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다양한 우리 문학 작품이 국제 문학상 수상 및 후보 선정, 해외 유력 언론 소개 등 유례없는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문학을 ‘K 문학’으로 발전시킨 숨은 주역인 번역가들의 진솔하고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 『K 문학의 탄생』(김영사)이 출간됐다.
“결과물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번역가는 원작자의 그늘에 가려져 빛을 보기 쉽지 않으며, 간혹 오역이라도 있으면 번역가는 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이러한 현실에도 번역가는 자기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 원로 번역가는 번역은 ‘겸손한 봉사’라고 했고, 또 다른 번역가는 ‘모든 번역이 의미가 있다’라고 말하며 번역가의 사명을 다시 한번 일깨운 건지도 모른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러한 한국문학 번역가들의 숨은 노고로 지금의 ‘K 문학’이 탄생했다는 사실이다.”(본문 中)
1922년 제임스 게일이 김만중의 『구운몽』을 영어로 번역한 이래 한국문학 번역 역사는 이제 막 100여년을 넘겼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세계문학의 변방에 있었던 한국문학은 지난 10여 년 사이 놀라운 성과를 이뤄 내며 세계적인 문학으로서의 발돋움을 시작했다. 그 배경으로는 물론 작가들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 등이 주요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면서 현지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온 번역가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은 문장 하나마다 스며 있는 번역가들의 땀과 고뇌를 조명하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하나의 번역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번역가가 겪는 깊은 고민과 지난한 과정을 담았고, 2부에서는 오역 논란과 ‘창조적 번역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뤘다. 3부에서는 작가와 번역가 그리고 연구자가 당면한 과제를 심도 있게 살폈고, 마지막 4부에서는 한류 열풍 속 K 문학의 위상과 실체를 드러냈다. 일부 번역가의 글들은 영어로 기고되었는데, 번역가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번역본뿐만 아니라 영어 원본도 함께 실었다.
필진으로 참여한 번역가들 모두 화려한 약력을 자랑한다. 각각 한국 시와 소설 영어 번역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안선재와 브루스 풀턴,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번역해 미국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른 제이미 장, 영국 추리작가협회 대거상을 수상한 윤고은의 추리소설 『밤의 여행자들』을 옮긴 리지 뷸러, 전미도서상 수상작인 정이듬의 시집 『히스테리아』를 번역한 제이크 레빈, 김혜순 시집 『한 잔의 붉은 거울』 번역으로 미국 로체스터대학 문학번역 웹잡지 ‘스리퍼센트’ 최우수번역도서상 후보로 선정된 로렌 알빈과 배수현, 한영대역 문예계간지 <ASIA>의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인 전승희와 전미세리 등.

이들의 이야기를 뒷받침하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연구자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겼다. 책임편집을 맡은 조의연 동국대 영문학부 교수와 이상빈 한국외대 영어대학 교수가 집필에 참여했고, 그 밖에 영미 시 번역으로 잘 알려진 정은귀 한국외대 영어대학 교수, 한국비교문학회 회장인 이형진 숙명여대 영문학부 교수, 신지선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등도 글을 실었다.
조의연 교수는 “영상 문화가 대세가 된 오늘날, 문학 번역은 들이는 정성과 노력에 비해 여전히 경제적 보상이 미미한 고된 노동”이라며 “(번역가들은) 번역이 없으면 아예 한국문학을 접할 수조차 없는 세계 독자들과 진심으로 함께 나눈다는 보람과 사명감으로 버티는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강조하고, 번역가들의 이야기에도 독자들의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요청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