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끓는 지구(global boiling) 시대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의 한가운데 서 있다.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35도를 넘나들던 살인적 폭염은 잠시 주춤했지만, 무더위는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렇게 더운 여름엔 건강 관리에도 주의해야 하지만, 쉽게 지치는 마음에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몇 시간만 짬을 내어 진정 나만을 위한 휴가, ‘북캉스’를 떠나 보는 건 어떨까.
독서신문은 주요 출판사에 8월 늦더위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 추천을 의뢰했다. 명사의 여름휴가 추천도서부터 심령소설, 워터프루프북, 기후변화를 다룬 과학책, 휴식과 일을 모두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북까지. 다채로운 ‘여름의 책’과 선정 이유를 만나 보자.

열린책들: 조던 엘렌버그, 『틀리지 않는 법』 / 에릭 오르세나, 『두 해 여름』
먼저, 무더위 속에서도 ‘차가운 머리’를 유지하도록 도와줄 책이다. 『틀리지 않는 법』은 독서를 성공의 원동력으로 꼽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주 빌 게이츠가 여름휴가에 읽을 만한 책으로 추천했던 수학 대중서다. 수학 신동으로 이름을 날린 조던 엘렌버그 위스콘신 주립대 수학과 교수가 스포츠, 복권, 논문 심사, 흡연과 폐암의 관계 등 보통 사람들의 일상 곳곳에 숨은 수학의 원리를 해설한다. 빌 게이츠는 이 책에 대해 “수학을 향한 러브레터”라고 평한 바 있다. 열린책들에서는 “재미와 전문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책”이라며 추천했다.
다음은 드넓은 ‘언어의 바다’를 헤엄칠 수 있는 소설, 프랑스 작가 에릭 오르세나의 대표작 『두 해 여름』이다. 한 번역가가 외딴섬에서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작가’라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만년에 쓴 소설 『에이다 또는 아더(Ada or Ardor)』를 번역하면서 겪게 되는 두 해 여름 동안의 좌충우돌기를 그렸다. 프랑스의 아름다운 휴양지 브레아섬을 무대로, 작가 자신이 젊은 시절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 더욱 흥미를 끈다.
시공사: 줄리엣 펀트, 『화이트 스페이스』
세계적 업무 컨설턴트가 제시하는 최고의 업무 가이드. ‘북캉스’라면서 웬 업무냐고? 잘 일해야 잘 쉴 수 있고, 잘 쉬어야 잘 일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노동시간이 긴 국가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알게 모르게 ‘바쁨’에 중독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과연, 우리가 일하며 흘려 보내는 시간의 효율은 어느 정도일까? ‘화이트 스페이스’란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달력의 빈 공간처럼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시간을 뜻한다. 이 책에서는 업무와 업무, 일정과 일정 사이에 이러한 여백을 끼워 넣으면 오히려 쉴 틈 없이 일할 때보다 더 좋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매일매일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을 다르게 쓰면, 특별한 휴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스스로를 충전할 여유가 생길 것이다. 시공사에서는 “쉬고 싶은데 일도 잘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최강의 무기”가 되어 줄 것이라며 이 책을 권했다.
위즈덤하우스: 소어 핸슨, 『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기후변화 생물학 연구자인 소어 핸슨의 신간. 능동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진화하고 있는 다양한 지구 생물들의 경이로운 생존기를 담았다. 위즈덤하우스는 “지금의 이 뜨거운 불볕 더위가 주는 위기감을 배경으로 반드시 읽어야 할 과학책이다. 주제는 심각하지만, 저자가 워낙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어 흥미롭게 술술 읽힌다”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민음사: ‘워터프루프북’ 시리즈 / 다카노 가즈아키, 『건널목의 유령』
민음사에서는 해변, 수영장 등에서 읽어도 젖지 않는 방수 소재의 책 ‘워터프루프북’ 시리즈와 더불어 등골을 서늘하게 할 심령소설 한 권을 추천했다. 『건널목의 유령』은 미스터리 소설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11년 만의 신작으로, 장르문학 전문 자회사인 황금가지에서 출간됐다.
다산북스: 이송현, 『일만 번의 다이빙』
다산북스에서는 “표지도 내용도 시원하다. 어느 해보다 더운 올해 여름에 딱 맞는 소설”이라며 『일만 번의 다이빙』을 추천했다. 이송현 작가의 청소년소설로,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추락을 반복하는 고교 다이빙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