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에 출판계 반발… 세종도서‧문학나눔도서 통합 결정도
내년 예산안에 출판계 반발… 세종도서‧문학나눔도서 통합 결정도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9.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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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6월 7일 서울 송파구 송파책박물관 어울림홀에서 열린 ‘K-북 비전 선포식’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지난달 29일 발표된 2024년 예산안을 두고 정부와 출판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시작은 지역서점 문화 활동 지원 등에 사용해 온 11억원가량의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 예산 삭감 건이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31일 입장문을 내 위기에 빠진 지역서점에 꼭 필요한 지원이 사라진다는 데 강한 유감을 표하며, “약 750여개 (지역서점) 문화 프로그램을 내년부터는 볼 수 없다. 이로 인한 피해는 지역서점을 통해 문화 프로그램을 향유하던 국민들이 고스란히 안게 되었다”고 호소했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 이하 문체부)는 지난 4일 정정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개별 업체와 프로그램을 지원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업계 전반이 공동으로 활용하는 물류망과 디지털화 구축 사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지원 체계를 개편”했다며 신규 편성된 ‘디지털 도서물류 지원’ 예산 12억5천만원을 포함, 지역서점 지원 예산이 총 15억1천만원으로 “오히려 올해 예산(12억6천만원) 대비 증액되었다”고 주장했다. 분명 전체 지원 액수는 늘어났는데도 현장의 필요와 괴리가 큰 ‘동상이몽’ 행정으로 인해 갈등을 빚은 것이다.

6일 독서신문 취재에 따르면 내년 지역서점 관련 예산의 상세 변동 항목은 다음과 같다. 기존 지역서점 누리집(2억원) 예산과 지역서점 문화 활동‧서점의 날, 심야책방 등 각종 행사 예산(8억3천1백만원)이 디지털 도서물류 지원 예산으로 개편됐고, 지역서점 실태조사 예산이 1억6천만원 신규 편성됐으며 POS(서점 관리 프로그램) 운영 예산은 1억7천5백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 독서문화 증진’ 지원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5일 7개 출판‧작가‧서점‧도서관 단체(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책과사회연구소,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는 이에 반발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는 “현 정부가 시작된 2022년에도 국민 독서문화 증진 지원 예산은 약 62억원, 2023년에는 약 59억원이었다. 정부는 이 예산을 아예 삭감했을 뿐만 아니라 예산코드 자체를 ‘폐지’했다”라며 “한마디로 ‘책은 읽지 말라는 정부, 독서는 진흥하지 않겠다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일 ‘9월 독서의 달, 책도 꿈도 펼쳐보자’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 “독서 저변 확대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내년 예산안을 두고 출판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 단체의 분석에 따르면 다른 독서 관련 예산도 크게 줄었다. 내년 예산안에는 독서대전, 지역독서대전, 책읽는도시협의회 지원,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제, ‘독서인’ 홈페이지 운영, 독서진흥 유공자 포상 관련 예산 등 10억여원이 편성됐다. 여기에 체육기금을 활용하는 ‘책 읽어주는 문화 봉사단’ 예산을 더하면 약 12억원이 된다.

7개 단체는 “2023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독서문화팀이 운용하는 예산이 약 113억7천9백만원이었다. 여기에는 ‘북스타트’, ‘책체험버스’, ‘독서문화캠프’, ‘청소년 북토큰’, ‘전국 청소년 독서 토론 한마당’, 교정시설 독서 활동 지원, 독서동아리 활동 지원, ‘독서아카데미’, 병영 독서 활성화 지원, ‘책의 해’ 사업 지원, 심야책방, ‘책 읽어주는 문화 봉사단’, 독서대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즉 13가지 사업 가운데 2가지 사업만 남게 된 것이고, 약 114억 원의 예산이 1/10로 쪼그라들어 잔해처럼 약 12억원이 남은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누구나 책을 가까이 하고 향유하는 독서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 독서 진흥 정책이 더욱 강화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독서 예산을 전폐(全廢)에 가깝게 삭감한 처사는 부당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문체부에서 새롭게 수립 중인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24~2028)’이 어떤 수식어로 독서 진흥을 말한다 해도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6일 취재 결과 예산 삭감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출판 지원 사업인 세종도서와 문학나눔도서는 재통합 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 별개로 진행되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통합됐던 두 사업은 2018년부터 다시 분리된 바 있다. 이번 예산안에 따르면 세종도서와 문학나눔도서 예산은 2023년 각각 84억원, 56억원에서 2024년 총 115억원으로 25억원 줄게 된다. 하지만 통합을 통한 효율화로 불필요한 중복 예산을 제거했을 뿐이라는 게 문체부 입장이다. 현재 두 사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각자 담당하는데, 비슷한 성격의 사업을 두 기관에서 진행해 심사를 위한 장소 대관, 서가 준비, 기타 운영비가 낭비된다는 것이다. 사업 통합 이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에 대한 세부 논의는 아직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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