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가게’ 주인이 알려주는 ‘편지 잘 쓰는 법’
‘편지 가게’ 주인이 알려주는 ‘편지 잘 쓰는 법’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8.07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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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세계와 그 안에서 개인이 한 역할을 이렇듯 직접적이고, 이렇듯 강렬하고, 이렇듯 솔직하게 그리고 이렇듯 매력적으로 되살릴 방법이 달리 무엇일까? 오직 편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이먼 가필드, 『투 더 레터』 中

한참 동안 공들여 쓴 편지를 고이 접어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는다. 편지가 수신인에게 도착해 언제일지 모를 답장이 올 때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된다.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은 기억이다. 각종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편지가 일상적인 소통 수단이었던 시절은 저문 지 오래다. 우체국은 편지가 아니라 주로 택배를 보내는 곳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편지를 쓰거나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연희동에서 시작해 2년 만에 성수동에 2호점을 열고, 월평균 1,800명의 손님을 맞이한다는 편지 가게 ‘글월’의 존재가 이를 증명한다. 이곳에서는 편지지, 봉투 등을 구매하고 그 자리에서 편지를 쓴 뒤 대리 발송, 펜팔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편지는 디지털 환경에 더 익숙한 젊은 세대에겐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인식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모든 게 너무 빠른 세상에서 누군가 나를 위해 시간을 내어 편지를 썼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위안을 준다.

그러나 편지를 거의 쓰지 않는 시대인 만큼, 편지를 잘 쓰는 법에 대한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책 『편지 쓰는 법』은 글월의 주인장인 문주희씨가 편지 가게를 운영하면서 쌓인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손으로 마음을 전하는 일’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를 전하는 책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편지의 조건 중 하나는 수신인을 배려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다양한데,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 내 주변 풍경을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도 좋다. “여행자의 심상이 되어 쓰는 편지글은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 그 편지를 받는 사람에게도 그럴 것 같다”는 저자의 말처럼, 특별한 장소에 있지 않더라도 현재 어떤 시간에 어떤 공간에서 편지를 쓰고 있는지 생생하게 묘사하면 받는 사람이 편지를 보다 특별하게 느낄 수 있다.

편지를 쓰는 입장이 되면 상대의 이야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기 쉽다. 안부를 전하는 편지의 목적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읽는 이를 좀 더 즐겁게 하고 싶다면 상대에 대한 언급을 한두 마디라도 넣어 주어야 한다. 저자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듣기를 좋아한다”며 “어떤 말을 남겨야 할지 순간 막막하다면 내가 좋아하는 친구의 모습을 남겨 보라”고 조언한다.

편지를 쓸 때 도움이 될 만한 책들도 추천하고 있다. 편지의 역사와 가치를 탐구할 수 있는 『투 더 레터』, 저자가 ‘편지의 정석’이라고 칭하는 사노 요코의 편지가 담긴 『친애하는 미스터 최』, 소설가 카프카가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 쓴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소설가 존 치버의 인생이 담긴 『존 치버의 편지』 등이다.

사실 편지를 잘 쓰는 데는 거창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저자는 “편지는 받는 상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므로 다른 사람의 것을 그대로 베껴 쓸 수 없고, 오로지 자기만의 언어로 써야 한다. 서툴러도 내가 한 사람만을 위해 쓴 유일한 글이어야 한다”며 “편지의 이런 특별함이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편지 가게를 운영하면서 편지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졌다고 고백한다. “사람의 몸은 진실한 마음을 꺼낼 때 등이 굽어지도록 설계된 게 아닐까 상상하게 되지요. 집중한 자세와 골똘히 생각하며 갸우뚱 기울어진 고개. 이 모든 것이 편지 쓰는 장면을 아름답게 만듭니다.” 현존하는 가장 느린 소통 수단일 편지의 아름다움은 바로 그 ‘느림’에 있다는 이야기다. 든든한 편지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해, 오늘은 소중한 사람을 위한 편지 한 통 써 보는 건 어떨까.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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