 떨어져 있으면 계속 메일 보내고, 카톡하고, 전화하고 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내 작업 하다가 바로바로 만나서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작업 효율도 좋아지고, 아이디어도 발전시키기 쉬워져요.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는 거죠. 출판인들 중에 프리랜서나 1인 사업자가 많은데, 입주사들끼리 소통하며 일을 대하는 태도나 사업체를 꾸려 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서로 배울 수 있었어요. 또 운영사가 의미 있는 세미나나 교육 프로그램을 정말 많이 기획했어요. 인쇄, 종이에 대한 스터디라든지 해외 유명 디자이너 초빙 강의라든지. 그걸 저희만 듣는 게 아니라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해서 다양한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했는데, 출판인들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의미가 깊다고 생각해요.”
Q. 지난 7월 15일 1‧2기 입주사의 입주 기간이 종료됐다고 알고 있는데, 정확히 어떤 상황인 건가요?
조, 이 “2020년에 입주한 1기 입주사들은 지난 7월 15일 입주 기간이 종료됐고, 2021년에 입주한 2기 입주사들은 원래대로라면 한 달 전인 6월에 연장 심사를 받았어야 해요. 그런데 마포구가 독단적으로 입주 요건을 변경하더니 운영위원회가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자 ‘안건이 운영위원회 승인을 얻지 못했으므로’ 2기 입주사 모두가 연장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통보해 온 거예요. 저희는 우선 마포구의 행정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으니 불응하겠다는 입장이에요. 2기 14팀 중 12팀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나머지 2팀도 뜻이 달라서가 아니라 직원들에게 불안정한 상황을 감당하게 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떠나셨고요. 1기가 나간 자리에 신규 선발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재 2기 12팀과 3기 15팀이 남았어요. 확실히 전보다 휑한 느낌이어서 ‘이대로 가다간 정말 공동화되겠다’ 이런 불안감이 있어요. 사실 출판문화진흥센터를 축소하고 청년창업지원센터를 신설하겠다는 운영 개편 추진안(*현재는 철회됨)이 이미 나왔어요. 6월에 만들어진 마포구청 내부 문서인데, 11월부터 입주사들이 사무실로 쓰는 3층 리모델링을 하겠대요. 그러면 입주사들이 정상적으로 일하기도 힘들어지겠죠. 이러한 사실이 저희까지는 아니더라도 운영사 측에는 공유되었어야 마땅할 텐데 전혀 공유되지 않았어요.”
Q. 운영 개편 추진안의 전반적인 내용은 어땠나요.
조 “그 문서에 따르면 북 라운지, 다목적실 등 시민들이 마포의 책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진 2층이 청년창업지원센터로 바뀌게 돼요. 플랫폼P의 가장 큰 기능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제일 큰 문제고, 그 외에도 교육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려면 운영 사무실에 일정 인원이 있어야 하는데 그 인원을 줄어드는 규모에 맞춰서 깎아내겠다는 계획이더라고요. 종합해 보면 플랫폼P를 그저 출판인들에게 임대해 주는 공유 오피스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고, 그 기능만 남기겠다는 것으로 생각돼요.”
이 “그런데 다목적실만 해도 마포구민이면 50% 할인이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마포구에서 활동하는 출판사 등에서 대관을 해서 북토크나 책 관련 행사를 많이 하고 있어요. 또 여기가(홍대입구역 인근) 마포구민이 오기에 너무 좋은 위치에 있잖아요. 사실 이런 식으로 이미 마포구민에게 혜택이 잘 가고 있는데 이 공간을 닫는다니 ‘과연 마포구민을 위한 일이 맞나’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출판인들의 문제를 넘어 마포구민들의 책문화 향유 기회를 박탈하는 방향성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Q. 입주사 협의회가 집회나 서명운동 같은 전형적인 저항의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포책소동’처럼 축제 성격의 행사를 기획하는 등 보다 대중에 가깝게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이 “‘마포책소동’은 이 공간이 이미 충분히 마포구민을 위한 공간임을 보여주기 위해 진행한 행사였어요. 하루 동안 1천여명이 방문했고, 정말 책을 사랑하는 분들이 모여서 그런지 부스별로 따지면 국내 최대 도서전인 서울국제도서전 일일 매출과 맞먹는 매출이 나왔어요.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구매한 책을 바로 읽을 수 있게 했던 거예요. 플랫폼P 2층 라운지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운영사에서 북 큐레이션 등을 세심하게 해 놓았거든요. 방문객분들이 본인이 산 책뿐만 아니라 공간에 전시된 책들도 관심 있게 보시면서 새로운 출판사를 알게 되기도 하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 공간이 가진 힘을 잘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네요. ‘가 봤던 북페어 중에 가장 좋았다’는 SNS 후기도 있었어요.”
조 “두 가지가 떠오르는데요. 첫째는 서울국제도서전에 부스를 냈을 때예요. ‘플랫폼P를 지켜 주세요’라고 쓰인 조그만 엽서를 부스에 붙여 놨거든요. 그걸 보고 일행에게 ‘나 이거 알아’라고 이야기하면서 지나가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사실 이렇게 무언가에 대항해 싸우는 행동을 할 때 대놓고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받는 것 외에 대중에게 이 일이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는지에 대해 잘 알 방법이 없잖아요. 그렇게 툭툭 하시는 말씀을 들으면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더라도 이미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 내지는 인식이 생겼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둘째는 플랫폼P 문제가 지역 정계에서 계속 논의되고 있다는 거예요. 정의당과 녹색당은 당 차원에서 관련 현수막을 거는 일에 동참하기도 했고, 플랫폼P 운영위원으로 있는 차해영 마포구의원을 비롯해 마포구의회에서도 마포구청의 행정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며 강하게 맞서는 분들이 계세요. 흔히 생각하는 지역 정치의 모습을 좀 뒤집는 모습이었죠.”
Q. 지난 기자회견 등에서 “출판인들이 갈 곳이 없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라는 발언이 인상깊었는데요. 마포구에서 책문화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입주사 협의회에서 가장 치열하게 투쟁에 참여했던 분들은 1기였는데, 사실 이분들은 어차피 계약 기간이 끝나서 나가셔야 돼요. 공간 점유만의 문제였다면 함께 싸울 필요가 없어요. 이분들이 함께했던 이유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죠. 출판 특구이자 책문화의 중심지인 마포구에서 어떤 선출직 공무원(마포구청장을 말함)의 입김 하나로 지금까지 쌓아 온 지역 문화의 근간이 흔들리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위기감이 있어요.”
조 “마포구에서 계속돼야 하는 이유는, 마포구에서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플랫폼P는 마포구가 일자리를 위해서든, 주민들이 향유하는 문화를 위해서든 출판 유관 산업을 직접 육성하려고 했던 첫 시도예요. 출판이 사양 산업이라고 인식되는 풍조 속에서 마포구는 가능성을 보고 이 공간을 만들었고, 실제로 창업 진흥이라는 경제적인 효과와 책문화를 향유하려는 사람들을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발생했어요. 한국 지방자치에서는 흔치 않은 성공 사례가 생긴 거죠. 물론 다른 지역에서 이 사례를 참고해서 다시 비슷한 시도를 할 수도 있겠지만, 맨 처음 시도했던 마포구에서 갑자기 정지되어 버린다면 그것은 지역 입장에서도 너무 큰 손실이고 책문화 중흥을 바라보는 모든 출판인들에게도 큰 불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저는 로컬 사업 관련 일을 많이 하는데, 수많은 지역에서 정체성을 만들고 관계인구를 늘리기 위해 수십억을 투자하지만 쉽지 않거든요. 마포구는 자생적으로 출판인들이 모여 있었고, 우연히 얻은 지역 정체성에 맞게 출판 진흥을 위한 투자를 하니 제대로 효과를 봤잖아요. 이걸 없애는 건 정말 세금 낭비고, 아까운 일이죠. 그 결정의 방식도 의견 수렴 같은 민주적인 절차 없는, 10여년 전부터 지양하자는 논의가 나온 탑다운(top-down) 방식이고요.”
Q. 최근 마포구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책 관련 예산이 갑자기 줄어든다든지, 책문화에 위협이 되는 사태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이 “21세기판 분서갱유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명확하게 그런 기조가 느껴져요. 책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에 사람들이 모여서 공부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똑똑해진다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책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며 상호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인데 이 매개를 없앤다는 것은 ‘모이지 마’, ‘똑똑해지지 마’라는 메시지로 느껴집니다.”
조 “플랫폼P에 대해서 마포구청과 대화를 하며 가장 걸렸던 부분이, 공공적인 공간을 본인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처럼 여긴다는 거였어요. 센터가 어떤 활동을 하고 이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구청이 뭔가를 하고 싶은데 ‘마땅한 공간이 없네. 그럼 이 공간을 좀 쓰면 어떨까’ 이런 식인 거죠. 이와 비슷하게 중앙정부에서도 ‘우리가 쓰는 돈인데 우리가 용처를 결정하고 예산을 깎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예산의 쓰임이 어떤 효과를 가지는지, 혹은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들어 보거나 연구해 보지 않고 마구 재조립을 해서 본인들이 쓰고 싶은 대로 조정하죠. 그들의 입장에서는 책이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인지 책과 관련된 공공의 자원을 너무 쉽게 생각해요. 출판 분야에 국한할 게 아니라, 이러한 정책 집행 방식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그 돈은 너희 것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이 “지나치게 생산성 중심인 성과주의 행정의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창업 지원 쪽은 문화예술 지원에 비해 예산 규모가 훨씬 크지만, 실제로 창업자가 받는 도움보다는 이 창업을 통해서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정량적 성과만을 따지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에는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놓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책과 문화는 정량적인 성과로만 말해질 수 없는 분야잖아요. 모든 콘텐츠의 근간은 텍스트인데, 이 텍스트가 직접적인 성과를 보여주기에는 굉장히 느려요. 그런데 일찍부터 ‘이거 성과 없지 않아?’라고 판단해 버리는 게 아쉽죠.”
Q. 출판 정책은 공공성이 높은 분야인 만큼 더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조 “한국의 출판 정책은 결과물 위주예요. 좋은 책을 사서 도서관 등에 기증하는 ‘세종도서’ 같은 사업도 좋지만, 정작 그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들인 출판사나 작가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왔어요. 출판을 산업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그 안의 구성원들과 그들의 활동을 더 많이 지원해 주고, 보호해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구상한다면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훨씬 좋은 효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창작자 대부분이 아이돌 연습생 같은 상태거든요. 어떤 하나의 좋은 콘텐츠를 내기 위해서 계속해서 무급으로 자신을 수련하며 마치 연습생처럼 존재하고 있는 거예요. 이들을 지원하며 저변을 확대하는 작업이 필요해요. 양에서 질이 나오니까요. 또 단순히 시장 논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책들이 있거든요. 그런 책들이 계속 나오려면 출판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해요. 그래야 최소한의 출판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그 안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고, 그게 결국은 K-콘텐츠의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 될 거예요.”
Q. 다시 플랫폼P 얘기로 돌아와서, 마포구청과의 갈등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요.
조, 이 “냉정하게 생각하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죠.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지만, 어떤 결말이든 그것으로 끝은 아닐 거예요.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플랫폼P 입주사 협의회의 가장 큰 업적은 따로 작업하던 출판인들이 영역, 분야를 뛰어넘어 한데 모여서 무언가를 도모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것이었어요. 이게 계속 이어진다면 독서신문 독자분들처럼 책문화의 향유자들과 함께 더 큰 일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죠.”
Q. 앞으로 활동 계획은?
이 “지금까지는 마포구청의 행동에 대응하고 플랫폼P의 운영 정상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중심으로 했었다면 향후엔 마포구의 책문화를 상징하는 커뮤니티로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조금 더 단기적으로는, 이 공간이 마포구민들을 위한 공간임을 더 보여줄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려고 합니다. 출판 관련 강의를 하는 분, 드로잉 클래스를 하는 분 등 각자의 콘텐츠가 단단하게 있기 때문에 이를 지난 북페어처럼 마포구민과 함께하는 문화적 경험으로 나누려고 해요. 그러면서 플랫폼P 입주사 외에 지역에서 출판이나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분들과도 같이 협업하는 계기를 마련해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플랫폼P 2층은 열린 공간이니 오셔서 책도 읽으시고, 공부도 하시고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